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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간다 말도 못다 하고 가는가
어느 가을 이른 바람에 이에 저에
떨어질 잎 다이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누나 아으
미타찰(彌陀刹)에서 만날 내 도닦아 기다리리다.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 월명사가 지은 향가다. 이것은 월명사가 죽은 누이의 명복을 비는 노래다. 한 가지에 나고 가는 곳 모르는 것이 죽음이다. 누구에게나 죽음은 예정돼 있는 것. 다 알고 있지만 막상 가족의 죽음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이렇게 쉽게 갈 수 있는가. 삶과 죽음은 한 끗 차이인 것을. '나는 간다 말도 못다 하고 가는가'.
탄생의 신비를 만끽하는 봄밤 어느 날의 죽음은 형용할 수 없다. 깊은 밤 갑작스럽게 울리는 전화 벨 소리. 다급히 전하는 가족의 죽음을 알리는 목소리. 막막한 어둠을 헤치고 들어선 병원의 크레졸 냄새가 죽음의 냄새로 전이된다.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언니의 무표정한 얼굴이 낯설어 고통의 질감을 느낄 수 없다. 멀리서 아련하게 들리는 자동차의 경적소리에 비로소 언니의 죽음을 실감한다. 창밖엔 희뿌연하게 새벽이 온다. 죽고 사는 길이 여기에 있었다.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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