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
경제 대국 미국에서 지난달 교사들이 거리로 뛰쳐나와 시위를 벌이는 뉴스가 눈길을 끌었다. 피켓을 든 이유가 저임금과 시설노후, 열악한 교육예산 때문이란다. 세계 명문대학이 즐비한 '천조국' 미국에서 벌어진 일이라 더욱 의아했다. 전국적으로 확산된 미국 교사들의 시위는 지난해에도 파동을 겪었다고 하니 고질적인 사회문제로 보인다. 파업에 참여한 미국 교사들은 모두 공립학교 소속이다.
미국은 공교육 예산이 주정부에서 나온다. 세금이 많이 걷히는 지역은 공교육에 투자할 돈이 여유롭지만 상당수 그렇질 못한 모양이다. 교사에게 지급되는 연봉이 지역별 격차가 심하고 방학 기간에는 임금을 받지 못해 투·쓰리잡을 뛰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이다. 교사 직업 선호도까지 밑바닥이니 수업의 질도 떨어져 피해는 학생이 보는 악순환이 계속된다.
버락 오바마 미국 전 대통령과 '정의란 무엇인가'의 저자 마이클 샌델 교수도 미국의 공교육문제를 직간접적으로 짚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중 한국의 교육열을 자주 예찬하면서 '미국이 배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 교사는 의사만큼 월급을 많이 받는다"고 '뻥'(?)을 치기도 했다. 오바마 전 대통령이 한국교육을 자주 언급한 배경은 붕괴된 미국 공교육을 연방예산을 투입해서라도 바로 세우고 싶은 의지를 에둘러 표현한 것이지만 공화당의 반발에 직면해야 했다.
마이클 샌델 교수는 저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들'에서 미국 정부와 교육구(school district)가 학생과 교사에게 일정 목표를 달성하면 현금으로 인센티브를 지급하는 것에 대한 논란을 짚었다. 미국에서의 일정 부분 성공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만큼은 현금포상제도를 도입할 만큼 공교육이 허물어져서는 안 된다는 책임감이 앞선다. 얼마 전 만난 미국교포 중 한 분이 "열심히 돈 벌어서 아이 둘을 모두 사립학교에 보냈다"고 자랑스레 말한 걸 보면 미국 공교육에 대한 불신이 큰 것만큼은 사실인 듯하다.
한국은 미국과 달리 국가 예산이 투입되는데도 불구하고 공교육의 질에 대한 불신은 잔존한다. 국가 예산의 균질한 투입으로 교육 구성원 간 임금 격차는 없지만 인건비를 뺀 나머지 예산이 빠듯한 게 문제다. 대전시교육청의 경우 전체 예산 가운데 인건비 등 경직성경비 비중이 83%에 달한다고 한다. 교육프로그램 운용이나 시설 투자는 언감생심이다. 지금은 사라졌지만 불과 몇 해 전까지만 해도 일부 교육청엔 기업체나 유지에게 기부금을 받아 장학금 등으로 활용하는 전담부서가 있었다.
치열한 공방을 벌였던 학교무상급식은 지자체가 전면에 나서도 큰 거부반응이 없는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다. 교내 가르침은 교육 당국에 전적으로 믿고 맡긴다 하더라도 교육환경 개선이나 진로프로그램, 학교와 지역 간 유대관계 강화는 지자체가 능동적으로 개입해야 한다고 믿는다.
유성구에는 9개 대학, 76개 초중고교 등 학교가 유난히 많다. 35만 유성구민 가운데 학생이 11만 명으로 3분의 1에 육박한다. 이들을 위한 구정이 구청장의 중요 소임이라 되새기지 않을 수 없다.
마침 유성구는 올해 지역공동체와 함께 더 좋은 교육환경을 위한 교육브랜드 '나래이음'을 추진하고 있다. '나래이음'은 학생·청소년들이 꿈을 펼치도록 (대)학교·마을·기업·교육청·구청이 유기적인 네트워크를 갖추고 필요한 교육환경을 구축하는 사업이다. 6억4000여만 원이 들어가는 3대 분야 10대 사업 가운데 대학협력사업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지역 문제 해결의 묘안을 도출하기 위해 대학의 우수한 두뇌를 구정에 적극 끌어들일 계획이다.
교육환경개선사업은 물론 청소년의 미래를 열어주는 '나Be진로 투어'도 관심을 갖고 시행하면서 가다듬겠다. 학교폭력 예방, 안전한 등굣길 확보 등은 학부모는 물론 모든 구민의 요구사항인 만큼 마을공동체와 함께 기한을 두지 않고 하나하나 살펴보도록 할 것이다.
청년·학생이 많이 사는 유성구민의 평균 연령은 2017년 말 36.3세다. 구청장은 물론 기성세대 모두 선생님이라는 생각으로 젊은 친구들의 사기를 북돋워 준다면 나중에 더 큰 보답으로 되돌아올 것이라 확신한다. 정용래 대전 유성구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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