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객기부리다 큰일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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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객기부리다 큰일 난다

  • 승인 2019-03-31 20:05
  • 신문게재 2019-04-01 22면
  • 이성희 기자이성희 기자
이성희
얼마 전 해외연수 당시에 겪은 일이다. 보딩을 끝내고 자리에 앉아 이륙을 기다리고 있는데 우리 바로 뒷자리에 70대 정도의 노인이 앉았다. 노인은 자리가 좁고 불편한지 계속 투덜되더니 급기야 우리 좌석의 팔걸이에 다리까지 올렸다. 정중히 내려줄 것을 요구하니 이내 다리는 내렸다.

몇 분후 비행기는 이륙했고 얌전히 앉아 있던 그 노인은 안전벨트 표시등이 꺼지지도 않았는데 자리에서 일어났다. 놀란 승무원은 "앉아계세요"라고 외치며 그 노인의 다음 행동을 제지시켰다. 주변에 앉은 사람들도 심상치 않은 그 노인을 주목하기 시작했다.

비행기가 안정권에 접어들자 노인은 우리의 앞자리가 텅 비어 있는 걸 보고 그 자리로 이동했다. 일등석이 아닌 이상 불편한 자리는 매 한가지. 자리를 옮긴 노인은 급기야 세 자리를 차지하며 누웠다. 잠을 청하려는 것처럼 보였다.

그러나 잠시 뒤 일어난 노인은 면세로 사온 양주의 뚜껑을 따더니 미리 준비한 요플레 잔으로 몰래 술을 마시기 시작했다. 일행으로 보이는 사람들도 불러 은밀히 마시기 시작했다. 남들한테 크게 피해를 주지 않아 신경을 끄기로 했다.



그렇게 얼마간의 시간이 흐른 후 술에 취한 노인은 다시 자리를 차지한 채 잠이 들었다. 머리는 창쪽으로 다리는 통로쪽으로 잠이 든 노인은 급기야 통로까지 다리를 뻗었다. 화장실을 이용하는 다른 사람들은 노인의 다리 앞에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승무원만 찾았다. 승무원의 제재로 뻗은 다리는 접었지만 이번에는 바닥에 침을 뱉기 시작했다.

주변에 있던 대부분의 사람들은 눈치를 채지 못했거나 설령 알았다 하더라도 술 취한 노인의 행동 정도로 생각하고 신경을 쓰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그 후에 발생했다. 잠시 자리를 비운 노인이 돌아오는데 낯익은 담배냄새가 풍겼다. 화장실에서 담배를 피운 모양새다. 노인이 걸어오며 풍긴 담배냄새를 맡았는지 뒤쪽에서 수군거리는 소리도 들리기 시작했다. 뒤를 돌아보니 화장실 앞에는 승객이 들어가지 못하고 안절부절하는 모습이 보였다. 아마도 담배냄새에 당황한 듯해 보였다.

이내 승무원에게 항의가 들어갔고 승무원들은 승객들의 제보에 잠을 자던 노인을 일으켜 세웠다. "할아버지 담배 피우셨어요?" 승무원의 질문에 노인은 "나 담배 안펴"라고 대답했고 재차 승무원이 "진짜 안 피우세요?"라고 물어보자 "가끔 펴"라며 대답했다. 다시 승무원이 "그럼 제가 입 냄새 좀 맡아도 될까요?"라고 하자 노인은 아무 말도 안하고 고개만 저을 뿐이었다.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그 후 노인은 비행기가 착륙할 때 까지 조용했다. 목적지에 도착해서 그 노인과 일행은 조사를 받으러 먼저 내렸다.

비행기에서 흡연은 금지사항이다. 남녀노소가 이용하는 여객기라 간접흡연에 노출될 수 있고 무엇보다 화재발생을 없애기 위함이다. 비행기 사고는 대부분 엄청난 인명피해를 동반한다. 물론 노인의 몸으로 처음 타는 비행기에 좁고 답답한 장거리 여행이 힘들 수 있다는 건 안다. 하지만 자칫 다수의 목숨까지 위험해 빠뜨릴 수 있는 객기는 부리지 말아야 한다. 객기부리다 큰일 난다. 미디어부=이성희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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