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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라는 게 그래요. 조직에서는 합리적이라고 결정하는 게, 당하는 개인 입장에서는 참 매정하죠. 나도 혜미 씨랑 똑같은 처지예요. 이러고 일하다가 회사가 너 나가, 그러면 짐 싸야지.
― 합리적이라고요……. 과장님, 지난달에 태국인 바이어들 왔을 때 환송회 한 거, 제가 영수증 정리하다 보니까 1차 밥값만 제 월급보다 더 나왔던데요.'-장강명, 「알바생 자르기」 중에서
사회 초년생의 모습은 다양하다. 고등학교에 다니지만 아르바이트로 돈을 버는 학생도 있고, 대기업의 인턴으로 취업했지만 사무실의 하루살이가 된 기분을 느끼는 대졸자도 있을 것이다. 누구나 어느 날 사회로 내던져진다. 설명서라도 받아보고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으면 좋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누가 쉽게 '사회'가 어떻다고 설명해 줄 수 있을까.
사회에 첫발을 내딛을 제자들이 걱정됐던 현직 교사 4명이 사회생활에 지표가 되어 줄 8편의 소설을 엮어 책 『땀 흘리는 소설』을 냈다. 동시대 청년들의 애환을 섬세하게 그려 내고 있는 작가 8명(김혜진, 김세희, 김애란, 서유미, 구병모, 김재영, 윤고은, 장강명)의 단편 소설이 실렸다.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며 자존감도 타인에 대한 배려도 잃어가는 자매, 해고당하면서 회사 관리자를 상대로 알바의 권리를 챙기려는 단기 아르바이트생, 매일 고객에게 욕을 듣는 콜센터 직원, 한국이라는 구렁텅이에 빠진 이주노동자, 인터넷 BJ로 돈을 쉽게 버는 직장동료를 보며 그건 일다운 일이 아니라고 생각하는 주인공 등 N포 세상에 '을'로 내던져진 청춘들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등장인물들의 직업은 그들이 실제 세상 속이라면 마주칠 일 없을 만큼 다양하지만, 하나같이 발아래에 소용돌이라도 맴도는 것 같이 어질어질하다. 인생의 선배들이 보여주는 세상의 장면들은 읽는 이들의 마음을 슬프게도, 단단하게도 할 것이다. 책을 덮을 무렵에는 이런 세상을 우리라도 더 낫게 바꿔 나가자고 다짐하게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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