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멋진 세상 만드는 엔터테이너, 바로 당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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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동길의 문화예술 들춰보기] 멋진 세상 만드는 엔터테이너, 바로 당신

양동길 / 시인, 수필가

  • 승인 2019-03-1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인기 연예인이 되면 부르는 곳이 많지요. 특히 진행자가 그렇습니다. 부익부빈익빈(富益富貧益貧)이랄까? 어려운 사람은 갈수록 곤궁에 처하고, 잘 나가는 사람은 눈코 뜰 새 없이 바쁘지요. 나름 개성 있고 뛰어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요? 동일한 사람이 방송국 마다 출연하며 다수의 프로그램을 소화하는 모습이 의문이었습니다. 마침 아는 연예담당 프로듀서가 있어, 그 이유를 물어본 일이 있습니다. 간단히 말하더군요. 좋은 진행자 만나면 시청률을 쉽게 담보할 수 있기 때문이라 합니다.

좋은 진행자는 다른 출연자를 돋보이게 한답니다. 갖고 있는 능력을 잘 이끌어 내준답니다. 갑작스런 상황변화에 따른 즉흥적 대응(ad lib)이 뛰어나답니다. 창의적이고 매끄럽게 진행한답니다. 거기에다 알아서 철저히 준비해오고, 미리 도착하여 연출자를 애태우는 일이 없답니다. 장수하는 진행자, 인기 진행자가 모두 그러하다 하더군요.

행사 진행을 하지 않더라도, 처세를 위해 재미있는 이야기, 명언명구 등을 찾아보고 외우기도 합니다. 각종 인터뷰기법이나 진행기법을 공부하기도 합니다. 처세나 소통을 위하여 대화기법도 공부하지요. 상기한 프로듀서 말이 그 무엇보다 명쾌한 해답이었습니다. 진행자에게만 필요한 덕목이 아닙니다. 상생의 대화기법이기도 합니다. 상대방을 돋보이게 해주고 배려해주면 자신의 몸값은 천정부지(天井不知)로 오릅니다.

대화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경청이랍니다. 진지한 표정과 눈빛, 온몸으로 들어주는 것이지요. 자기할 말이 끝나면 상대방이 말할 때 엉뚱한 짓 하는 사람이 많습니다. 가로채기도 하지요. 겸손하지 못하거나 자존감이 떨어지는 경우라 하더군요. 상대 이야기에 귀 기울이고 공감해주어야 마음을 활짝 엽니다. 볼테르(Voltaire, 1694 ~ 1778, 프랑스 사상가)가 한 말이라더군요, "나는 당신의 주장에 동의할 수 없지만 당신이 그 말을 할 수 있는 권리를 위해 생명을 걸고 변호할 것입니다." 견해가 다르더라도 진지하게 들어주는 것입니다. 말할 때 상대방 칭찬으로 시작 합니다. 두 번 듣고 한 번 말하면 소통의 귀재가 된답니다. 기왕이면 명확하고 조용히, 맑고 밝게 연주하듯 적당한 속도로 말하면 더욱 좋겠지요.



거래처가 외상대금을 지불하지 않고 사라진 적이 있습니다. 현지에 쫓아가 수소문 끝에 옮긴 곳을 알아냈습니다. 당진이었는데 상주로 이사했더군요. 적지 않은 거리, 이동하면서 화가 날대로 났지요. 만나면 혼내주겠다, 수금이고 뭐고 엎어버리겠다는 생각뿐이었습니다. 마음이 몹시 불편한 상태로 담당자를 만났습니다. 언성부터 높였습니다. 담당자가 필자보다 많이 어렸는데 차분하게 응대하더군요. 얄밉도록 침착했습니다. 이른바 대화기법에서 말하는 '미'정도 높이 음성으로 느리지도 빠르지도 않게 또박또박 말하는 것이었습니다. 한동안 혼자 날뛰다 제풀에 꺾이고 말았습니다. 싸워보지도 못하고 마무리되고 말았지요. 목소리 크다고 이기는 것이 아닙니다.

TV채널 돌리다보니 국회의사당에서 의원들이 서로 맞고함 치며 싸우는 모습이 보이더군요. 교섭단체 원내대표 연설 시간이었습니다. 여러 차례 중단 끝에 겨우 마무리 되었습니다. 필자가 보기엔 화낼 일도, 싸울 일도 아니더군요. 자기 당 지지자와 당을 대변하고 상대 당 정책을 비판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 당연한 일 아닌가요? 늘 봐오던 우리 국회 문화가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보기 불편하고 민망했습니다. 며칠이 지나도 사그라들지 않습니다. 쌍방 고소다 뭐다 길어집니다. 어쩌다 방송을 볼라치면, 패널(panel)이라 나온 사람들이 사안 확인도 안하고 말하더군요. 억측이나 말꼬투리 잡고 늘어지는 양태가 가관입니다. 생명체 모두 보고 듣습니다. 시청자가 말귀도 알아듣지 못하는 시체로 보이나요? 뜨물 먹고 술주정하는 것인가요? 궤변을 늘어놓습니다. 있지도 않은 독심술과 상상력으로 허구를 양산합니다. 세상을 희화화하는 방송이 판을 칩니다. 자괴감을 갖게 합니다.

거짓말하면 안 된다. 언행을 삼가야 한다. 수차례 강조한 바 있습니다. 백번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는 생각에 다시 한 번 강조합니다. 한 번 뱉은 말은 되돌릴 수 없다 하였지요. 더구나 디지털 시대에는 남긴 언행이 살아 돌아다닙니다. 아니 날개 달고 온 세상을 떠돕니다. 결정적일 때 부메랑이 되어 발목을 잡습니다. 공인의 길을 걷고자 하는 사람은 특히 명심해야 합니다. 아날로그 시대에도 실없는 말이 송사 건다 했습니다. 인사 청문회에 앞서 언론이 검증하는 공직 내정자를 보고 있지 않나요? 누구라도 잘못을 저지르면, 과거 언행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여 보여줍니다. 일반인도 알고자 하면 얼마든지 조회가 가능합니다.

공인뿐이겠습니까? 살다보니 불혹의 나이가 넘으면 말이 많아지더군요. 기왕 하는 말 듣는 사람이 기분 좋게 해야지, 즐겁게 해 주어야지, 행복을 전해야지, 다짐해 봅니다. 누구나 멋진 사회를 창조하는 엔터테이너란 생각입니다. 대화에서 잘난 척, 있는 척, 가진 척 하는 것이 제일 재수 없는 태도라 하더군요. 거짓말 하는 사람은 말할 것도 없지요. 신뢰를 잃거나 거부감을 주면 아무도 마주하려 하지 않습니다. 말 한마디로 천 냥 빚 갚는다. 다 아는 말입니다. 한마디 말로 백만 안티 만들지 말아야지요. 가루는 칠수록 고와지고 말은 할수록 거칠어진다 합니다. 한 번 거칠어지면 순화하기 어렵습니다. 침묵은 금이라 합니다. 그렇다고 닫고 있으면 입이 아니겠지요. 가능하면 말을 줄이자 다시 한 번 다짐합니다.

양동길 / 시인, 수필가

양동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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