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누거품처럼 뿜어올라오는 바닷물의 포말을 한없이 바라보며 어느새 변훈의 '떠나가는 배'를 흥얼거렸다. 뭔지 모를 벅찬 감동에 우리는 담배를 꺼냈다. 잘 피우지도 못하는 담배를 하나씩 꼬나물고 온갖 폼을 다 잡으며 바람에 날리는 연기에 젊음의 뜨거운 피를 녹였다. '저 푸른 물결 외치는/거센 바다로 떠나가는 배/ 내 영원히 잊지 못할/임 실은 저 배는 야속하리~.' 저 멀리 바다에 내리꽂는 봄 햇살이 너무 눈부셔 눈을 뜰 수가 없었다. 우리의 청춘도 이렇게 가버리는가.
'떠나가는 배'는 박목월 시인과 여대생의 이룰 수 없는 비련의 사연으로 탄생한 노래다. 양중해와 변훈이 6.25 피란 시절 제주도에서 두 연인을 옆에서 지켜보며 노래를 지었다고 한다. 아버지에 이끌려 부산 가는 배에 탄 연인의 배가 수평선 저 멀리 아득해질때까지 하염없이 바라보다 끝내 통곡한 박목월 시인. 전시 중의 불안한 삶과 사랑. 내일을 기약할 수 없는 전쟁터에서 사랑도 거센 바다로 떠나가는 배처럼 속절없이 가고야 마는구나.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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