대전에서도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 평촌 LNG발전소 건립, 신축 야구장 후보지 선정, 재개발·재건축 등 수많은 갈등이 발생하고 있다.
신천식 이슈토론에서는 최근 늘어나는 갈등의 원인과 해결책을 모색하는 시간을 마련했다. <편집자 주>
지난 2일 중도일보 인터넷 방송실에서 진행된 신천식 이슈토론에서는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박재묵 대전세종연구원장(사회학 박사), 강지원 변호사가 참여해 '갈등의 발생과 해결! 성숙한 시민의 책임'이라는 주제로 열띤 토론을 벌였다.
△신천식 박사(진행자)=과거에도 갈등이 없진 않았다. 갈수록 갈등이 더 늘어가는 것 같다.
▲곽현근 교수= 현재 사회 갈등의 범위와 심도는 과거보다 더 심해졌다. 권위주의 시대에는 정부가 의사결정을 최종적으로 했다. 힘으로 질서를 만들어 냈다. 그러나 이제는 자유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좋은 삶이 무엇인지, 세계화에 맞물려 다양한 가치관 만들어졌다. 여기에 나름대로 경제 시장에서 개인 이기주의가 만들어지면서 충돌이 나는 결과가 갈등이다. 흔히 요즘 소통을 통해 문화를 이해하고, 당사자가 만나 이야기 나누면서 숙의를 끌어내고 있다. 같은 운명공동체를 경험하는 마을 공동체의 움직임 속에 주민을 참여시키면서 우리 문제 논의하고, 다른 사람의 경험을 만들어내 신뢰를 쌓아가고, 이를 연장해 갈등 조정을 한다면 쉬워질 것이다.
▲박재묵 교수= 사회적 갈등이나 공공갈등의 기능 문제는 시작 시점이 노무현 정부 시절부터 본격화됐다. 그 이전에는 권위주의 체제로 갈등이 폭발적으로 나타나지 않았다. 그 당시 갈등 해결에 대한 새로운 공부를 해야 했다. 원래 갈등 해결은 예전에 법으로 해결했다. 최근에 대안적 분쟁해결 방법이 주목을 받고 있는데 법 이외에 분쟁 해결의 틀이다. 법 이외에 다른 방식으로 갈등을 해결하는 방식은 없는가. 해결 조정 중재나 참여적 의사 결정 등을 통틀어서 대안적 분쟁 해결 방법으로 불린다. 이런 방법들로 사회적 갈등을 해결하고 있다.
▲강지원 변호사= 이익과 이익의 갈등이 가장 많다. 이익 관계는 탐욕이다. 각자의 욕심이 부딪쳐 그것을 조정하는 문제다. 법은 양보를 강제할 수 없다. 각자 이익을 조정해 서로가 양보해야 한다. 합리적 수준에서 양보를 끌어내는 것이 공론화 조정이다. 그런 훈련이 잘 안 돼 있다. 2010년쯤 갈등관리 기본법을 만들어보자고 했는데 번번이 무산됐다. 민주화로 갈등이 표면 위에 떠오르고 있다. 해결 방안 모색에 실패하면 난장판이 된다. 지혜를 모아서 분출하는 갈등을 잘 조합하고 수습하는 것에 대해 연구해야 한다. 갈등해결의 핵심은 양보다. 당사자에게 양보만 강요할 게 아니라 대화를 통해 합리적 길을 찾아가는 노력이 필요하다.
△신천식 박사(진행자)=갈등 해결을 위한 해법은 있나.
▲곽현근 교수= 우리나라는 이념과 세대 갈등 등 갈등의 깊은 골이 있다. 이런 부분은 하루아침에 해결하기 어렵다. 양보라는 것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다. 대한민국 행복을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거시적, 장기적 관점에서 고민해야 한다. 신뢰회복이 중요하다. 모르는 사람에 대한 신뢰가 낮은 '저 신뢰사회'다. 한마디로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없고, 자신을 이용할 것이라는 생각이 크다. 갈등 조정 기법도 중요하지만, 사회 구성원의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특히 정부 신뢰 회복이 중요하다. 게임의 규칙을 만들고, 심판을 보는 정부가 투명해져야 한다. 공공 갈등 해결에 정부를 믿을 수 없다는 설문 조사가 나왔다. 정치인들도 이념 갈등 등으로 발전을 가로막는 요인이다. 정치인들도 대한민국의 갈등을 최소화하고 국민이 행복한 정부 만들기에 노력해야 한다. 또한, 정의의 문제다. 소위 시장 경쟁 자유주의 사상에 따라 권리 의식이 강해졌다. 민주화와 맞물려 정부 권위가 떨어지고, 요구가 많아졌다. 상대적으로 사회적 책임 의식이 부족해졌다. 지금 학생에게 민주주의 교육이 필요하고 일반 시민들도 평생 교육을 통해 서로의 권리를 존중하는 문화가 없으면 민주주의 자유경제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교육이 필요하다.
