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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드리히 니체 지음│김재혁 옮김│민음사
생각해보면 위대한 모든 것들은 한때 죄악이었다. 노예가 생각하는 것도 흑인이 학교에 가는 것도 여성이 투표하는 것도 역사의 한때에는 모두 죄였다. 그러나 그는 죄를 범하게 될까봐 위축되는 대신 "새로운 죄로 / 과거의 죄를 지워버리는 거죠."(「경건한 베파」)라고 외친다.
―진은영(시인),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추천의 글에서
착하고 여린 것이 주는 편안한 슬픔과 아름다움이 있다. 사람들은 위안이 필요할 때 흔히 온유한 시의 언어로 돌아가 이러한 애틋함을 즐긴다.
그러나 니체는 이러한 기대에 맞서 마치 산 정상에 부는 것 같은, 정신이 번쩍 들도록 차고 매서운 겨울바람을 날려버린다. 그는 소위 "세상의 지혜"라는 것이 얼마나 미만한 것인지 비웃는다. 그 대신 더 높은 곳으로 뛰어, 끝내 "포겔프라이"의 뜻처럼 '새처럼 자유롭게' 날아오르는 상승의 쾌감을 노래한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36번으로 출간된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에는 직선처럼 싱그럽고 발랄하며 직관적인 작품들이 담겼다. 10대 소년 시절의 '청춘 시절의 시'부터 정신적 암흑기에 들어섰던 1889년 직전의 '디오니소스 송가'까지, 대표시를 선별해 총 5부로 구성했다.
니체는 열 살 남짓한 어린 시절부터 시를 썼고, 글을 쓸 수 있던 거의 마지막 순간까지 시 창작을 멈추지 않았던 시인이었다. 니체에게 시 쓰기는 사유하기와 같은 의미였고, 철학적 사유 자체가 하나의 시적 성찰이었다. 그는 자신의 철학과 사상을 가장 직관적이고 명료한 형태, 즉 시로 풀어냈다.
니체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은 철학자이기도 한 진은영 시인은 이번 시선집에 더한 추천의 글에서 니체 시가 개시하는 단 하나의 정언명령을 정확하게 짚어낸다. "네 가슴속의 양을 찢어라." 친밀하고 익숙한, 그래서 사랑하는 모든 것들을 살해하는 순간 시작되는 진정한 삶에 대한 사랑과 예술의 시선집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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