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괄목상대(刮目相對)의 교훈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예공론] 괄목상대(刮目相對)의 교훈

병역명문가 염재균/수필가

  • 승인 2019-03-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괄목상대(刮目相對)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상대를 대한다는 뜻으로, 상대방이 자기가 알던 그 사람이,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변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라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대한다는 말이다. 옛날에 어렸을 때는 배우지 못해 남들이 알아주지 못했으나 어떠한 계기를 기회로 삼아 학식이나 재주를 갈고 닦아 훌륭해진 모습으로 변해 상대방이 다시 보며 대한다는 의미의 '괄목상대'는 시민대 재미 있는 고사 성어(지도교수: 장상현)반에서 배웠다.

삼국지 오서 여몽전(三國志 吳書 呂蒙傳)에 나오는 이야기로 오나라의 군주인 손권(孫權)과 장군 여몽(呂蒙)의 학문을 위한 노력의 일화에서 시작된다.

『오(吳)나라의 장군 여몽(呂蒙)은 글공부는 한 적이 없었다. 어느 날 손권(孫權)이 여몽과 장흠(藏欽)에게 공부를 하라고 권면(勸勉)하는 말을 하자 여몽이



"군중(軍中)의 많은 업무도 힘든데 책 읽을 짬이 날지 모르겠습니다."라고 답하자 손권의 훈계(訓戒)가 이어졌다.

"이제 와 경이 박사가 되기를 바라겠는가? 그저 옛일을 두루 알길 바라오. 경이 일이 많다 하는데 나만 하겠는가? 나는 어린 시절 《역경》을 제외하고 《시경》, 《서경》, 《예기》, 《춘추좌씨전》, 《국어》, 《춘추외전》을 보았소. 형 손책(孫策)의 뒤를 이은 후로도 삼사인 《사기》, 《한서》, 《동관한기》와 여러 병서를 살핀 것이 많은 도움이 되었소. 두 사람은 머리가 좋아 일단 공부하면 빠르게 익힐 텐데 어찌 하질 않는가? 어서 《손자병법》, 《춘추좌씨전》, 《국어》와 삼사를 읽어야 하오. 공자께서도 '종일 먹지도, 자지도 않고 사색하는 것은 무익하며 배우는 것보다 못하다."하였소. 광무제(光武帝)는 군무를 보면서도 손에서 책을 놓지 않았고, 조조(曹操) 역시 늙어서도 배움이 좋다 하였소. 그런데 경은 왜 노력을 안 하는가?"

여몽이 비로소 학업에 열중해 그 경지(境智)가 옛 학자들을 뛰어 넘었다.

주유가 죽은 후, 주유를 대신하여 도독(都督)이 된 노숙(魯肅)이 육구(陸口)로 가는 길에 여몽의 군영을 지나게 되었다. 노숙은 마음속으로 여전히 여몽을 경시(輕視)하고 있었는데, 어떤 사람이 노숙을 설득했다.

"여장군의 공명이 나날이 빛나고 있으니 마음대로 대하면 안 됩니다. 가서 보는 게 좋겠습니다." 노숙은 여몽을 찾아갔다. 술자리가 한창일 때 여몽이 노숙에게 말했다.

"당신은 중책을 받아 관우와 이웃하게 되었는데, 어떤 계략(計略)으로 예기치 않은 상황에 대비하고 있습니까?" 그러자 노숙은 엉겁결에 대답했다.

"때에 임하여 적당한 방법을 택할 것이오." 여몽이 말했다.

"지금 동쪽(吳)과 서쪽(蜀)은 한 집안이지만, 관우는 사실 곰이나 호랑이 같은 사람입니다. 계획을 어찌 미리 정하지 않을 수 있습니까?" 그리고 노숙을 위해 다섯 가지 계책을 그렸다. 노숙은 이때에 자리를 넘어가 여몽에게 가까이 가서 그의 등을 치며 말했다.

"여자명(呂子明, 여몽), 나는 그대의 재략(才略)이 이 수준까지 미쳤는지 몰랐소." 노숙이 여몽의 등을 토닥거리며 말했다.

"나는 이제껏 그대가 무술만 아는 줄 알고 있었는데, 지금 보니 그대의 학문이 뛰어난 것이 이미 옛날 오(吳) 지역의 시골구석에 있던 아몽(阿蒙)이 아니구려." 여몽이 말했다.

"선비는 모름지기 여러 날을 떨어져 있다가 만나면 눈을 비비고 다시 봐야할 정도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상대방의 학식이나 재주가 놀랄 만큼 현저히 향상될 때에 눈을 비비고 다시 보며 대한다는 괄목상대라 할 수 있는 인물이 고구려의 평강왕 때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바보온달을 들 수 있다.

