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라서 이번 부지선정은 스포츠 사업 평가 기관 2곳이 대전역 주변과 대덕구 신대동, 유성구 구암역 인근과 서남부종합스포츠타운 등 후보지 5곳을 대상으로 △입지환경 △접근성 △사업 실현성 △도시 활성화 △경제성 5개 항목을 평가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고 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지난 몇 개월 동안 보인 대전의 다섯 개 구 목민관들의 모습이 각자 나름대로 자랑스럽게 보여 대전 시민의 한 사람으로서 흐뭇한 마음 금할 수 없었다.
첫째가 초선의 세 구청장들의 모습이다.
허태정 대전 시장이 당선된 후 '베이스볼 드림파크'의 부지 선정기준을 발표하자 이에 대덕구, 동구, 유성구 세 곳의 구청장들은 자기 구에 야구장을 세우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자랑스러웠던 것이다. 혹자는 초선 행정관들이라 경험이 미숙하여 자중하지 않았다는 평을 하는 사람도 있으나 초선 목민관이기 때문에 열을 올리는 모습이 흐믓했던 것이다. 나름대로 구민들을 위해 최선을 다했기 때문이다.
두 번째, 더욱 자랑스럽고 믿음직했던 것은 2선의 장종태 서구 청장과, 3선의 박용갑 중구청장의 모습이다.
왜 장종태 청장이 새로운 야구장을 서구에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지 않았을까? 그것은 허태정 대전 시장에 대한 예우요, 동료 목민관에 대한 신의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는 알고 있었다. 허태정 시장이 후보시절, 기회 있을 때마다 새로운 야구장 건설은 한밭 종합 운동장에 건립할 것이라고 말한 것을. 그리고 그는 동료 목민관 박용갑 청장에 대한 예의를 지켰던 것이다.
그는 지난 6년간 서구를 이끌어 오면서 난관에 부딪칠 때마다 말을 앞세우지 않고 슬기롭게 해결하곤 하는 모습을 여러 번 보아왔다. 그래서 서구에 사는 한 사람으로서 신뢰가 갔던 것이다. 가끔 그를 대할 때마다 그의 신중한 태도에서 믿음과 존경이 앞섰던 것이다.
그리고 직접 당사자인 박용갑 중구청장.
그는 목소리를 높여야 할 당사자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허시장이 후보 시절 기회 있을 때마다 새로운 야구장 건설은 한밭 종합 운동장에 건립할 것이라고 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묵묵히 기다렸다. 허시장의 약속을 믿고 있었고 그렇게 되리라고 확신했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그는 페이스북에 글을 올렸다.
"25만 구민들께서 저를 믿고 묵묵히 자제하며, 기다려주신 구민들께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저도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대전시민들끼리 대립하고 갈등을 겪는 것이 대전시 발전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신념으로 지금까지 말을 아끼고 결과를 기다려 왔던 것입니다. 앞으로 새 야구장이 잘 건설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 하겠습니다"고. 돌다리도 두드리며 확인하고 대부분 모든 일을 구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풀어나가는 그는 신중했던 것이다. 그리고 알고 있었을 것이다. 모든 평가항목에서 가장 유리하고 허시장께서 하신 공약(公約)을 꼭 지켜주리라고.
그러니 허시장을 비롯해 다섯 개 구의 목민관들은 그동안 열 올렸던 것을 식히고 다시 단합된 모습을 시민들께 보여주기 바란다. 당선 직후 찾아서 결의를 보였던 현충원을 찾으라. 흰 와이셔츠에 곤색 바지가 아니라도 좋다. 운동복이면 어떻고 등산복 차림이면 어떠랴.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천하난사, 필작어이, 천하대사, 필작어세(天下難事, 必作於易; 天下大事, 必作於細)"라 하였다. 무슨 말인가? 세상의 어려운 일은 반드시 쉬운 것에서 시작되고, 천하의 큰일은 반드시 미세한 것에서 비롯된다는 말이다. 그러니 앞으로는 작은 것을 조심하고 미세한 것도 얕보지 말라는 말이다.
'축록자 불견산(逐鹿者不見山)'이란 말도 있다. 사슴을 쫓는 자가 어찌 산을 볼 수 있겠는가? 그러니 눈을 들어 앞에 있는 구민들의 삶을 보기 바란다.
믿는다. 대전시민들이 골라 뽑은 허시장을 비롯해 장종태, 박용갑, 정용래, 황인호, 박정현 목민관들의 단합된 모습을.
김용복/ 극작가,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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