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 스나이퍼 sniper] 27. 소탐대실과 말뫼의 눈물

  • 문화
  • 뉴스 스나이퍼

[뉴스 스나이퍼 sniper] 27. 소탐대실과 말뫼의 눈물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 승인 2019-03-20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헌법재판소(憲法裁判所) 재판관(裁判官)은 요직(要職)이다. 헌법재판소에서 헌법과 법률을 바탕으로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재판권을 행사하는 재판관인 때문이다. 헌법재판소에서 재판권을 행사할 수 있는 9명의 재판관을 일컫기도 한다.

재판관에 관한 사항은 1988년 8월 5일 법률 4017호로 제정된 헌법재판소법에 규정되어 있다. 헌법과 법률을 바탕으로 그 양심에 따라 독립하여 심판할 수 있는 권한을 가지고 있다. 9명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되, 3명은 국회에서 선출하는 사람을, 3명은 대법원장이 지명하는 사람을 임명한다.

자격은 ① 판사·검사·변호사, ②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국가기관, 국·공영기업체, 정부투자기관 등에서 법률에 관한 사무에 종사한 사람, ③ 변호사 자격이 있는 사람으로서 공인된 대학의 법률학 조교수 이상의 직에 있던 사람으로, 각 항 모두 15년 이상 재직한 40세 이상의 사람에 한한다.

임기는 6년이고, 연임할 수 있으며 정년은 70세이다. 모든 재판관은 탄핵 결정 또는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경우가 아니면 그 의사에 반해 해임되지 않는다. 그러나 정당에 가입하거나 정치에는 관여할 수 없다.



재판관의 장(長)인 헌법재판소장은 국회의 동의를 얻어 재판관 중 대통령이 임명한다. 재판관의 역할은 ① 법원의 제청에 따른 법률의 위헌여부 심판 ② 탄핵심판 ③ 정당의 해산 심판 ④ 국가기관 상호간, 국가기관과 지방자치단체 간 및 지방자치단체 상호간의 권한쟁의에 관한 심판 ⑤ 법률이 정하는 헌법소원에 관한 심판 등이 있다.

장관급에 준하는 그 영예의 자리인 헌법재판관에 오르려다 그만 낙마한 사람이 있다. [檢, '주식 대박'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 소환·수사 마무리] 3월 7일자 중앙일보에서 다룬 기사가 바로 그 주인공이다. 그럼 관련 뉴스를 잠시 살펴보자.

= "검찰이 미공개 정보를 이용한 주식 투자로 수억원대 차익을 얻은 의혹을 받는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에 대한 소환 조사를 마치고 조만간 수사를 마무리할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중략)

이 전 후보자는 미공개 정보를 이용해 비상장 기업이던 내츄럴엔도텍 주식 1만주를 사들였다 팔아 약 5억7000만 원의 차익을 남겼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후략)" =

대한민국에 단 아홉 명 뿐인 자리가 바로 헌법재판관이다. 따라서 300명이나 되는 국회의원보다 사실상 더 영광스런 자리임에 틀림없다. 하지만 이유정 전 헌법재판관 후보자는 뉴스의 내용처럼 주식 투자로 수억원대 차익을 얻는 바람에 그 액수보다 훨씬(!) 고급진 자리에 오를 수 없었다.

소탐대실(小貪大失)이 그만 발목을 잡은 것이다. 이는 또한 '말뫼의 눈물'까지를 연상케 하는 단초로도 작용한다. 말뫼의 눈물(Tears of Malmoe)은 현대중공업 육상건조시설 한복판에 자리 잡은 골리앗 크레인의 별칭이다.

코쿰스 크레인(Kockums Crane)이라고도 한다. 높이 128m, 폭 164m, 인양능력 1천500t급(현대로 이전 후 개조공사를 거쳐 인양능력1천600t으로 향상) 자체중량 7560t으로 당시로는 세계최대의 크레인이었다.

스웨덴 말뫼의 세계적 조선업체 코쿰스(Kockums)가 문을 닫으며 내놓았고 그걸 2002년 현대중공업이 막대한 해체비용을 부담하는 조건으로 단돈 1달러에 사들였다. 현대중공업은 이 크레인을 해체, 선적, 설치, 개조, 시운전 하는데 총 220억 원을 투입했다.

