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병수 충남대 평화안보대학원장 |
2004년 국가균형발전을 위해 각 광역시·도마다 혁신도시를 하나씩 지정해 공공기관을 지방으로 이전했다. 그 당시 정부는 세종시가 만들어지면 인구와 자본이 서울에서 세종시로 대거 이동하면서 그 효과가 대전과 충남으로 확산할 것으로 판단해 대전과 충남에 혁신도시를 제외했다.
그러나 이러한 판단은 중대한 정책적 미스로 밝혀지고 있다. 세종시가 건설되면서 서울과 수도권에서 유입해야 할 인구가 오히려 대전과 충남, 그리고 충북에서 유입됐고, 그동안 충남에서는 약 10만명, 대전에서 약 7만명이 세종시로 유출됐다. 대전에서 세종시로 한 달에 약 1000여명이 유출된다고 한다. 인구가 수도권에서 세종시로 대부분 유입될 것으로 가정한 정부의 잘못된 예측과 정책 실패로 세종시는 대전·충청권의 인구와 자본 유입의 블랙홀이 되어가고 있다.
그런데도 "혁신도시를 마구 늘려놓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라고 언급한 국무총리의 부정적 발언이나 대전·충남을 포함하는 혁신도시법의 개정이 계속 미루어지는 것을 보면 '혁신도시 시즌2'에서도 대전과 충남을 사실상 배제하고 있다. 잘못된 예측과 정책적 오류가 있으면 솔직하게 시인하고 즉시 바로잡는 것이 국가를 위한 선(善)이다.
대전 원도심과 충남 내포신도시에 혁신도시를 지정해야 하는 또 다른 이유가 있다. 혁신도시 지정 이후 기존 도시 안이나 인접해 지정된 혁신도시는 원래의 목표와 방향대로 잘 진행되고 있지만, 기존도시와 멀리 떨어져 건설된 혁신도시는 도시 자체의 형성이 어려울 뿐만 아니라 주위 도시의 인구유출로 인해 기존도시를 황폐화하는 결과도 가져오고 있다. 대전의 경우도 원도심은 신도심의 건설로 쇠퇴하다가 세종시로 인구가 유출되면서 결정적인 타격을 받았다. 2004년 이후 각 광역지방자치단체에 하나씩 만들어진 혁신도시는 중앙정부의 할거주의로 말미암아 많은 경우 주위 도시와 멀리 떨어져 홀로 '육지의 섬'처럼 남아있다. 학교와 문화시설 등을 포함하는 지역 어메니티가 이미 갖추어진 기존 도시 안이나 인접해 혁신도시가 만들어졌다면 혁신도시별 클러스터의 형성은 물론이고 이주 공공기관들의 가족들이 큰 망설임 없이 이주했을 것이다.
그러므로 '혁신도시 시즌2'에서는 세종시 효과라는 잘못된 정책적 판단을 바로잡고 '육지의 섬'이라는 오명을 씻어내면서 성공적인 혁신도시의 지정과 입지를 보완하는 정책이 제시돼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보면 중앙정부가 할거주의 사고방식에서 기존도시 외곽에 만든 혁신도시 보다는 대전의 원도심이나 충남의 내포신도시에 혁신도시를 지정한다면 그 어느 혁신도시보다 문재인 정부의 목표인 지역균형발전이라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혁신도시 지정의 모범사례가 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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