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대덕대 호텔외식서비스과 교수 |
과거에는 관광명소 위주로 여행했지만, 요즘 사람들은 자기 취향에 맞춰서 좀 더 마이크로 한 여행을 떠나곤 한다. 이에 발맞추어 여러 도시에서는 그 도시에서 특별하게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관광상품을 만들고 있다. 제주도의 경우, 여러 가지 술을 한 번에 맛볼 수 있는 '제주 주류' 여행, 제주의 다양한 음식재료를 활용한 음식을 즐기는 '미식 여행지'로서 주목받고 있다.
세계적인 관광 선진국들은 이미 오래전부터 음식문화를 관광자원으로서 그 가치를 인식하여 음식문화를 상품화하여 외래 관광객들에게 어필하고 있으며, 음식의 본고장에서는 식도락관광(gourmet tourism), 미식 관광(gastronomic tourism), 요리관광(culinary tourism), 농촌/도시 관광(rural/urban tourism)으로 음식을 여행의 보조적 측면이 아닌 관광객을 유인하는 문화자원으로 그 가능성을 높이 평가하고 음식을 관광 상품화하여 관광객 유치에 다각적인 노력을 시행하고 있다.
이렇듯 음식관광이 중요하게 여겨진 관광선진국과 달리, 그간 우리나라에서는 체계적인 음식관광에 대한 정책이나 전략이 미흡하여 관광상품으로서 그 가치가 제대로 인정되지 못하였고 활성화되지 못하고 있다. 단순히 몇몇 맛집을 브랜드화한 음식관광이 존재하고 있다. 이는 음식을 관광의 주요 자원으로 평가하기보다는 관광의 부수적인 요소로 여겨왔기 때문이다.
문화체육관광부와 한국관광공사(2018)가 시행한 '외래관광객 실태조사'에 따르면 외국인 상당수가 한국에서 쇼핑과 자연풍경, 그리고 음식/미식 탐방 등의 프로그램 참여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뿐만 아니라 외국인 방문객의 쇼핑 품목 중 식료품과 인삼/한약재, 그리고 김치는 항상 상위권 쇼핑 항목으로 포함되어 있으며, 한국음식에 대한 만족도 역시 매년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조사 결과는 앞으로 음식을 기반으로 한 체험, 축제, 식자재 쇼핑을 포함한 음식관광이 한국의 대표적인 문화관광 상품으로 성장 가능성이 있음을 내포하고 있다.
세계 최고 권위의 레스토랑 평가안내서인 '미슐랭(미쉐린 · Michelin)가이드 서울 편에서 2016년 첫 3 스타(별)를 받은 곳이 한식당인 '신라호텔 라연'과 '청담동의 가온'이다. 별 3개를 얻은 식당은 '요리가 매우 훌륭해 맛을 보기 위해 특별한 여행을 떠날 가치가 있는 식당'이라고 여겨진다. 한국은 2016년 서울편 발간으로 전 세계에서 28번째, 그리고 아시아에서는 4번째 미슐랭 가이드 발간 국가가 되었다. 이렇듯 한식이 한국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음식으로 자리 잡아 가고 있기에 식문화를 활용한 '미식 관광' 활성화는 그리 멀지 않아 보인다.
노스탤지어(nostalgia)는 '과거에 대한 감성적인 그리움'을 말하는데 '음식을 통한 노스탤지어'를 떠올리게 하는 건 어떨까? 방문한 국가에서, 도시에서 경험하고 기억된 음식이 정보로 저장되어 다시 그 음식을 접하고 싶은 감정을 일으키게 하거나 과거의 특별한 여행에 대한 기억을 떠올리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 나라, 도시를 다시 방문하고 싶은 욕구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면? 최근 영화 '극한직업'의 흥행과 더불어 수원이 '수원왕갈비통닭'을 먹기 위한 미식 여행가들의 성지가 되고 있다고 한다.
'미식'과 '감성'을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하여 '대전에서만 먹을 수 있는 특별한 음식'이거나 '저렴하지만 맛있고 스토리를 담고 있는 친근한 음식'을 활용한 미식 관광상품이 대전에서 활성화되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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