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세상에 필요치 않은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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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세상에 필요치 않은 것은 없다

  • 승인 2019-03-29 09:54
  • 수정 2019-03-29 10:04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양동길

우리나라 사람이 가장 즐겨하는 놀이중 하나가 화투놀이 아닐까 합니다. 심심풀이로 혼자 ‘운수 떼기’, ‘재수보기’, ‘숫자 맞추기’를 하였습니다. ‘민화투’, ‘삼봉(육백)’, ‘섰다’, ‘도리짓고땡’, ‘뽕’, ‘나이롱뽕’, ‘월남뽕’, ‘고스톱’ 등 방법도 다양합니다.

 

제일 즐기는 것이 고스톱으로 보입니다. 지역이나 모임에 따라 규칙이 틀립니다. 정치나 사회상황에 따른 재미있는 경기 규칙도 다수 있습니다. 경기 전에 함께 하는 사람이 서로 합의하여 규칙을 정합니다. 신사적이지요. 그러나 모든 내용을 논하고 정해서 경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여타 운동 경기 할 때 필요에 따라 몇 가지 규칙을 바꾸어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정하지 않은 것은 관례나 세계 규정에 따르는 것이지요. 하지만, 앉은 자리에서 모든 규칙을 점검하지 못합니다. 공통된 규정도 없었습니다. 관례마저 서로 다르다 보니 분쟁이 곧잘 일어납니다.

 

꽤 오래전, 주간지에 제법 잘 알려진 문학평론가가 고스톱 통일안을 제시한 적이 있습니다. 기왕 즐기고자 하는 것 싸우지나 말자는 취지였습니다. 수긍이 가는 내용이 많아 흥미진진하게 읽었던 기억이 납니다. 그런 글을 올릴 수 있는 용기에도 박수를 보냈습니다. 허접한 그 이야기가 온라인 고스톱 게임을 만드는데 기준이 된 것으로 보입니다.

 

온라인 고스톱 게임이 만들어진 초창기, 대부분 사이트가 무료로 운영하였습니다. 즐기는 사람이 워낙 많아 대거 광고가 붙을 것이라 생각한 게지요. 게임 로직은 어려운 것이 아니었습니다. 디자인도 신경 쓸 필요가 없었지요. 프로그램도 쉽게 만들 수 있었습니다. 온라인 고스톱 게임을 즐기는 사람이 백수라 짐작했지요. 게임에 집중하다보면 광고 보기가 어려울 것으로 판단했어요. 광고가 붙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습니다. 그 판단은 크게 틀리지 않았던 것 같아요. 사이트마다 광고가 없었습니다. 당연히 수입이 없었지요. 그런데 게임을 즐기는 사람은 백수가 아니었습니다. 틈새시간, 휴식시간, 일과 후, 시간만 있으면 엄청난 사람이 고스톱 게임을 즐겼습니다. 누구에게나 휴식과 놀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간과했습니다.

 

수입이 없던 운영회사들이 궁여지책을 마련했습니다. 사용자 캐릭터의 의상이나 장신구 등을 판매하였지요. 수입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시간당 사용료를 받는 것으로 운영방법을 바꾸었습니다. 회사마다 다르지만, 8시간에 1천 원 정도 부과했습니다. 염려와 달리 이용자가 전혀 부담으로 느끼지 않았습니다. 회원 수나 이용시간 변동이 미미했습니다. 1천 원이라 하니 적은 금액으로 생각했던 모양입니다. 실은 적은 금액이 아니었습니다. 대부분 50만 이상을 회원으로 두고 있었는데요. 계산해 보십시오. 재정이 탄탄한 회사로 거듭났습니다. 이후 변화는 알지 못합니다.

 

오래 된 기억입니다. 마을마다 도박을 즐기는 사람이 있었지요. 도박을 주선하고 장소를 제공하는 사람이 있었습니다. 주위 사람을 유혹했지요. 땅문서, 집문서 잡고 돈을 빌려주었습니다. 가담한 주위사람 대부분 돈 잃고 패가방신敗家亡身 하였지요. 도박 빚 갚느라 수년을 무임금 노동하는 경우도 보았습니다. 농한기마다 그러기를 반복하니 가정생활이 엉망이었습니다. 엄청난 폐해였습니다. 놀이는 어느 시대고 있었습니다. 내기도 마찬가지지요. 내기 놀이가 흥미를 더하는 것은 분명해 보입니다.

 

 

더 오래 전에는 어땠을까요? 예전에도 다르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김득신의 그림 <밀희투전(密戱鬪錢, 화첩 종이에 담채, 22.5 x 27.2 cm, 간송미술관 소장, 鬪牋圖라고도 함)>을 볼까요.

 

투전鬪牋은 일부가 기록으로만 전한답니다.

 

‘돌려대기’는 화투의 ‘도리짓고땡’과 비슷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모두 할 줄 아는 사람은 없다 합니다. 투전중인 방안풍경이 오늘날 화투판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놀이하는 곳에 술상이나 다과가 필요하지요. 개다리소반에 안주가 없는 것으로 보아 술상은 아닌가봅니다. 요즈음과 다르게 요강과 타구(唾具, 가래나 참을 뱉는 그릇)로 보이는 용기가 옆에 있군요. 밖에 나갈 겨를이 없나 봅니다. 도박판 필수 용구랄까요, 당시 풍속화에 빈번하게 등장하는 담뱃대를 비롯한 흡연도구가 보이지 않습니다.

 

오히려 특별합니다. 창문 명암처리를 보고 동창이 밝아 오는 것이라 읽는 감상자가 많더군요. 따라서 밤을 꼬박 지새운 것으로 상상합니다. 하지만, 등잔불이 보이지 않습니다. 대낮에 남모르는 은밀한 곳에 둘러앉아 놀이를 즐기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4사람이 둘러앉아 투전에 열중입니다. 패를 들고 판에 열중인 모습이 방안을 압도합니다. 필치 하나하나로 살아나는 긴장된 표정과 신중한 자세가 참 절묘합니다. 안경 낀 사람은 조급한 모양입니다. 도박판을 타고 앉았습니다. 좀 더 자세히 들여다보십시오. 각자가 처한 상황이 읽히지 않나요? 바닥에 엽전을 꺼내 놓고 하지는 않았나 봅니다. 허리춤에 돈주머니만 보입니다.

 

투시도법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조선 풍속도에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입니다. 같은 공간에 있으면 동일한 사물은 동일한 크기로 그립니다. 다른 공간으로 옮겨가야 크기를 달리합니다. 그렇더라도 뒤에 있는 두 사람 얼굴이 더 크고 자세하게 그려졌습니다. 강조하고 싶었을까요? 아마 고발하고 싶은 사람이 있었던 모양입니다.

 

놀이는 인간의 모든 신체적, 정신적 활동을 말합니다. 생존 활동을 제외한 작은 의미의 놀이도 엄연한 삶의 한 부분입니다. 생활의 활력소요, 창조의 근원입니다. 다만, 조화롭게 적절히 할 일입니다. 잠시의 지나침으로 일생을 망치는 일은 없어야 하겠습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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