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 일상에 맞섰던 여성들의 이야기 '조선의 페미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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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책] 일상에 맞섰던 여성들의 이야기 '조선의 페미니스트'

이임하 지음 | 철수와영희

  • 승인 2019-03-06 12:22
  • 박새롬 기자박새롬 기자
조선의 페미니스트
 철수와영희 제공


'유영준은 여학생들에게 적극적으로 경험하고 현실을 부딪쳐보라고 권하면서 '풍기 문란'이라는 편향된 언론 보도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 "어떤 여자가 자살을 하였다 하면 그 사실을 알아보기 전부터 벌서 첫말이 '아량 없는 여자니까 옹졸한 생각을 가진 여자니까' 합니다. 농담 같은 그러한 말이 실상은 여성에게 대한 사실을 그릇 처리하기 쉬운 심정의 발로라 합니다. 그러한 선입견을 버리고 좀 더 친절하게 좀 더 힘있게 여성에게 임하여주기를 바랍니다."라고 말하면서 여성 혐오나 여성을 규정하는 언론의 태도와 보도 방식을 문제 삼았다.' - 본문 중에서



2019년 대한민국에서 낮설지 않은 단어 '페미니즘'. 백과사전에서는 '여성의 권리 및 기회의 평등을 핵심으로 하는 여러 형태의 사회적·정치적 운동과 이론들을 아우르는 용어'로 정의된다.

페미니즘이 외래어이기 때문에 외국에서 들어온 사상에서 시작된 운동으로 보는 사람들도 많을 것이다. 많은 여성학자들은 한국 페미니즘의 출발점을 1977년 이화여대에 개설된 여성학 강좌와 연결 짓는다. 한국의 여성학은 '서구와 달리 아래로부터의 개혁이 아니라 선구적인 여성 지도자들에 의해 도입되었으나 1990년대 이후 등장한 대학 내 여성운동가들의 요구를 통해 확장되고 강화됐다고 볼 수 있다'고 이야기한다.



책 『조선의 페미니스트』 저자 이임하는 역사를 되돌아보면 여성학의 공부와는 별개로 생활 속에서 수많은 페미니스트들이 현실을 바꾸고자 했다고 주장한다. 그 증거로 해방 이후 결성된 조선부녀총동맹 등에서 활동했던 유영준, 정종명, 정칠성, 고명자, 허균, 박진홍, 이순금 등 일곱 명의 페미니스트들의 삶과 그들이 남긴 글을 담았다. 이들이 일제 강점기와 해방공간에서 식민지 일상에 맞서 어떻게 저항하고 어떻게 여성들의 삶을 바꾸려고 했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페이지에 가득하다.

조선부녀총동맹 함경남도 대표였던 정종명은 현재 유치하고 한심할 정도로 성교육을 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제대로 알지도 못하고 오해를 해" 그 폐해와 파급이 큰 문제라고 했다. 특히 여성과 남성의 성 인식 차이로 여성만 피해를 당하기 때문에 여성들이 잘 알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문사 기자, 조선민주여성동맹 부위원장을 지낸 정칠성은 여성해방의 첫 번째 길이 여성의 사회 활동이라고 파악했다. 사회 활동을 하려면 여성에게 편리한 생활환경을 제공해야 하며,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서둘러야 할 것은 주택 개량이라고 보았다. 부엌 개량의 경우 누구든지 이용하게 편리하게 부엌이 개량되면 남녀 구분없이 먼저 집에 들어온 사람이 식사를 준비하는 것이 현실 가능한 생활개선이라고 제시했다.

저자는 조선의 페미니스트들을 통해 성차별이 가득 찬 당시 세상에서 그들이 중요하게 생각한 가치와 삶의 방식이 무엇이었는지 알려준다. 이를 통해 한국의 여성해방을 위한 페미니즘이 탄생한 데에는 충분한 그 나름의 사상과 역사성이 있다는 것을 지적한다. 현재 한국의 페미니즘은 결코 수입품이 아니라 일제 강점기에 저항한 조선의 페미니스트들과의 연장선상에서 바라봐야 한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조선의 페미니스트들이 걸었던 길이 유럽 또는 미국의 페미니스트들이 걸었던 길과 어떻게 다른지, 식민지 경험이 얼마나 험난한 여정이었는지, 민족해방운동을 하면서 페미니스트로서 남성 중심 사회에 어떻게 개입하고자 했는지를 살펴보고 있다. 책에 담긴 과거의 차별적 상황과 크게 다르지 않은 요즘의 현실이지만, 그래도 현대 한국 페미니즘이 지금에 이르기까지 이룬 많은 성과의 시작을 확인해 볼 수 있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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