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경이로움으로, 때로는 두려움으로 마주하는 '자기만의 침묵'

  • 문화
  • 문화/출판

[새책] 경이로움으로, 때로는 두려움으로 마주하는 '자기만의 침묵'

엘링 카게 지음 | 김민수 옮김 | 민음사

  • 승인 2019-03-07 10:55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자기만의 침묵
 민음사 제공
자기만의 침묵

엘링 카게 지음 | 김민수 옮김 | 민음사



'이 세계에 있으면서 동시에 있지 않는 것이 가능할까? 나는 가능하다고 생각한다. 수평선을 오래도록 바라보다가 나를 둘러싼 주변 환경에 마음을 빼앗길 때, 혹은 다른 일은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초록색 이끼가 낀 바위만 보면서 거기서 눈을 떼지 못할 때, 또는 그저 아이를 내 품에 안고 있는 그런 짧은 순간들이 나에겐 최고의 순간이다. 시간은 갑자기 제거되고 나는 마음속으로 존재하는 동시에 생각은 완전히 딴 데 가 있다. 돌연 짧은 한순간이 영원처럼 느껴질 수 있다. 마치 그 순간과 영원이 하나가 되는 것 같다. 물론 나는 순간과 영원이 정반대의 것이란 걸 알게 되었다. 순간과 영원은 저울의 양쪽 끝에 놓여 있다. 그러나 가끔 시인 윌리엄 블레이크가 그랬듯이 영원과 시간의 그 짧은 조각을 구분할 수 없다. (…) 나는 이와 같은 경험들을 위해서 산다.' - 본문 중에서



누구나 침묵할 수 있지만 모두가 침묵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도시의 교통소음, 거리의 음악 소리, 기계 소리 등 세상은 소리로 우리의 매일을 둘러싼다.



그러나 때로 우리는 이 소음 속에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순간을 맞이한다. 인파가 가득한 해돋이축제에서 붉게 타오르는 새해 첫 해를 보거나 지금 막 태어난 자신의 아이를 바라보는 경이의 순간, 주변의 세상은 완벽하게 차단된다. 경이는 그렇게 우리에게 침묵을 선물한다.

역사상 최초로 걸어서 남극에 도착했던 탐험가 엘링 카게는 극한 상황에서 침묵의 순간을 마주했다. 존재의 결정체 같은 그 완결한 순간의 경험은 시간이 흐른 뒤에도 잊히지 않고 그와 함께하는 삶의 무기가 됐다. 신간 『자기만의 침묵』은 그가 경험한 침묵에 우리가 물어야 할 33개의 질문과 대답을 함께 엮어 완성한 책이다.

첫 번째 장의 에피소드는 많은 사람들이 침묵을 두려워하는 이유를 이야기 한다. '대양이나 끝없이 탁 트이고 눈 덮인 벌판처럼 일종의 위엄'을 지니고 있는 침묵은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자아낸다. 사람들이 음악을 틀고 문자를 보내고 라디오를 들으며 생각이 날뛰도록 내버려두는 건, 침묵 속에서 마주하는 자신의 진짜 모습이 두렵기 때문이다.

책은 아리스토텔레스, 비트겐슈타인, 존 케이지, 뭉크, 올리버 색스 등 철학, 음악, 문학, 미술을 망라하는 저명한 사람들의 침묵을 들려준다. 뭉크의 「절규」는 소리없는 소음으로 그림과 수다스러운 침묵을 나누게 하고, 비트겐슈타인은 '말할 수 없는 것에 대해선 침묵을 지켜야 한다'는 문장으로 말이 만드는 경계를 인식하게 한다. 다양한 사례와 자료는 침묵의 가치를 재조명하고 실생활에서 침묵을 만들어 가는 방법을 구체적으로 전달한다. 침묵이 인생을 경험하는 우아한 방법이자 시간을 사용하는 신비로움이라는 것을 체험하게 하는 책이다. 본문 중간중간 사진에 담긴 극지의 고독도 생생한 침묵으로 다가온다.
박새롬 기자 onoin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대전서 금강 수자원 공청회, 지천댐 맞물려 고성·갈등 '얼룩'
  2. 차세대 스마트 교통안전 플랫폼 전문기업, '(주)퀀텀게이트' 주목
  3.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4. 유등노인복지관, 후원자.자원봉사자의 날
  5. 생명종합사회복지관, 마을축제 '세대공감 뉴-트로 축제' 개최
  1. [화제의 인물]직원들 환갑잔치 해주는 대전아너소사이어티 117호 고윤석 (주)파인네스트 대표
  2. 대전장애인단체총연합회, 한남대 공동학술 세미나
  3. 월평종합사회복지관과 '사랑의 오누이 & 사랑 나누기' 결연활동한 동방고 국무총리 표창
  4.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5. 백석대·백석문화대, '2024 백석 사랑 나눔 대축제' 개최

헤드라인 뉴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실낱 희망도 깨졌다

2026년 세종 국제정원도시박람회 개최가 2024년 가을 문턱을 넘지 못하며 먼 미래를 다시 기약하게 됐다. 세간의 시선은 11월 22일 오후 열린 세종시의회 산업건설위원회(이하 산건위, 위원장 김재형)로 모아졌으나, 결국 더불어민주당 주도의 산건위가 기존의 '삭감 입장'을 바꾸지 않으면서다. 민주당은 지난 9월 추가경정예산안(14.5억여 원) 삭감이란 당론을 정한 뒤, 세종시 집행부가 개최 시기를 2026년 하반기로 미뤄 제출한 2025년 예산안(65억여 원)마저 반영할 수 없다는 판단을 분명히 내보였다. 2시간 가까운 심의와 표..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드림인대전]생존 수영 배우다 국가대표까지… 대전체고 김도연 선수

"생존 수영 배우러 갔다가 수영의 매력에 빠졌어요." 접영 청소년 국가대표 김도연(대전체고)선수에게 수영은 운명처럼 찾아 왔다. 친구와 함께 생존수영을 배우러 간 수영장에서 뜻밖의 재능을 발견했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본격 선수 생활을 시작했다. 김 선수의 주 종목은 접영이다. 선수 본인은 종목보다 수영 자체가 좋았지만 수영하는 폼을 본 지도자들 모두 접영을 추천했다. 올 10월 경남에서 열린 105회 전국체전에서 김도연 선수는 여고부 접영 200m에서 금메달, 100m 은메달, 혼계영 단체전에서 동메달을 목에 걸었다. 무려 3개의..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현장]구청·경찰 합동 쓰레기집 청소… 일부만 치웠는데 21톤 쏟아져

<속보>="내 나름대로 노아의 방주 같아…'나는 자연인이다' 이런 식으로, 환경이 다른 사람하고 떨어져서 살고 싶어서 그런 거 같아요." 22일 오전 10시께 대전 중구 산성동에서 3층 높이 폐기물을 쌓아온 집 주인 김모(60대) 씨는 버려진 물건을 모은 이유를 묻자 이같이 대답했다. 이날 동네 주민들의 오랜 골칫거리였던 쓰레기 성이 드디어 무너졌다. <중도일보 11월 13일 6면 보도> 70평(231.4㎡)에 달하는 3층 규모 주택에 쌓인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청소하는 날. 청소를 위해 중구청 환경과, 공무원노동조합, 산성동 자율..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롯데백화점 대전점, ‘퍼피 해피니스’ 팝업스토어 진행

  •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 선언…35년만에 ‘다시 하나로’

  •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대전 유등교 가설교량 착공…내년 2월쯤 준공

  •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 중촌시민공원 앞 도로 ‘쓰레기 몸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