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 DMZ 해원가 - 홍찬선 제4시집] (저자 홍찬선 & 출간 넥센미디어)의 P.275~277에 수록된 작품이다. 저자는 이 글을 2018년 9월, 문재인 대통령이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하기 위해 2박3일 일정으로 평양에 간 날, 순안국제공항 환영인파들 손에 태극기가 보이지 않은 것을 보고 '이건 아니다'는 생각에 지었다고 한다.
옳은 주장이며 적극 공감하는 터다. 북한이 '인공기'라면 우리는 분명 '태극기'다. 그럼에도 이를 '배제'한 건 일종의 굴종 외교였다.
[삶 DMZ 해원가 - 홍찬선 제4시집]은 우리 대한민국의 분단의 아픔과 냉엄한 안보현실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소개한 서사시다. '우리 민족 함께 살아야 한다'를 필두로 종시(終詩) '꿈덩이'에 이르기까지 주옥같은 작품들이 화수분으로 실렸다.
김정은의 베트남行을 보면서 김일성이 일으킨 6.25한국전쟁을 새삼 곱씹어 본다. 이 전쟁으로 말미암아 '남한과 북한 사람 520만 명, 유엔군과 중공군 170만 명이 죽거나 다쳤고 천만 명이 부모형제와 생이별했다'(P.55).
저자는 6.25 당시 '미군의 만행'에 있어서도 예봉(銳鋒)을 멈추지 않는다. <노근리 노근리 노근리>가 그 증거다.
-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그들은 무엇을 바란 것일까 / "미군 방어선 넘는 자들은 모두 적이므로 사살하라 여성과 아이는 재량에 맡긴다" / 아무리 미쳐 돌아가는 전쟁 중이라지만 아무리 파죽지세로 쫓긴 후퇴 때라지만 / 그들의 소개명령으로 가볍디 가벼운 피난 보따리 이고 지고 / 울며 보채는 어리디 어린 꼬맹이 달래가며 / 살겠다며 남으로 남으로 무거운 발걸음 떼던 임계리 주곡리 노근리 사람들 500여명 / 믿는 도끼에 발등 깨진 것은 약과 훤한 대낮에 날벼락 맞았다 / 번개 천둥 소나기보다 더 매섭게 미군 비행기 폭격 기총소사 기관총알 쏟아졌다…….(P.244~245:후략)" -
'노근리 평화공원'으로 명명된 이곳은 충청북도 영동군 황간면 목화실길 7번지에 위치한다. 필자는 10년 전 사이버대학 재학 시 교육 이수 차원에서 이곳을 찾은 바 있다.
당시 양민 학살의 흔적이 여전히 또렷한 노근리 쌍굴다리의 무차별 기관총 사격 '현장'의 모습에서 절규했음은 물론이다. 당연론이겠지만 힘이 없는 민족은 승냥이 같은 외세에게 숨은여(수면 위로는 보이지 않지만 바다 속에 내밀고 있는 암초)의 위험한 책략에 당한다.
이 책이 더욱 의미심장한 까닭은 우국(憂國)에 근거한 저자의 '나라 사랑'이 유독 듬뿍 담긴 때문이다. 저자는 '영원한 국민 MC' 송해 선생에 대한 애정 어린 시선 역시 거두지 않는다.
<宋海의 일생>에서 저자는 '아흔둘의 고령임에도 빨강 뚜껑 이슬이 벗 삼아 아들 손자 증손자뻘 되는 사람들과 전쟁과 삶의 질긴 얘기 풀어놓는다'며 송 선생님의 노익장(老益壯)을 칭찬한다.
저자는 이 책을 집필하기 위해 155마일 DMZ뿐 아니라 낙동강 전선 등 6.25 전쟁 후방 격전지 등을 두루 누비며 역사와 팩트의 낙수까지를 죄 걷어 들였다. 아울러 '우리의 소원'인 통일과 평화라는 화두를 단순히 감상적으로만 피력한 게 아니라, 분단의 아픔과 냉엄한 안보현실을 객관적이고 입체적으로 묘사했기에 그 의미까지 남다르다.
진부한 얘기겠지만 책을 내는 저자는 그야말로 사력을 다한다. 또한 어쩌면 자신의 평생 모두를 그 책 안에 담느라 고군분투(孤軍奮鬪)한다. 이 책이 바로 그렇다. 하지만 대부분의 독자는 이런 현실을 모른다. 그래서 유감이다. 이를 상기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첨언하는 사족의 주장이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