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양어린이 제공 |
스무 명의 양치기가 털을 깎아야 하는 양은 얼마나 큰 걸까? 『커다란 양 힐다』의 주인공, 옛날 옛적 시골에 살던 힐다가 그렇게 컸다고 한다. 양치기들은 양젖도 짜고 치즈를 만들어 팔기도 했는데, 힐다가 어마어마하게 크다보니 힘이 들었다. 결국 어느 날 양치기들은 이제 힐다를 양고기로 팔아버리자고 의논한다. 몸이 크다보니 귀도 커서 그 이야기를 다 듣게 된 힐다는 겁에 질려 황급히 도망을 친다.
걷고 또 걷던 힐다는 한 번도 와 본 적 없는 큰 도시에 도착한다. 살 곳을 찾아 헤매지만 서커스단에서는 할 줄 아는 게 없다며 받아주지 않는다. 시골에서 양젖과 털을 만들어냈던 자신이 도시에서는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것 같아 풀이 죽는다. 높은 빌딩이 들어차고 자동차와 사람들로 붐비는 거리에서 가엾은 양 힐다는 방황하게 된다.
3월, 많은 아이들이 초등학교에 입학하거나 학년이 올라가 반이 바뀌면서 새로운 환경에 부딪혔을 것이다. 유치원에서는 인기장이였는데 갑자기 친구들이 다 바뀐 교실에서 자신이 어떤 아이인지 답답하고 혼란스럽기도 했을 것이다. 하루를 보내고 나면 힐다처럼 풀이 죽을지도 모른다.
힐다는 우연히 보게 된 사고를 자기만의 큰 몸집으로 해결한다. 이를 계기로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고 웃음을 되찾는다. 책을 읽는 아이들도 작은 사건을 통해 힐다처럼 다시 자신감을 찾는 순간이 어느 날 민들레 홑씨 날아오듯 올 것이다. 옛날이야기 같은 스토리 구성과 복고풍의 소박한 그림체는 성인독자의 마음도 따뜻하게 한다. 25년 전 독일·네덜란드·이탈리아에서 출판됐다가 출간 25주년을 기념해 에스파냐어로 다시 출간된 작품이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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