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로키전은 갤러리 단추에서 오는 18일부터 열린다. 갤러리 단추 개관 기념 첫 전시로 약 두 달 가량 기산 선생의 누드 크로키 90점을 만날 수 있다.
이 작품들은 2017년 인체탐구 모임에 동참한 이후 그렸던 작품이 중심이 됐다.
크로키는 일반적으로 단색화의 기본이 되는 소묘 중 하나다.
그러나 기산의 크로키는 일반적인 소묘와는 확연히 다르다.
두 번의 작업 과정을 거친다. 한 번은 스케치나 크로키고, 다른 한 번은 1차로 완성된 작업 위에 2차 작업에 더해진다. 얇은 한지 뒷면에 인물의 몸체에 백색 아크릴 물감을 덧칠하고, 신문이나 잡지를 오려 붙이는 꼴라주 방식으로 이어지는 한마디로 숙성 작업이 필수다.
작품들은 거칠지만 부드럽게 이어지는 크로키의 매력, 그리고 기산의 독특한 창작 세계를 엿 볼 수 있다.
기산 정명희 화가는 “목탄이나 콘테를 이용해 손을 푸는 작업이 끝나면, 모필을 이용한 수묵 작업으로 이어져 유희하듯 운필 하다가 무언가 잡히는 게 있으면 작업에 임한다”며 “이때 작은 붓을 이용해 담묵을 사용하는데 갈필 효과를 얻게 될 때는 붓에 물기가 마르게 되어 나타난다. 마치 태극권의 무심한 듯한 느린 동작과 다를 바 없는 작업”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A4용지 크기의 그림들은 여러 번 터치로 의해 그려진 그림이 아닌 정통의 크로키 방식으로 한 번에, 대신 천천히 끊임없이 선이 이어져 하나의 인체의 아름다움을 선물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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