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정 시인(한국작가회의 감사) |
문학으로 볼 때 개인 창작집에 지원해 주는 비용이 250만 원에서 300만 원 선이다. 이 돈으로 시집을 내거나 작품집을 낼 수 없다는 말을 하기 위해 글을 쓰는 것은 아니다. 공모사업이라는 것이 모두를 만족시킬 수는 없지만, 불만을 줄일 수는 있다.
첫째는 심사위원 위촉 부분이다. 지원금이 나눠주기 식이라면 심사위원이 그렇게 중요하지 않을 것이다. 지역의 작가들을 섭외해 심사를 맡기면 된다. 그렇지 않다면 심사위원을 외부에서 부르면 어떨까. 이야기를 들어보면 지역의 사정을 모르는 분이 와서 심사하면 문제가 있다고 말한다.
심사 기준이 정확하게 무엇인지 모르겠지만, 공모사업에 지원을 하기 위해서 내야 하는 서류를 시만 놓고 본다면 신작 시 10편, 발표한 시 7편, 기획안 등이다. 이런 부분이 주로 심사 기준이 된다면 대전의 심사위원을 위촉할 필요가 있을까. 전국으로 볼 때도 문학이 그렇게 크지 않는데 대전으로 줄이면 손바닥 만한 동네에서 아는 작가의 손을 잡아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둘째는 사업을 시행하고 나서 단체의 사업 평가를 확실하게 해야 한다. 단체의 지원금은 개인보다 많다. 이런 지원금이 들어간다면 단체에 지원한 잡지나 동인지에 대해 보다 면밀한 평가와 분석이 요구된다. 큰 단체니까 배제하면 말이 나올 것 같아서의 생각을 혹여 하고 있다면 공모사업의 취지가 무색해진다.
셋째는 지원 사업의 기금이 들어가는 것을 보면 작품집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다. 이런 지원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좀 더 적극적인 지원제도로 바꾸면 어떨까. 작가가 활동해서 받는 지원으로 말이다. 사실 250만원 지원을 받아 작품집을 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단순 지원제도에서 탈바꿈해 작가가 독자를 만날 수 있는 시스템으로 옮겨갔으면 한다. 예를 든다면 동네 작은 서점이나 도서관으로 작가를 파견하는 사업도 한 예가 될 수 있다.
마지막으로 참 불편한 이야기를 해야겠다. 공모사업 지원이 없더라도 작품집을 내고 전시와 공연을 할 수 있는 분들은 제외했으면 좋겠다. 이런 점에서 볼 때 지원 요건에서 우선시해야 할 대상을 적시하자. 전업 작가나 정말 지원을 해주지 않으면 작품집을 낼 수 없는 분들이 대상이 되면 예술지원 정기공모사업의 의미가 더 살지 않을까. 이런 방법을 적용한다면 지역의 심사위원이 필요할 수도 있다.
문학을 예를 들어 이야기했지만. 시각예술도 그렇고 다른 장르도 마찬가지이다. 그동안 심사위원들이 작품을 보고 활동 영역을 보고 기획을 보고 심사했다는 것을 믿어 의심하지 않는다. 혹여 있을 의심이나 불만을 조금이나 줄이고 잠재울 방법을 찾는 것이 대전문화재단의 일 중 하나이기에 제안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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