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직장동료가 물어온다.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 젊은 남자직원이다.
"잘 사는 거요"
갑작스러운 질문에 나도 모르게 불쑥 대답이 나왔다.
"잘 사는 거요? 어떻게 하면 잘 사는 거예요?"
"잘 산다는 건 제 생각에는 나의 주변 사람들과 누구라도 잘 지내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결국 존경받는 사람이 되는 것일 겁니다."
갑작스러운 젊은 동료 직원의 질문에 불쑥 나온 대답이지만 언젠가부터 머릿속에 자리 잡고 있었던 생각이었던 같다.
존경은 존경받겠다고 존경받는 것도 아니고, 누굴 존경해야지 생각한다고 해서 존경해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존경은 우리의 저 깊은 곳에서 우러나와야 생기는 것이다. 그렇다면 존경 받을 만한 사람은 과연 어떤 사람일까?
한 가지는 특별나게 남이 하기 어려운 훌륭한 일을 한 사람, 두 번째는 언제나 변함없이 바르게 사람을 대하는 사람이지 않을까한다. 바르게 사람을 대하는 사람은 먼저 자신이 바른 사람일 것이다. 그래야 상대를 바르게 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바르게 대한다는 건 무엇일까?
현재 베트남에서 박항서 감독의 인기는 그야말로 하늘을 찌르고 있다. 정부 관료, 고위 간부, 대기업이나 국영기업의 임원직 정도가 아니면 만나기도 힘든 고위급 인사가 되었다.
왜 이렇게 박항서 감독은 유명 인사가 되었을까?
그는 처음 베트남의 감독으로 갔을 때 베트남어를 한 마디도 못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는 모든 선수에게 먼저 다가가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따뜻하게 포옹을 하며 끌어안았다고 한다. 팀이 경기에서 패했을 때 더 안아주고 등을 토닥거려 주는 그런 그의 행동에 선수들이 점점 편안함을 느끼고 존경심으로 다가왔다고 한다. 이런 박항서 감독의 아버지 같은 따뜻한 마음이 '파파 리더십'이란 단어를 만들어 낸 것이다.
박항서 감독의 예를 보더라도 사람을 대할 때는 꼭 말이 필요한 것은 아닌 거 같다. 이야기를 잘 들어주고 상대방을 잘 이해해 주고 진실한 마음으로 대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가르치려고 들거나 강압적으로 한다고 따르는 것은 억지로 마지못해 하는 행동일 것이다. 이제 강압적으로 남을 가르친다고 따르는 시대는 갔다.
19세기 영국 정계에는 두 명의 강력한 정치가가 주도권을 놓고 경쟁을 했다고 한다. 한 사람은 네 번이나 영국 수상을 한 글랫스톤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많은 경험을 가진 위대한 웅변가, 재정의 달인이었으며 도덕적 철인인 최고 성품을 가진 인물이라고 사람들이 평했다.
또 한 사람은 30대에 정치에 입문하여 두 번 수상을 역임했고, 사회 개혁가로서 명성을 쌓은 디스라엘리라는 사람이었다. 두 사람은 모두 영국에 큰 업적을 남겼지만 국민에게 다가가는 모습은 달랐다. 그들과 함께 식사를 했던 어떤 젊은 여인의 이야기에서 잘 나타난다.
"글랫스톤과 식사를 한 뒤 식당을 나오며 든 생각은 그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라는 것이었고 반면 디스라엘리와 식사를 한 후 든 생각은 내가 영국에서 가장 똑똑한 여자라는 것이었다" 우리는 과연 두 사람 중 누굴 더 따르고 싶어질까?
사람들에게 존경심을 갖게 하는 것은 강제로 되지 않는다. 그것은 결국 상대방에게 관심을 갖는 것부터 시작이라고 생각한다. 나의 생각을 이야기 하고 따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에게 겸손한 자세로 관심을 가지고 진실성 있게 대하는 것이 바르게 대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런 사람에게는 이렇게 대하고 저런 사람에게는 저렇게 대하라는 법 따위는 다 소용없는 것 같다. 그저 진심으로 대하고 진심으로 표현하면 모든 사람에게 그것이 전달되는 법일 것이다. 그래서 오직 사랑으로 사람을 대하라는 말이 나왔다보다.
'당신의 소원이 무엇이냐?'는 우연히 던진 젊은이의 질문을 통해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을 정리해 보는 시간을 갖게 되었다.
나의 소원, 언제나 변함없이 이웃에게 다가가는 따뜻한 사람.
김소영(태민)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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