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즘] 일상의 사막화(沙漠化), 이를 어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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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즘] 일상의 사막화(沙漠化), 이를 어쩌나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 승인 2019-03-05 08:42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임숙빈
임숙빈 을지대 간호대학장
또 한 번의 새해를 맞이하듯 분주한 3월을 열고 있다. 대학의 2월, 3월은 해가 바뀌는 연말연시보다도 더 바쁘다. 졸업이나 입학과 관련된 업무는 물론이고 나날이 복잡해지는 행정 업무 속에 지난 학기를 마무리하고 새로운 학기를 시작해야 하기 때문이다.

공교롭게도 교수와 조교의 변동이 많은 이번 2월은 필자가 근무하는 대학에서는 특히 어수선하기 그지없었다. 몇 년씩 경험이 쌓인 조교들이 떠난 자리에 새로 업무 인계를 받은 조교들이 콩 튀듯 팥 튀듯 애를 쓴다. 그래도 웃어가며 이리 뛰고 저리 뛰니 얼마나 대견하고 아름다운 일인가. 개강 후 안정되면 맛난 식사라도 하며 웃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해야 하겠다.

그런데 좋아하려나? 좋아하겠지! 순간 이런저런 생각이 교차한다. 최근 몇 년 사이에 생긴 버릇이다. 요즈음은 함께 근무하는 사람들끼리 모두 모이는 회식 자리를 가지기도 쉽지 않기에 말이다. 조직과 업무 중심의 문화에서 개개인의 생활과 가족 중심의 문화로 바뀌니까 직장에서는 공식적으로 꼭 참석해야 하는 모임이 아니면 개인적 이유를 들어 참석하지 않는 경우도 많고 이를 뭐라 하는 분위기도 아니기 때문이다. 나쁘지 않다. 개인의 선택이나 권리를 생각하면 오히려 발전적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단점 없는 장점이 없다고 했던가, 아쉽고 걱정스러운 면도 많다. 업무 이외에 만나는 기회가 적으니까 관계는 건조해지기 이를 데 없다. 특히 교수들의 경우 퍼즐처럼 비껴가며 짜인 수업시간에 맞추어 강의하고, 실습지도하고, 학생도 만나야 하니까 점심시간에 식당에서라도 만날라치면 반가울 지경이다. 게다가 기혼 여성들의 경우 근무 후에는 자녀들을 돌봐야 하니까 회식은 부담이다. 여하간 점차 함께 모이는 경우가 몇 년 사이 현저히 줄어들었다.



만나지 않다 보니 서로를 잘 모르고, 잘 모르다 보니 이해하기 어렵고, 이해하지 못하다 보니 사소한 일로도 다투고, 다투었어도 다시 화해할 기회도 적고, 그러다 보니 자기를 합리화한 채 나는 나대로 너는 너대로 지내게 된다. 일상의 사막화(沙漠化)라고 할까, 관계의 사막화라고 할까.

사막화(沙漠化)는 극심한 가뭄이나 건조화 현상과 그리고 과도한 경작과 관개, 무분별한 산림벌채, 환경오염 등의 자연적/인위적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서 토지가 사막과 같은 환경으로 되는 현상을 말한다. 이렇게 되면 지표면에서 태양에너지를 반사하는 비율이 증가하고, 지표면이 차가워지면서 건조한 하강기류가 형성되어 강우량이 감소하여 토양의 수분이 적어지므로 더욱 빠른 속도로 사막화가 진행된다고 한다. 그런데 그 끝은 산소 부족, 물 부족, 작물 재배 불가능, 야생 동물의 멸종, 식량난으로 이어지는 파멸이다.

일상생활이나 인간관계에서도 사막화가 진행된다면 이런 파국을 맞이하지 않는다고 누가 말할 수 있겠는가. 나만 생각하는 극심한 무관심과 조금의 배려나 양보도 아까워하는 건조화 현상, 성과 중심의 과도한 경쟁, 뒤따를 현상을 생각지도 않는 정책과 통제, 저급한 문화의 오염이 원인이 되어 서로를 응원하고 마음을 나누는 촉촉함이, 감동이 없어진다면 소외나 분열과 싸움으로 이어지는 파국을 맞게 될 것이다. 이미 곳곳에서 크고 적게 벌어지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러면 어찌해야 할까? 평범한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평범한 나의 일상에서 내 힘껏 덜 건조해지려고 노력해야겠다. 서로를 생각하는 나와 내 동료의 작은 실천을 응원해야 하겠다. 퇴근 시간을 훌쩍 넘긴 시각 함께 방을 나서는 조교 선생이 깊은숨과 함께 내뱉는 말에 서로를 바라보며 웃는다. 아, 그래도 오늘 무사히 개강 첫날을 보냈어요. 그러게! 어느 사이 봄 향기가 밴 듯 다정하게 느껴지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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