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르기스스탄 출신 며느리 바키예바 누리자 씨의 시부모. |
키르기스스탄 출신 며느리 바키예바 누리자 씨의 시부모. |
한국 생활 3년차인 키르기스스탄 출신 며느리 바키예바 누리자 씨와 시아버지 손상선 씨와의 동구 세천동에서 만나 나누었던 인터뷰를 소개합니다.
-남편과 어떻게 처음 만나셨어요?
▲시아주버님이 키르기스스탄에 있는 세종학당에 계셨는데 가끔 세종학당에 방문했던 제가 마음에 드셨는지 한국에 있던 막냇동생을 소개해줬고, 키르기스스탄에서 첫 만남 후 8개월여 연락하면서 사랑을 키워나갔어요.
-아드님의 국제결혼을 처음에 어떻게 생각하셨고, 지금의 생각은 어떠신지요?
▲아들이 늦은 나이에 결혼했기 때문에 기쁘기도 했지만, 국제결혼이기 때문에 한국에 와서 잘 적응할지 걱정이 많았어요. 그렇지만 며느리가 워낙 싹싹하고 식구들에게도 잘하니까 지금은 모든 가족들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있어요. 이웃 사람들도 며느리 잘 얻었다고 칭찬을 많이 해요.
-두 분 모두에게 입국 초기 가정생활에서 가장 힘들었던 점과 극복 방법을 듣고 싶네요.
▲시아버지: 한국 생활 처음 얼마간은 의사소통에 불편이 있긴 했지만, 며느리가 동구다문화가족지원센터 한국어 수업을 열심히 들으면서 한국어가 빨리 늘었어요. 문화적인 차이로 본의 아니게 며느리를 울린 적도 있었는데 젊은 세대인 딸과 아들이 중간에서 서로의 입장을 잘 이해시켜서 넘어간 적도 있었어요. 제가 무뚝뚝해서 말로 표현을 잘하진 못 해도 다행히 며느리가 내 마음을 잘 이해해 주는 것 같아요.
▲누리자: 처음에 저는 한국의 날씨와 습도가 가장 견디기 힘들었어요. 제 고향은 습도가 낮거든요. 그리고 한식 식사도 적응이 힘들어서 한동안 빵을 주식으로 먹었어요. 지금은 김치찌개나 어머님 음식은 잘 먹는 편이에요. 저는 아빠가 어렸을 때 돌아가셔서 아빠 없이 자랐어요. 시아버님이 말은 별로 없으시지만 아이스크림과 과일 등 제가 좋아하는 것들을 챙겨 주시고 조용히 지켜봐 주세요. 아버님을 비롯해 모든 가족들의 사랑이 한국 생활을 견디게 하는 힘인 것 같아요.
-서로에게 고마운 점과 바라는 점이 있나요?
▲시아버지: 얼마 전에 아내(시어머니)가 아팠는데 혼자 와서 김치찌개를 끓여 놓고 가서 너무 기특했어요. 안부 전화도 하루에 한 번씩 하고 깔끔하게 살림 잘하는 것도 참 고마워요. 며느리에게 바라는 것은 지금 임신 5개월 차인데 앞으로 아이 낳아서 잘 키우고 부부가 마음 맞게 계속 행복하게 산다면 더 바랄게 없겠네요.
▲누리자: 저를 딸처럼, 손녀처럼 항상 예뻐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지금처럼 두 분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라요.
- 아버님, 행복한 가정생활을 위해 다른 다문화 가정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이 있으신가요?
▲시아버지: 큰 며느리가 언젠가 "먼 데서 시집 와서 타국에서 혼자 생활한다는 것이 얼마나 힘들까 생각을 하면 마음이 뜨거워져요"라고 말한 적이 있어요. 저희 식구들 다 그런 마음으로 며느리의 노력에 감사하고 칭찬하려고 해요. 또 '이제 한국 사람과 결혼했으니까 한국 문화를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라'고 강요하거나 간섭하지 않아요. 저희가 솔선수범하면서 며느리가 자연스럽게 배우게 하는 거죠.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아요.
카스모바 굴나즈(키르기스스탄), 이미경 명예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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