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노래]빌리 홀리데이의 '섬머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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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노래]빌리 홀리데이의 '섬머 타임'

  • 승인 2019-03-05 10:58
  • 우난순 기자우난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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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티이미지 제공
재즈는 이상한 마력이 있다. 가슴 밑바닥에 잠재돼 있는 우울과 달콤함, 분노, 나른함을 일깨운다. 환희와 즐거움이 아닌 슬픔의 정서를 건드린다. 블루스와 맥을 같이하는 재즈는 흑인의 음색과 잘 어울린다. 노예로 끌려와 지난한 고통의 역사 속에서 녹아있는 재즈. 그래서 재즈는 인간의 고통과 숙명을 생각하게 한다.

오래 전, 잠시 몸이 아파 병원에 입원한 적이 있다. 이른 아침 병실 천장에 설치한 스피커에서 조용히 흘러나오는 노래가 있었다. 그 중 '섬머 타임'을 잊을 수 없다. 단조롭게 무심한 듯 지친 마음을 보듬어 주는 빌리 홀리데이의 '섬머 타임'. 이 노래는 재즈 가수라면 한번 씩은 다 부른 노래다. 키리 테 카나와의 고음의 목소리도 감동적이다. 그치만 그때 들은 '섬머 타임'은 폐부 깊숙이 송곳으로 긁는 아픔이 느껴졌다. 거친 음색과 온갖 풍파를 겪은 듯한 절절한 창법. 이 가수가 누굴까. 나중에 확인해 보니 빌리 홀리데이였다.

당시 미국의 흑인들의 삶이 그렇듯 빌리도 파란만장한 삶을 살다 비참하게 죽었다. 어린 엄마에게서 태어나 먹고살기 위해 어린 나이에 백인 가정에서 청소하고 또 백인 남자에게 성폭행 당하고. 그야말로 밑바닥 하층민의 삶은 간신히 목숨을 연명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았다.

우연히 카바레에서 자신의 뛰어난 노래 실력을 선보여 가수로서의 성공적인 데뷔식을 치렀으나 마음 둘 곳 없는 외로움은 치유될 수 없었다. 몇 번의 결혼생활은 계속 파국을 맞았고 마약으로 점철된 삶은 결국 허망하게 삶을 마감했다. 예술은 편안하고 안정된 삶에서는 탄생할 수 없다. 고통을 겪은 자만이 예술로서의 승화를 누린다. 참 아이러니고 잔인하다. 예술가의 재능을 누리는 사람들은 행복하지만 정작 예술가들의 이승의 삶은 행복할 수 없다. 그것이 예술가들의 천형이고 축복이다. 나의 영원한 안식처 빌리 홀리데이의 '섬머 타임'.




우난순 기자 rain4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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