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제공 |
다니엘 켈만 지음 | 임정희 옮김 | 민음사
'도로는? 남자가 물었다.
도로는 너무 가팔라요. 내가 말했다. 정말 위험하더군요.
왜 가드레일을 설치하지 않는지 모르겠어요.
맞은편에서 오는 차가 없으니 다행이오.
그건 어떻게 아시죠?
남자가 웃었다.
그때 알아차렸다. 도로가 그쪽으로만 나 있는 거죠? 우리 집 쪽으로만!' -본문 중에서
시나리오 작가인 '나'는 배우인 아내와 네 살 난 딸과 함께 겨울 휴가를 떠난다. 가문비나무, 소나무, 그리고 빙하가 내려다보이는 그들의 별장은 인터넷에 올라온 사진보다 더 근사하다. 하지만 겉으로 보기에 부족할 것 없는 가정에도 드러나지 않는 갈등은 있는 법이다. 떠오르는 신예 작가와 여배우의 결혼으로 세간의 관심을 모은 이들이지만, 결혼 후 '나'의 커리어는 주춤한 반면 아내의 명성은 그녀의 아름다움만큼이나 계속 커져 갔다. 게다가 육아 전쟁까지 더해진 부부에게 이번 휴가는 짧은 도피나 마찬가지. 그런데 집주인도, 동네의 내력도 알지 못하는 이 집에서 자꾸만 이상한 일들이 일어나고, 부부에게는 외면하고 싶은 비밀이 고개를 든다.
쏜살문고 신간 『너는 갔어야 했다』의 저자 다니엘 켈만은 인터뷰에서 독자들이 이 책을 다 읽는 데 45분이 걸릴 것이라고 예측했다. 더불어 자신이 책의 어느 부분을 언급해도 '스포일'이 되고 만다고 주장했다. 100페이지가 채 안 되는 짧은 분량의 책. 높은 산 위의 별장을 무대로 단 6일간 벌어지는 사건을 담은 소설은 건조한 문체로 군더더기 없이 속도감 넘치는 전개를 보여준다. '나'의 심리에 따라 왜곡되는 공간 구조는 이 작품의 백미라고 할 수 있다. 딸아이를 목욕시키기 위해 손을 뻗지만 한 뼘씩 멀어지는 수도꼭지, 아내의 비밀을 알게 된 후 점점 무너지는 벽 등 페이지 속에서 무한히 확장하는 별장은 영화적 상상을 자극한다. 좋은 작품은 누가 보더라도 빛난다. 전 세계 북튜버들이 "영화가 될 수밖에 없는 소설"이라며 입을 모았고 역시나, 할리우드 호러 명가 블룸하우스에서 영화로 만들 예정이다. 주연으로는 케빈 베이컨과 아만다 사이프리드가 캐스팅됐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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