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직선처럼 싱그러운 니체의 詩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직선처럼 싱그러운 니체의 詩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김재혁 옮김│민음사

  • 승인 2019-03-28 07:31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네 가슴 속의 양을 찢어라
 민음사 제공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프리드리히 니체 지음│김재혁 옮김│민음사



생각해보면 위대한 모든 것들은 한때 죄악이었다. 노예가 생각하는 것도 흑인이 학교에 가는 것도 여성이 투표하는 것도 역사의 한때에는 모두 죄였다. 그러나 그는 죄를 범하게 될까봐 위축되는 대신 "새로운 죄로 / 과거의 죄를 지워버리는 거죠."(「경건한 베파」)라고 외친다.

―진은영(시인),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추천의 글에서





착하고 여린 것이 주는 편안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있다. 사람들은 위안이 필요할 때 흔히 온유한 시의 언어로 돌아가 이러한 애틋함을 즐긴다.

그러나 니체는 이러한 기대에 맞서 마치 산 정상에 부는 것 같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차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날려버린다. 그는 소위 "세상의 지혜"라는 것이 얼마나 미만한 것인지 비웃는다. 그 대신 더 높은 곳으로 뛰어, 끝내 "포겔프라이"의 뜻처럼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상승의 쾌감을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36번으로 출간된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에는 직선처럼 싱그럽고 발랄하며 직관적인 작품들이 담겼다. 10대 소년 시절의 '청춘 시절의 시'부터 정신적 암흑기에 들어섰던 1889년 직전의 '디오니소스 송가'까지, 대표시를 선별해 총 5부로 구성했다.

니체는 열 살 남짓한 어린 시절부터 시를 썼고, 글을 쓸 수 있던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시인이었다. 니체에게 시 쓰기는 사유하기와 같은 의미였고, 철학적 사유 자체가 하나의 시적 성찰이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가장 직관적이고 명료한 형태, 즉 시로 풀어냈다.

니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이기도 한 진은영 시인은 이번 시선집에 더한 추천의 글에서 니체 시가 개시하는 단 하나의 정언명령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친밀하고 익숙한, 그래서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살해하는 순간 시작되는 진정한 삶에 대한 사랑과 예술의 시선집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5.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