2002년 9월 25일 말뫼의 주민들은 크레인의 마지막 부분이 해체되어 운송선에 실려 바다 멀리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없이 아쉬워했다. 스웨덴 국영방송은 그 장면을 장송곡과 함께 내보내면서 '말뫼의 눈물'이라고 했다고 전해진다.

이 크레인은 현대중공업의 울산 육상건조시설에 설치됐으며 2003년 하반기부터 실가동에 들어가 현대중공업이 세계최초로 육상건조 공법을 성공시키는데 중추적인 역할을 했다. 현대중공업이 지난 3월 8일 KDB산업은행과 대우조선해양을 인수하기 위한 본계약을 체결했다.

이로써 수주 잔량 기준 1698만CGT(표준환산톤수)로 세계시장 점유율이 21%를 넘는 세계 최대 조선그룹 탄생의 첫발을 내딛게 됐다. 그 뒤를 잇는 일본 이마바리조선소는 수주 잔량이 525만CGT로 점유율이 6.6%에 불과해 2위 업체와의 격차가 3배도 넘는다고 한다.

한 때 우리나라 조선업의 불황이 심각하다고 해서 국민적 걱정의 진앙지이기도 했는데 이제야 한시름 놓는 듯 싶어 안심이다. 하여간 물욕에 눈이 어두워 헌법재판관 후보자에서 떨어진 인사를 보자면 '명성은 재물보다 낫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그건 어쩌면 말뫼의 눈물보다 더한 농도의 '회한의 눈물'이었다는 느낌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홍경석 작가-22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현장]3층 높이 쓰레기더미 주택 대청소…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3.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4.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5.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5. 전국 아파트 값 하락 전환… 충청권 하락 폭 더 커져

헤드라인 뉴스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영정그림 속 미소 띤 환이… “같은 슬픔 반복되지 않길”

"환이야, 많이 아팠지. 네가 떠나는 금요일, 마침 우리를 만나고서 작별했지. 이별이 헛되지 않게 최선을 다해 노력할게. -환이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이" 21일 대전 서구 괴곡동 대전시립 추모공원에 작별의 편지를 읽는 낮은 목소리가 말 없는 무덤을 맴돌았다. 시립묘지 안에 정성스럽게 키운 향나무 아래에 방임과 학대 속에 고통을 겪은 '환이(가명)'는 그렇게 안장됐다. 2022년 11월 친모의 학대로 의식을 잃은 채 구조된 환이는 충남대병원 소아 중환자실에서 24개월을 치료에 응했고, 외롭지 않았다. 간호사와 의사 선생님이 24시간 환..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2일 대전에서 열린 환경부의 금강권역 하천유역 수자원관리계획 공청회가 환경단체와 청양 주민들의 강한 반발 속에 개최 2시간 만에 종료됐다. 환경부는 이날 오후 2시부터 대전컨벤션센터(DCC)에서 공청회를 개최했다. 환경단체와 청양 지천댐을 반대하는 시민들은 공청회 개최 전부터 단상에 가까운 앞좌석에 앉아 '꼼수로 신규댐 건설을 획책하는 졸속 공청회 반대한다' 등의 피켓 시위를 벌였다. 이에 경찰은 경찰력을 투입해 공청회와 토론이 진행될 단상 앞을 지켰다. 서해엽 환경부 수자원개발과장 "정상적인 공청회 진행을 위해 정숙해달라"며 마..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尹정부 반환점 리포트] ⑪ 충북 현안 핵심사업 미온적

충북은 청주권을 비롯해 각 지역별로 주민 숙원사업이 널려있다. 모두 시·군 예산으로 해결하기에 어려운 현안들이어서 중앙정부 차원의 지원이 절실한 사업들이다. 이런 가운데 국토균형발전에 대한 기대가 크다. 윤 정부의 임기 반환점을 돈 상황에서 충북에 어떤 변화가 있을 지도 관심사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해 대통령직인수위원회가 발표한 충북지역 공약은 7대 공약 15대 정책과제 57개 세부과제다. 구체적으로 청주도심 통과 충청권 광역철도 건설, 중부권 동서횡단철도 구축,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구축 등 방사광 가속기 산업 클러스터 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