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진짜 옥은 티를 티라고 말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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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진짜 옥은 티를 티라고 말하지 않는다

문희봉 / 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 승인 2019-03-19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내 것은 다 잘하고 있는 것만 보이고, 남의 것은 다 잘못하는 것만 눈에 보인다. 그러나 상대방이 볼 때에는 똑같은 입장으로 느끼게 마련이다. 진짜 옥은 티를 티라고 말하지 않는다. 겉으로 드러내지 않는다.

남의 흉은 되에 담아도 되지만, 자기 흉은 가마니에 담아도 모자라는 사람이 남의 흉을 본다. 그게 큰 흉이라고 이 사람 저 사람에게 말을 옮기며 흥미로워하는 사람을 우리는 팔등신이라 부른다. 갓 구운 빵처럼 따뜻한 가슴을 가진 사람을 만나면 맑고 순수한 영혼을 갖고 있는 사람일 거라는 믿음을 갖는다. 그런 사람은 피로회복제와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는 언제 봐도 비타민 같은 사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그런 말을 들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는가?

자기의 처지와 입장은 모르고 남의 깨끗한 마음을 긁어 부스럼을 만들어 상처를 주는 것을 재미로 삼는 사람이 더러 있다. 그런 사람을 나는 바로 이 세상의 '티'라고 명명하고 싶다. 들녘 언덕에 임자 없이 피었다 지는 청초한 들국화의 삶은 얼마나 고매한가?

산에 들어 산의 소리를 들을 줄 알고, 바다에 나가 바다의 소리를 들을 줄 아는 사람은 또 얼마나 고매한 삶을 사는 사람인가? 산이나 바다에 들어 세상사에서 찌든 심신을 맑은 정기로 씻어낼 줄 아는 사람이라면 일등 인간이다. 산에 오르는 사람한테 물어보면 얻기 위하여 오르는 게 아니라 버리기 위해 오른다고 한다. 이런 사람은 깨우침을 알고 있는 사람이다. 참을 수 없는 기침처럼 터져 나오는 위대한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



세상에는 꼭 있어야 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있으나 마나 한 사람과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 있다. 있어서는 안 되는 사람을 나는 옥의 티라 부르고 싶다. 자기가 세상에 최고인 줄 알지만 그런 사람은 다른 사람이 자신을 사람으로 취급하지도 않고 있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다. 제 소명 다하고 지는 나뭇잎도 저 누울 자리 찾아 저렇게 분주한데 왜 우매한 인간은 그걸 모르고 날뛰는지 답답할 따름이다.

남이 무관심을 보인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죽은 삶을 사는 사람과 같다. 못 생긴 사람은 용서해도 인간답지 못한 사람은 용서하지 못한다는 얘기는 무얼 뜻하는가. 사람뿐이랴. 인간답지 못한 사람은 호랑이도 안 물어간다.

언제나 남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미래를 꿈꾸며 현실을 설계하고 추억을 아름답게 생각하는 사람이 이 세상에 진정한 스승이요 어버이다. 자신의 몸 어딘가에서 물소리 철썩이는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사람은 행복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면 상대방의 어려움도 어느 정도 이해할 수 있는 사림이겠다. 잔물결에도 밤새도록 잠 못 들어 뒤척이는 사람이겠다.

싫어도 너무 싫다 찡그리지 않고, 좋아도 너무 좋다 싱글거리지 않고, 세상 이치에 순응하며 긍정적인 사고로 살아가는 사람이 진정 옥 같은 사람이다. 꽃향기가 좋다 해도 사람의 향기를 뛰어넘지 못한다. 소나무는 푸르러서 좋다. 베란다에 들여놓은 화분이 낮에는 햇살을 받고, 밤이면 달빛을 받아 금방 숙녀티를 낸다. 티보다는 옥을 많이 갖고 있기 때문이다.

보물이 많이 묻혀 있다는 보문산 전체가 누이가 쓰던 수틀처럼 보이는 오늘이다. 가슴에 불을 간직하고 있는 보문산이다. 베풂을 몸소 실천하는 보문산이다. 큰 실패를 경험하고서도 그 경험을 현금으로 바꾸지 못하는 사람은 낙제생이라 알려주는 보문산이다.

똥 묻은 개가 겨 묻은 개 나무란다는 속담이 있다. 제 허물은 보이지 않고 남의 허물은 크게 보이는 법이다. 나 자신을 먼저 돌아보는 삶이 현명한 삶이다. 남의 눈에 옥으로 보이는 삶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삶이다. 얕은 물은 잔돌만 만나도 소란스럽지만 깊은 물은 그러하지 아니하다. 능선이 험할수록 산은 아름답다 하지 않는가.

빈 수레가 요란하고 빈 깡통이 내는 소리가 큰 법이다.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없다. 공주병 말기를 지나 공주암에 이르른 사람을 보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세상을 살면서 옥으로 보이려면 잘 익은 벼 이삭이 고개를 숙이듯이 남에게 고개 숙이는 것을 생활화하고, 내가 손해 보고 양보하는 삶을 살아야 할 것이다.

비누는 몸을 닦지만, 눈물은 마음을 닦는다. 두 사람이 길을 걷고 있다. 젊은 사람을 보고 아름답다고 한다. 나이 든 사람을 보고는 더 아름답다고 한다. 이런 칭찬하는 말을 생활화하고 사는 사람은 존경받는다. 이런 칭찬을 생활화하고 있는 낡고 건조한 나 자신에게도 따뜻한 돼지국밥 한 그릇 대접하고 싶다. 아내도 잠시 내게 맡겨졌던 선물이었다고 생각하며 사는 게 좋다. 아내가 발산하는 싱그러운 머리칼 내음은 무엇과도 바꿀 수 없다.

후회 없는 삶을 보낸 사람들의 공통점은 자기 자신을 사랑했다는 점이다. 인생을 가장 멋있게 사는 방법은 가능한 한 많은 것을 사랑하는 것이다. 베푸는 것이다. 행복은 습관이다. 몸부림치다 혼자 지쳐 얼룩이 진 철쭉의 살신성인 같은 것이다.

문희봉 / 시인·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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