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3월 22일 구속된 지 349일 만이며 구속된 전직 대통령이 보석을 통해 풀려난 것은 이 전 대통령이 처음이다.
다만, 주거지가 자택으로 제한되고 접견·통신 대상도 제한되는 '자택 구금' 수준이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6일 이 전 대통령이 청구한 보석을 조건부로 허가했다. 재판부는 "구속 만기일에 선고한다고 가정해도 고작 43일밖에 주어지지 않았다"며 "심리하지 못한 증인 수를 감안하면 만기일까지 충실한 심리를 끝내고 선고하기는 불가능하다"고 보석허가 이유를 설명했다. 이어 "구속 만료 후 석방되면 오히려 자유로운 불구속 상태에서 주거 제한이나 접촉 제한을 고려할 수 없어 오히려 증거 인멸의 염려가 높다"며 "보석을 허가하면 조건부로 임시 석방해 구속영장의 효력이 유지되고, 조건을 어기면 언제든 다시 구치소에 구금할 수 있다"고 밝혔다.
재판부 보석을 허가하면서 엄격한 조건을 달았다. 10억원의 보증금을 납입토록 했으며 석방 후 주거는 논현동 사저 한 곳으로만 제한하고 외출도 제한했다. 또 배우자와 직계 혈족 및 그 배우자, 변호인 외에는 누구도 자택에서 접견하거나 통신을 할 수 없다는 조건도 제시했다. 이 전 대통령은 이와 함께 매주 한 차례 재판부에 일주일간 시간별 활동 내역 등 보석 조건 준수 보고서도 제출해야 한다.
이 전 대통령은 증인석에 서서 책상을 짚은 채 재판부의 보석 허가 결정 이유를 들었는 데 재판부가 주거지 및 통신·접견 대상 제한 등 조건을 제시하고 변호인과 상의할 시간을 준다며 10분간 휴정하자, 구치감으로 들어가는 이 전 대통령은 엷은 미소를 띠기도 했다.
이후 재판부가 보석허가 결정을 하면서 "(조건) 내용을 숙지했느냐"며 재판장이 질문했고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숙지했습니다"라고 답했다.
보석 절차를 밟기 위해 법정을 떠나 구치감으로 이동하는 이 전 대통령의 곁으로 이재오 자유한국당 상임고문 등 지지자들이 몰려들어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이에 대해 이 전 대통령은 옅게 웃으며 "지금부터 고생이지"라고 짧게 답했다.
강제일 기자 kangjei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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