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효인 행정과학부 기자 |
대전시가 추진 중인 새 야구장 유치 과정이 공정하고 투명하게 공개돼야 한다며 지난 17일 오후 2시부터 대전역 앞에서 단식농성(?)을 벌인 김용원 동구 비서실장의 이야기다. 18일 낮 12시 30분께 천막 안에서 그와 마주했다. 유치경쟁이 도를 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에서 어쩌다 왜 단식까지 하기로 마음먹게 됐는지 물었다. "허태정 대전시장에게 우리의 뜻을 전달할 수 있는 적극적 방법인 것 같아 선택했다. 대전시를 위한 선택을 해 달라"고 했다. 앞에 놓인 과업지시서를 들추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1930년대 기사에서 대전역 근처 소제동에서 야구경기가 열렸다는 사실도 들이댔다. 한국야구의 상징성으로 따졌을 때 여기가 적지라는 거다. 일리는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단식은 실패했고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도 힘을 잃었다.
왜 돌연 중단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단식을 중단한 19일 오후 6시 1분 그가 속한 조직에서 단식 중단 소식을 한 줄짜리 문장으로 알려왔다. 이유에 대한 설명은 없었다. 본인에게 전화를 걸어 연유를 묻자 "제 의지가 아니다. 자세히 얘기하기는 어렵고 다음에 설명하겠다"고만 했다. 묻고 싶은 건 많았지만 더 이상 말이 나올 것 같지 않았다. 이미 그 답엔 많은 대답이 담겨 있었다.
기사 내용 일부를 수정하고 난 뒤에도 찝찝했다. 야구장 부지 선정을 정무적·정치적으로 끌고가선 안 된다고 강조했던 그가 '하루+2시간' 만에 단식을 멈췄다. 그 이유가 정무적·정치적이란 생각을 지울 수 없다. 유치경쟁이 심해지자 허태정 시장은 자치구에 과열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여러 번 주문했다. 그러나 말뿐이었던 이 주문이 유효할 리 없다. 단식을 하고, 삭발을 하고, 야구장에 우리 지역에 와야 한다는 현수막을 전역에 걸었다. 야구장이 어디로 가는 게 유력하다는 이야기가 계속 나돌았다. 애초 정무적·정치적 판단이 배제될 수 없었다. 동구와 김용원 실장이 염려했던 그것이 부메랑이 돼 급소를 때린 꼴이다.
단식 현장에서 오래 전부터 알고 지낸 어른을 만났다. 그는 운동권에 몸담던 시절 단식 경험을 떠올리며 "한 사흘째까지가 힘든 시긴데 그때가 되면 머리가 명징해진다"고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라도 한 사흘 단식을 이어나가야 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의문 아닌 의문만 남는 해프닝이다. 이럴 거면 왜 단식을 시작했을까. 여러 중단 요구가 있었더라도 바로 중단했어야 했을까. 5시간씩 릴레이 단식(?)으로 조롱받았던 이들이 오버랩 되는 건 나뿐일까. '칼의 노래'가 무색하다. 임효인 행정과학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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