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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봄날의 슬픔의 역설. 그래서 더 가슴이 아릿해진다. '연분홍 치마가 봄바람에 휘날리더라/오늘도 옷고름 씹어 가며 산제비 넘나드는 성황당 길에/꽃이 피면 같이 웃고 꽃이 지면 같이 울던/알뜰한 그 맹세에 봄날은 간다~'. 눈부신 햇살 아래서 만남과 이별의 정서는 못견디게 서럽다. 달밤, 화사한 벚꽃이 바람에 눈처럼 휘날리는 정경은 왜 슬픔의 상념을 불러일으킬까.
허진호 감독의 영화 '봄날은 간다'에도 이 노래가 나온다. 주인공 상우(유지태)가 은수(이영애)에게 버림받고 상심해서 가슴아파할 때 할머니가 위로하며 하는 말이 있다. "떠난 여자와 버스는 잡는 게 아니란다." 봄은 느닷없이 왔다 서둘러 떠난다. 가장 빨리 가는 계절이다. 봄은 변덕스럽고 종잡을 수 없다. 사랑도 그렇다. 봄날처럼 인생은 가고 사랑도 간다. 감독은 상우 할머니를 통해 죽음을 언급한다. 살고 죽는 것은 자연의 이치인 것을. 깨끗이 다려놓은 한복을 농에서 꺼내 차려입고 봄 햇살이 눈부시게 내리쬐는 길을 나선다. 양산을 쓰고 천천히 내려가며 뒤를 한번 돌아보고 천천히 내려간다. 죽음도 받아들여야 하는 인생. 그때 '봄날은 간다'가 트럼펫(?) 연주로 아련하게 흐른다. 삶은 이다지도 아쉽고 서글픈가.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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