▲박재묵 원장= 전통적 방식인 법의 의존하다 대안적 분쟁 해결 방식이 구상된 이유가 있다. '윈윈'이다. 당사자 누구도 치명적인 결과를 갖지 않고 갈등을 해결해야 한다는 생각이 대안적 분쟁 해결 방식에 들어있다. 법으로 해결하면 갈등 당사자는 크게 피해를 본다. 갈등 당사자가 서로 윈윈할 수 있는 게 중요하다. 또 하나는 공동체 자체를 중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대안적 분쟁 해결 방식 이야기를 하는 사람들도 결국은 공동체 유지 강화를 위해 이 방식으로만 갈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그냥 두면 공동체가 깨진다. 갈등 해결 방식은 공동체 신뢰를 높이는 방식으로 가야 해결에 의미가 있다.
▲강지원 변호사= 갈등의 정의를 어떻게 내리는지에 따라 순기능이 다르다. 중국집에 가도 짜장면, 짬뽕 먹는 게 다르다. 어느 한쪽이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억지로 먹이는 일도 생긴다. 각자 의사 결정에 의견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웃으면서 싸우자는 이야기를 많이 한다. 이게 가능할지 모르지만, 웃으면서 싸우면 대화해도 좋을 것이고, 자기주장도 잘 전달된다. 고상하게 표현하면 '사랑하는 마음으로 주장하자'다. 갈등으로 인한 우리 사회 경제 손실이 수백조에 달한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우리 사회 기본이 무너진다는 기본적인 생각이 필요하다. 학습을 통해 어린 시절부터 문제를 풀어가고 조정하는 것을 배워야 한다.
△신천식 박사(진행자)=갈등 조정을 해도 갈등이 지속 되는 경우가 많다.
▲박재묵 원장= 사회 문제를 사전에 방지하려면 공적 의사 결정을 잘해야 한다. 공공갈등은 사회 집단 간 갈등이라기보다는 정부 정책을 만들고 집행하는 사람과 그것에 연관된 시민 간의 갈등이다. 대체로 공적 의사 결정을 잘하면 사람들이 주목하지 않는다. 의사 결정이 잘못돼 갈등이 두드러지면 문제가 되는 것. 공적 의사 결정 과정에서 투명성과 합의성을 높이면 좋을 것 같다. 월평공원 민간특례사업은 공론화 과정을 통해 결정이 이뤄졌다. 다른 결정이 이뤄졌다고 해도 공론화 결과를 존중해줘야 한다. 이를 뒤집는다면 공론화는 다시 하기 힘들다.
▲곽현근 교수= 정책 결정은 중요하다. 예전에 방폐장 설치 문제로 프랑스를 방문한 적이 있다. 당시 프랑스 시골 주민들과 이야기를 하니 지방의원의 결정이라 존중한다는 답변을 들었다. 대한민국 정치인들이 신뢰를 받으면 갈등 비용이 상당히 줄어들 것이다. 정부의 신뢰 회복도 중요하다. 심판을 못 믿으면 반칙이 난무하게 된다. 반칙이 쉬워지면 사회 갈등이 심해진다. 월평공원 공론화도 다른 변수로 결과를 훼손하면 안 된다. 공론하는 숙의 민주주의를 통해 보통 사람의 사고로 가치 판단을 내린 것으로 정책에 반영된다는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
▲강지원 변호사= 정부나 정치권에서 민·민 갈등을 잘 조정해주면 감사하다. 하지만 오히려 갈등을 조장하는 경우가 많다. 신뢰를 찾자는 말에 동의한다. 극단적인 투쟁 방식은 건강에도 좋지 않다. 바람직한 해결책은 이해와 양보를 통한 공동체 의식이 있으면 된다. 남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면 된다. 그게 가장 큰 덕목이다.
△신천식 박사(진행자)=민간 갈등 조정 기구가 필요해 보인다.
▲박재묵 원장= 갈등 줄이고 기여할 부분 많다. 국무총리실에 지정을 받아 연구하고 갈등을 해결하는 수행 기관이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지정 받지 않은 갈등 관리 기관도 많다. 이런 것들이 만들어져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번 신고리 원전 문제도 학회 구성원 등 민간인들이 상당한 역할을 했다. 공공갈등의 경우 정부가 갈등 당사자기 때문에 조정할 수 있는 역할을 하기 힘들다.
▲곽현근 교수= 시민 단체도 진영을 나눠 활동하는 때도 있다. 서로 간에 토론과 소통을 통해 시민 사회를 만들어가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주민자치회는 시민갈등에 큰 역할을 할 것이다. 주민 자체가 주민 공동체를 지원하고 신뢰를 쌓아가는 역할을 한다. 행정보다 주민 조직 활동을 통해서 주민 스스로가 역량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고 싶다.
▲강지원 변호사= 재난 피해자 가족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처음 행동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조언을 받고자 한다. 그런 갈등 해결 과정에서 민간의 역할이 필요하다.
정리=이상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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