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의 화가 기산 정명희가 시선집 ‘그림이 말을 걸었다’를 펴냈다.
평생 화가로 살아온 기산은 세상을 바라보는 시인의 눈도 가진 듯 하다.
그의 손에서 자유롭게 춤추는 붓처럼 그의 펜이 생명을 불어넣은 낱말들은 춤을 추며 재잘재잘 화가에게 말을 걸어온다.
그림을 그리지 않을 때는 책을 보고 시를 쓴다. 시를 쓰지 않을 때 그림을 그린다. 그래서 그림과 시는 기산에게 뗄 수 없는 삶의 짝꿍이 되어버렸다.
시선집 속 80여 작품들 곳곳에 그림의 이야기가 숨어있다. 시를 읽노라면 자연스레 눈 앞에 금강이 계룡산이, 목척교와 갑천이 스쳐 지나간다.
특히 금강을 향한 애정은 시에서도 고스란히 느껴진다.
해방되던 해 정월 보름 / 그림에 죽고 살게 태어난 인연이 / 그림 외길 쉰다섯 해를 맞아 보는 / 비단강에 뜬 / 저 휘영청이라니 -비단강에 뜬 저 휘영청이라니
바람 부는 갈대숲과 / 새벽안개 속을 사랑하고 / 비 오는 강둑이며 / 북두칠청 찾아 헤는 / 나무다리 허름한 물가를 / 사랑한다, 나는. -금강송
이규식 평론가는 금강은 정명희 시인에게 마르지 않는 감수성의 원천인 동시에 다양한 작품이 생성되는 모태라고 설명한다.
금강을 바라보며 터져 나오는 영탄과 서사적 찬가는 역시나 그를 금강의 화가, 금강의 시인이라 불러도 부족함이 없어 보인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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