천하 바보처럼 보였지만 심성이 착해 가난함에도 어머니를 극진히 모시고 사는 온달은 우여곡절 끝에 지혜롭고 총명한 아내인 평강공주를 만나 신분이 부마(駙馬)로 급상승함과 동시에 아내인 공주의 적극적인 지원으로 글을 배우고 무예를 익혀 예전과는 다른 용맹스러운 장군이 되어 전쟁 시 앞장서서 많은 공을 세워 백성들이 우러러 보았다는 이야기가 있다.

우리는 어떠한 일을 하든 목표를 설정한 뒤 계획을 세워 충분한 검토와 실행가능여부를 판단한 후에는 성취하겠다는 도전정신(挑戰情神)과 중도에 포기하지 않는 실천의지를 가져야 한다. 모든 일은 집중(集中)하여 노력하면 이루지 못하는 것이 거의 없을 것이다. 목표를 성취했다고 해서 자만(自慢)에 빠지지 말고 계속해서 노력한다면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지만, 그 반대로 더 이상의 노력을 하지 않는다면 모두의 기억 속에서 사라지고 나락(奈落)의 길로 빠지게 된다.

豪釐之差 千里之繆(호리지차 천리지류)

처음에는 터럭만큼의 차이가 나중에는 천리만큼 멀어진다는 뜻으로, 시작하는 시점에서는 별 차이가 없지만 노력을 계속하느냐, 도중에서 멈추거나, 다른 길로 빠지거나 시작도 하지 않는다면, 나중에는 엄청난 차이를 보인다는 말이다.

남의 학식(學識)이나 재주에 놀랄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적의식을 갖고 남으로부터 존경받을 수 있도록 배전(倍前)의 노력을 계속한다면 나 자신이 괄목상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병역명문가 염재균/수필가

6-염재균 수필가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세종시 50대 공직자 잇따라 실신...연말 과로 추정
  2. [취임 100일 인터뷰] 황창선 대전경찰청장 "대전도 경무관급 서장 필요…신종범죄 강력 대응할 것"
  3. [사설] 아산만 순환철도, ‘베이밸리 메가시티’ 청신호 켜졌다
  4. [사설] 충남대 '글로컬대 도전 전략' 치밀해야
  5. 대전중부서, 자율방범연합대 범죄예방 한마음 전진대회 개최
  1. 현대프리미엄아울렛 대전점, 중부권 최대 규모 크리스마스 연출
  2. 경무관급 경찰서 없는 대전…치안 수요 증가 유성에 지정 필요
  3. 이장우 "임계점 오면 충청기반 정당 창당"
  4. 연명치료 중에도 성장한 '우리 환이'… 영정그림엔 미소
  5. 김정겸 충남대 총장 "구성원 협의통해 글로컬 방향 제시… 통합은 긴 호흡으로 준비"

헤드라인 뉴스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대전 자영업은 처음이지?] 지역상권 분석 18. 대전 중구 선화동 버거집

자영업으로 제2의 인생에 도전하는 이들이 늘고 있다. 정년퇴직을 앞두거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자신만의 가게를 차리는 소상공인의 길로 접어들기도 한다. 자영업은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나 메뉴 등을 주제로 해야 성공한다는 법칙이 있다. 무엇이든 한 가지에 몰두해 질리도록 파악하고 있어야 소비자에게 선택받기 때문이다. 자영업은 포화상태인 레드오션으로 불린다. 그러나 위치와 입지 등을 세밀하게 분석하고, 아이템을 선정하면 성공의 가능성은 충분하다. 이에 중도일보는 자영업 시작의 첫 단추를 올바르게 끼울 수 있도록 대전의 주요 상권..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행정통합, 넘어야 할 과제 산적…주민 동의와 정부 지원 이끌어내야

대전과 충남이 21일 행정통합을 위한 첫발은 내딛었지만, 앞으로 넘어야 할 산도 많다는 지적이다. 대전과 충남보다 앞서 행정통합을 위해 움직임을 보인 대구와 경북이 경우 일부 지역에서 반대 목소리가 나오면서 지역 갈등으로 번지고 있는 모양새다. 대전과 충남이 행정통합을 위한 충분한 숙의 기간이 필요해 보이는 대목이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21일 옛 충남도청사에서 대전시와 충남도를 통합한 '통합 지방자치단체'출범 추진을 위한 공동 선언문을 발표했다. 대전시와 충남도는 1989년 대전직할시 승격 이후 35년 동안 분리됐지만, 이번 행정통..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 3·8민주의거 기념관 개관…민주주의 역사 잇는 배움터로 운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