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아가라

  • 오피니언
  • 편집국에서

[편집국에서] '눈이 부시게' 오늘을 살아가라

  • 승인 2019-04-02 10:00
  • 서혜영 기자서혜영 기자
나나
얼마전 드라마 '눈이 부시게'가 인기리에 종영했다. 처음엔 그저 '시간여행'을 다룬 드라마라고 생각했다. 20대 여성(한지민)이 어느날 갑자기 70대 할머니(김혜자)가 되면서 벌어지는 다소 황당해 보이는 이야기. '20대의 감성을 가진' 70대 혜자의 좌충우돌 생활기는 노년의 삶에 대해서도 담담하지만 사실적으로 그려냈다. 자신의 생각과는 달리 마음대로 움직이지 않는 몸, 한평생 자식들과 가족을 위해 헌신했지만 자식에게 부담을 주는니 죽는게 낫다는 노인들의 대화는 고령화가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는 현실에서 많은 생각을 하게끔 했다.

소소한 재미들로 한 회 한 회 드라마를 보던 중, 충격적 반전이 드러났다. 사실 70대 혜자는 '시간여행자'가 아닌 알츠하이머에 걸린 환자였던 것이다. 그제서야 그동안 다소 황당하게 느껴졌던 설정들이 이해되기 시작했다. 의족을 한 채 경비일을 하며 힘겨운 삶을 살아가는 혜자의 아빠는 사실 아들이었다. 기억을 잃어가며 자신을 "아빠"라 부르는 70대 노모와 그녀를 바라보던 측은한 아들의 눈빛. 요양병원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노인들과 그들을 돌보는 가족들의 삶. 드라마의 내용은 내 주변에서 흔히 일어나고 있는, 그리고 누구나 겪을 수 있는 냉정한 현실이었다.

사랑했던 남편을 고문으로 잃고 하나 남은 아들마저 사고로 다리를 잃은 혜자의 삶은 객관적 시선으로는 '불행한 삶'이었다. 하지만 기억을 점점 잃어가는 혜자는 "언제가 가장 행복했냐"는 아들의 질문에 "대단한 날은 아니고 나는 그냥 그런 날이 행복했다"고 이야기한다. 밥솥에 밥을 앉히고, 아장아장 걷는 아이의 손을 잡고, 노을이 지는 풍경을 바라보는 그저 그런 날들이 행복했다고.

우리에겐 날마다 소중한 시간이 주어지지만 너무나 평범해서 그 소중함을 모르고 지나칠 때가 많다. 학창시절엔 날마다 가야하는 학교가, 공부가 하기 싫었지만 지금의 나는 안다. 그 때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행복하고 빛났던 순간인지를. 우정과 사랑, 이런저런 고민들로 눈물짓던 10~20대는 지금은 웃을 수 있는 좋은 추억이 됐다. 아이를 낳고 나서는 육아로 힘들었지만 지금은 안다. 그때가 얼마나 소중했는지를….



얼마 전 워킹맘인 지금이 너무 힘들다고 친정엄마에게 투정을 부렸다. 엄마역시 30대 시절 나와 동생을 학교에 보내고 일을 하며 '일주일만 어디로 떠나고 싶었었다'고 이야기했다. 하지만 엄마는 지금 생각해보니 그 때가 가장 그립고 행복했다고 한다. 기억을 잃어가는 주름진 얼굴의 혜자는 마지막으로 이렇게 이야기했다. "삶이 한 낯 꿈에 불과하다지만 그럼에도 살아서 좋았습니다. 또 별거 아닌 하루가 온다 해도 인생은 살 가치가 있습니다. 후회만 가득한 과거와, 불안하기만 한 미래 때문에 지금을 망치지 마세요. 오늘을 사랑하세요. 눈이 부시게."

서혜영 편집부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2.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3. [사설] 교육공무직·철도노조 파업 자제해야
  4.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5. 충남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추진 속도 높인다
  1.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2. [사설] 어이없는 계엄령, 후유증 최소화해야
  3. 대전·충남 법조계, "비상계엄 위헌적·내란죄 중대 범죄" 성명
  4. 윤 대통령 계엄 선포 후폭풍
  5. 전교조 대전지부 "계엄 선포한 윤석열 정부야말로 반국가 세력"

헤드라인 뉴스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韓 “계엄 옹호 않지만, 탄핵안 통과 안돼… 탈당은 재차 요구”

국민의힘 한동훈 대표는 5일 “국민과 지지자들의 피해를 막기 위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이 통과되지 않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그렇다고 위헌적인 계엄을 옹호하려는 건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윤 대통령의 탈당을 재차 요구했다. 한 대표는 이날 오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에서 "이미 어제 이전으로 돌아갈 수 없고 국민께서도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럼에도 국민의 삶은 나아져야 하고 범죄 혐의를 피하기 위해 정권을 잡으려는 세력은 또 막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당 대표로서 이번 탄핵은 준비 없는 혼란으로 인한 국민과 지지..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