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인중개사무소를 운영하며 겪었던 에피소드이다.
2016년 8월 무더운 어느 날 사무실 안으로 중년여성 한 분이 들어오셨다. 운전도 안 하시고 버스타고 왔다고 하여 시원한 아이스커피 한 잔을 내어 드리며 매물들을 소개해드렸다.
오랜 경험상 고객들과 대화를 나누다 보면, 고객들의 상황을 자연스레 알게 되어 명확한 계약 의사가 있는지 파악이 되는데 이 분은 그냥 알아보러 온 손님에 지나지 않았다.
선택의 기로에 있었다. 대강 매물을 소개한 후 돌려보낼까 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분 역시 내 사무실에 온 고객이라는 생각에 요청에 따라 아파트 평형대별, 동별로 정성을 다해 다양한 매물들을 1시간 정도 돌아다니며 보여드렸다.
결국 생각 좀 해 보겠다는 한마디만 남긴 채 그냥 가버리셨고, 그냥 그렇게 잊고 지냈는데 1년 정도 지나 그 분이 남편분과 함께 사무실에 오셨다.
기존살던 집을 매매하고 오셨다며 1년 전 그때 보았던 매물들 중 가장 맘에 들었던 타입의 아파트 동과 층수를 선택해 계약하시고 바로 계약금을 입금하였다.
만약 내가 대충 돌려보냈다면 그 분이 다른 부동산도 들리지 않은 채 내 사무실에 오시지는 않았을 것이다.
잊지 않고 나를 찾아주신 그 분께 감사하였고, 나의 선택이 당장은 열매를 맺지 않을지라도 씨를 뿌린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그 분은 지나가다 종종 사무실에 들리시고 가끔은 점심까지도 함께 할 정도의 단골손님이 되었다.
그것 봐! 역시 옛말 틀린 것 하나 없다니까!
이지선(더함께 공동리더, 명가공인중개사사무소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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