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소중(所重)하고 귀중(貴重)한 조강지처(糟糠之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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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소중(所重)하고 귀중(貴重)한 조강지처(糟糠之妻)

병역명문가 염재균 /수필가

  • 승인 2019-03-1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보잘 것 없는 음식을 먹으면서 함께 고생한 아내를 가리키는 말이다.

조강지처를 줄여서 조강(糟糠)이라고 하는데, 조(糟)는 술을 만들고 남은 쌀 찌꺼기, 강(糠)은 쌀겨로, 조강(糟糠)은 가난한 처지에 먹는 보잘것없는 음식을 가리킨다. 그런 의미에서, 오랜 세월 산전수전(山戰水戰) 겪으며 함께 살아온 아내를 흔히 '조강지처'라고 한다.

우리의 선조인 할아버지나 할머니 세대는 일제의 식민지 시절 수탈정책으로 인해 우리의 식량자원인 쌀 등을 일본에게 빼앗기는 바람에 배고픔이 일상이었던 어려운 시절을 보내고, 8.15해방이 되고 얼마 되지 않아 6.25. 전쟁으로 인해 국민들의 삶은 더욱더 핍박해져 그야말로 생존을 위해 빈곤의 탈출을 위한 아내의 역할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조강지처'는 보릿고개가 있던 힘든 시절에 온갖 일을 함께 하면서 가족부양과 자녀교육에 헌신한 아내의 고마움을 잘 보여주고 있는 내용으로 《후한서(後漢書)》의 〈송홍전(宋弘傳)〉에 나온다.



『후한 광무제(光武帝)때 벼슬을 한 송홍은 인품이 훌륭하여 사람들에게 존경을 받았다. 당시 광무제는 누나인 호양공주(湖陽公主)가 일찍이 과부가 되어 쓸쓸히 지내는 것을 보고 배필이 될 만한 사람을 찾고 있었다.

우연히 신하들의 인품(人品)에 대해 이야기하다가 그녀가 송홍의 풍모(風貌)와 인품을 좋게 생각하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런데, 송홍에게는 이미 아내가 있었다.

마침 송홍이 공무로 광무제를 만나려 왔고 광무제는 호양공주를 병풍 뒤에 숨기고 그에게 넌지시 물었다.

"속담에 사람이 지위가 높아지면 친구를 바꾸고 집이 부유해지면 아내를 바꾸려 한다고 하오. 인지상정이 아니겠소?" 하고 말하자 송홍은 대답하였다.

"신은 어려울 때 사귄 친구는 잊어서는 안 되고, 술지게미와 쌀겨를 함께 먹은 아내는 마루에서 내려오게 해서는 안 된다 들었습니다." 라고 하였다.

자기 아내에 대한 송홍의 마음을 알고 광무제는 호양공주가 있는 쪽을 돌아보며 조용한 말로 "일이 틀린 것 같습니다"라고 말하였다 한다.』

조강지처를 내치거나 구박하면 언젠가는 천벌(天罰)을 받는다는 말은 지독한 남존여비(男尊女婢) 시대에도 예를 갖춘 본처(本妻)는 보호해 주려는 최소한의 보호막은 있었던 것 같다.

그러나, 시대는 변했고 남자는 '갑'이고 여자는 '을'이라는 보호막도 이제는 없어지고, 서로가 존중하는 사회분위기가 형성되었다.

우리나라도 농업사회에서 도시화 및 산업화로 인한 핵가족화, 가부장적 아버지의 역할 약화, 친족관계 약화, 여성의 교육수준 향상 및 취업기회의 증가, 부부관계의 평등성 추구 등을 통해 조강지처를 버리거나, 남편의 폭력이나 억압에서 눌려왔던 불안에서 벗어나 제대로 된 삶을 추구하고자 이혼율이 증가하기 시작했다.

지난 30년간의 우리나라 혼인과 이혼에 관한 통계에 따르면, 1988년 이혼율(혼인 410,129건, 이혼20,757건)이 10.4.%였는데, 1998년을 기점으로 이혼율(혼인373,500건, 이혼116,294건)이 30%를 넘어서기 시작하여 이혼율은 그 이후로 20년 동안 걷잡을 수 없이 확대되어 2017년에는 이혼율(혼인 264,455건, 이혼 106,032건)이 40.1%로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이것은 1997년도 IMF로 인한 대규모 경기변동의 요인과 여성의 사회진출 증가와 부부간의 성격차이, 생활방식의 차이, 이대로는 못살겠다는 황혼이혼 증가 등이 원인이라고 한다.

요즈음 드라마나 영화에 이혼 가정이 빈번하게 등장하여 그것을 바라보는 시청자의 눈도 이제는 낮 설지가 않다. 그만큼 우리사회에서 이혼이라는 것이 숨겨야 한다거나 부끄러운 일이 아니라 자연스런 현상이 되고 있다. 그렇지만, 조강지처가 주는 교훈은 어려울 때 힘든 가정을 지키며 함께 살아온 배우자를 존중하고 배려하고 이해하며 사랑으로 감싸주어야 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깨닫게 하고 있다.

부부관계의 유지는 사랑만으로는 이루어질 수 없고 다른 어떤 관계보다도 더욱 부단한 서로간의 대화와 이해를 통해 소통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서로가 동등한 인격체로 인정하면서, 대화를 통해 일방적인 아닌 부부 간의 협력과 역할분담에 대한 합의를 이루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둘 사이의 갈등(葛藤)을 조절하는 효과적인 의사소통 방식을 만들어 나아가고 나름의 스트레스 대처 방식을 개발하는 것도 필요하다.

그리고 '사랑해', '미안해', '고마워', '당신뿐이야' 라는 다정한 말 한 마디는 다른 어떠한 물질적 보상보다도 삶에 대한 활력소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병역명문가 염재균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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