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평소의 역사의식 정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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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평소의 역사의식 정립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 승인 2019-03-06 08:35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권율정 원장님
권율정 국립대전현충원장
내가 즐겨 사용하는 표현 가운데 하나가 '평소에 잘 하자!' 이다. 무슨 일을 하는데 있어서 마치 '쇼' 하는 식이 아닌 평소의 모습 속에서 진정한 가치를 발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론적 언급보다 생생한 사례를 들어보겠다.

나 자신 공직에 입문한 지 정확히 34년이 넘고 있다. 1985년 3월 4일 시작할 때 104명이 같이 출발했다. 현재 공직에 남아 있는 숫자는 손에 꼽을 정도다. 동기 애를 다진다는 점에서 여느 다른 단체처럼 카카오톡의 단체 대화방이 개설됐다. 현재 80명 정도가 등록되어 여느 단체처럼 대화방 내용은 정기 모임과 회원 경조사가 대부분이다. 그런데 최고의 핵심 사항인 공직 입문 일에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다. 작년에도 단 한마디도 없어서 주제넘게 나서기도 뭣해서 나 역시 그냥 조용히 지나갔다. 이번에도 당일인 3월 4일 오후 8시까지 아무도 언급이 없기에 의미 있는 그 날의 4시간을 남겨 둔 상태에서 34주년을 기억하자는 글을 남겼다. 나는 지난 34년 동안 단 한 번도 빠지지 않고 그 날을 항상 기억해 왔다. 공직 후배들에게 공직 입문 일은 '제2의 생일' 이라고 입버릇처럼 해온 것과 맥락을 같이 한다. 비약인지 모르지만 가장 중요한 날을 간과한 것은 우리의 평소의 역사의식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듯하다.

올해 백주년 3.1절의 뜻깊은 시기를 맞아서 연초부터 독립운동과 독립운동가에 대한 심층 보도가 연일 계속되고 있다. 뉴스만 열면 매체와 관계없이 보도되고 있기에 요즈음 같으면 마치 100년 전의 독립운동의 열기가 살아 있는 듯하다. 앞으로도 대한민국 임시정부 백 주년이 되는 4월 11일까지는 독립운동의 여러 총체적 시리즈가 나올 것 같다. 평소에 독립운동에 관심이 깊은 입장에서 요즈음 기사를 접하는 것만으로도 독립운동 이해와 역사적 평가를 하는 데 있어서 적지 않은 도움이 된다.

뉴스 속성상 그렇다고 어떤 사안에 대해서 무한정 계속 보도가 되기는 어렵다. 아마도 4월 중반이 지나면 독립운동 관련 보도가 줄어들지 모른다. 보도에서 멀어지다 보면 대중의 관심도 식을 것이다. 언젠가 조사에 따르면 성인 기준으로 6.25 전쟁 발발 연도를 아는 경우가 반 정도 되고, 3.1 운동의 연도는 약 3분의 1 정도 된다는 기억이 난다. 매우 중요한 역사적 사건의 연도도 모른 상태에서 역사적 교훈까지 기대하기는 무리인지 모르지만, 역사는 지난 시간을 통해 공적은 살리고 과오는 극복하는 가운데 국가공동체는 전진할 수 있기에 매우 중요한 요소다. 위대한 3.1운동 백 주년을 통해서 배울 점은 혹독한 일제 식민지배 체제에서 기층 민중의식의 발로로 자유와 정의, 민권에서 국권 회복을 위해 투쟁했던 위대한 선열들의 정신을 되돌아보는 것이다.



다음과 같은 불세출의 위대한 독립운동가분들의 불멸의 문구들은 내가 이곳 현충원에서 특히 학생들에게 평소에 즐겨 인용하곤 한다.

- 김구 선생 (踏雪野中去 (답설야중거) 눈 덮인 들판을 거닐며, 不須胡亂行(불수호란행) 어지럽게 하지 말아라, 今日我行跡 (금일아행적) 오늘 내가 가는 발걸음이, 遂作後人程(수작후인정), 뒤에 오는 사람의 길이 될 수 있다. 참고: 백범 김구 선생의 애송시)

- 안중근 의사 (國家安危 勞心焦思, (국가안위 노심초사) 국가의 안보와 위태로움을 생각하는 것만으로 마음이 타들어간다.

- 윤봉길 의사 (丈夫出家 生不還, (장부출가 생불환) 장부가 집을 나서서 뜻을 이루지 못하면 살아 돌아오지 않는다)

- 신채호 선생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 안창호 선생 (진리는 반드시 따르는 자가 있고, 정의는 반드시 이루는 날이 있다)

- 유관순 열사 (나라위해 바칠 목숨이 하나뿐인 것이 이 소녀에게 유일한 슬픔입니다)

- 강우규 의사 (斷頭臺上 (단두대상) 단두대 위에 있으니, 猶在春風 (유재춘풍) 아직도 봄바람이 감도는 구나, 有身無國 (유신무국) 몸은 있으되 나라가 없으니, 豈無感想 (기무감상) 어찌 느낌이 없으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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