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도시공사 KPIH 출자자 검증 왜 안하나

건축허가 후 소유권 넘어가면 손쓰기 힘들어
지역 경제계 "사업 투명성 위해 꼭 필요"

대전 유성복합터미널 조감도

대전시와 대전도시공사가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시행자인 KPIH(대표 송동훈)의 출자자 검증에 손을 놓고 있으면서 사업이 제대로 진행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KPIH의 자본금도 부실한 것도 불안을 키우는 이유지만, 출자자 변경이 이뤄진 것에 대해 도시공사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본계약 체결 후 600억원에 달하는 토지매매대금의 10%인 협약이행 보증금(59억4000만원)을 '지각 납부'했다. 당시 5명이 이 금액을 나눠 냈는데 이 사람들이 '투자자'라는 이름으로 사업에 관여하고 있었다.

계약금 성격의 이행보증금 입금자 등에 대한 취재가 들어가자 대전도시공사는 KPIH 측 대전지역 실무담당자에게 직접 파악하라며 연락처를 알려 왔다. 그는 최초 계약 때는 없었던 인물이고, 단순 실무 담당자가 아니라 출자자였다.

출자자가 변경됐다는 얘기는 KPIH의 지분율이 바뀌었고, 이는 최초 계약이행 조건이 달라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2017년 공모 당시 유성복합터미널 공모지침서에 따르면, 사업시행자는 '출자자 구성 및 지분율 계획'에 대해서 제출하게 돼있다. 그런데도 대전도시공사는 KPIH 지분구조 변경에 대해서는 제대로 확인조차 하지 않고 있었다.

이에 대해 도시공사 관계자는 "공모지침에 따라 시행자가 컨소시엄일 경우엔 구성원 지분율을 통보할 의무가 있지만, KPIH는 1개 법인이기 때문에 공사에 알려줄 의무는 없다"고 답변했다.

하지만 사업이 정상적으로 진행되려면 투명성 확보가 전제돼야 한다. 시행자가 잔금을 치르고 땅에 대한 소유권이 넘어가고 나면 그때는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어서다.

도시공사 고위 관계자는 "민간자본으로 PF를 일으켜 하는 사업이라 시행사의 자본금과는 상관이 없다"면서 "사업 추진은 주주가 하고 PF가 일어나면 금융권에서 재무적인 것을 담당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랜 숙원사업이고 민간사업자가 개발할 수 있도록 했으니 공사입장에서는 사업이 잘 진행될 수 있도록 행정 절차를 지원해야 한다"고 했다.

그렇지만 지역 경제계 의견은 달랐다.

지역 개발업계 한 인사는 "일단 짓고 보자는 태도로 해선 안된다. 제대로 잘 짓는 것이 중요하다. 그러자면 각종 제기되고 있는 의혹들에 대해서는 깔끔하게 공개하고 털고 가는 것이 좋다"며 "지분구조 변경과 투자자들과의 계약관계 등을 분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수차례 공모에도 사업자를 찾지 못했던 유성복합터미널 사업은 2017년 공모에서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던 하주실업과 계약이 결렬됐고, 이어 후순위 업체인 KPIH와 우여곡절 끝에 지난해 5월 본계약을 체결했다.

사업지는 유성구 구암동 일원으로 지하 1층~지상 1층에는 여객터미널이, 2·3층에는 판매시설이 들어설 계획이다. 4층부터 10층까지는 오피스텔 721가구가 조성된다. 개발이익이 최대 4000억원까지도 예상되며 관련 사업비는 무려 1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원영미·조훈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