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뛰어가다가 아스팔트 길 위에서 넘어졌다. 무릎에서 피가 나고 넘어진 아이는 큰 소리로 울고 있다. 이것을 보고 달려가 일으켜 세우고 치료해 주는 사람도 있고, 안타까워하기만 하는 사람도 있고, 무심히 지나가는 사람도 있다.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은 아픈 아이가 되어 아이가 지금 느끼는 감정을 온전히 함께하고 해결을 위해 애쓴다.
공감을 받아본 사람만이 공감을 할 수 있다고 한다. 공감 능력이 없는 엄마는 아이가 넘어졌을 때 피가 나는 것을 보면서도 "얼른 일어나. 엄마가 뛰지 말랬지? 뛰면 넘어진다고 했잖아." 하면서 그냥 아무런 처치도 않는 가버리기도 한다. 친구와의 관계가 너무 힘들어 죽고 싶다는 자녀에게 "쓸데없는 소리 하지 말고 공부나 해." 하면서 소리친다면?
사람들의 인간관계가 무너지는 이유는 공감하는 방법을 모르기 때문이다. 공감을 하려면 내 감정은 놓아두고 상대가 어떤 기분인지 감정을 느껴야한다. 진정으로 공감 능력이 있는 사람은 상대의 감정을 들여다본다. 그리고 토를 달지 말고 무조건 받아준다. '그랬구나'하고 진심으로 한마디 해 주는 사람이 좋은 지지자이다. 그 말 한마디로 마음공간이 안전해진다. 그리고 옳은 말, 바른말 등 상처받는 말을 하지 말아야한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굳이 판단하여 충고하지 말라는 뜻이다.
인간중심 심리상담을 정립한 칼 로저스(Carl Rogers)는 치료자의 무조건적인 긍정적 관심과 진실성 특히 공감을 표현하는 것 자체만으로도 강력한 치유의 힘을 가진다고 하였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사고, 행동을 판단, 평가함이 없이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임으로써 상대방을 한 인간으로 대접하려는 태도. 이는 상대방이 어떤 문제를 가지고 있든지, 혹은 어떤 잘못을 저질렀든지 간에 상관없이 무조건적으로 그를 귀한 존재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을 의미한다. 로저스(C.Rogers)는 상담자가 내담자에게 무조건적 존중의 마음가짐을 보여줄 때 내담자는 자유롭게 자신의 경험과 감정을 탐색하고 표현할 수 있게 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이를 상담자가 갖추어야 할 상담에서의 기본적 조건의 하나로 보았다. 이것은 비단 상담자 내담자의 문제가 아닌 일상생활에서의 대인관계의 잘 해나가는 비결이 된다.
심리학자인 폰 바렌(von Barren) 연구팀은 레스토랑 안에서 웨이트리스가 손님들의 주문사항을 손님들에게 그대로 흉내 내어 말을 하거나, 손님이 한 말과 같은 말을 반복함으로써 그들의 주문을 확인시켜 주며 '네'라고 대답했을 때 팁의 액수는 올라갔다는 것을 밝혔다. 자신들의 말을 그대로 따라 하는 말을 들은 손님들은 비록 의식하지는 못하지만 자신들이 더 좋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느꼈기 때문이다. 손님과 웨이트리스 간에는 의식적인 소통이 아닌 무의식적인 공감이 이루어졌다는 얘기다.
인간관계로 힘들어하면서 스트레스만 받는다고 해결되지는 않는다. 상대를 이해 못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 변하지 않는 상황만 탓하고 있다면 자신의 공감능력을 돌아보는 것은 어떨까.
김종진 심리상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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