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거미에게서 배우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情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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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예공론] 거미에게서 배우는 칠전팔기(七顚八起)의 정신(情神)

병역명문가 염재균 / 수필가

  • 승인 2019-03-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칠전팔기'(七顚八起), 일곱 번 넘어져도 여덟 번 일어난다는 말이다.

하찮은 미물(微物)이라고 여기는 거미(spider)가 일곱 번이나 자기가 친 줄이 망가졌는데도 포기하지 않고 여덟 번째로 다시 줄을 친다는 내용으로 실패를 거듭해도 이에 굴하지 않고 다시 일어나는 오뚝이 정신은 우리에게 한 두 번의 실패로 좌절하는 사람에게 희망(希望)과 도전(挑戰)이라는 용기를 주고 있는 '칠전팔기'는 시민대학의 고사 성어(지도교수: 장상현)에서 배운 내용이다. 살펴보자.

중국 남조의 송나라 때 범엽(范燁)이 저술한 후한서(後漢書)에 나오는 이야기로 유래는 다음과 같이 시작된다.

옛날 전투(戰鬪)에 패해 쫓긴 장수가 조그만 굴(窟)에 몸을 숨겼다. 그러자 간신히 비집고 앉은 굴 입구에 거미 하나가 줄을 쳤다. 처량한 신세를 한탄(恨歎)하며 아무 생각 없이 거미줄을 흩어버렸다. 거미는 처음부터 다시 줄을 치기 시작했다. 딱히 숨어있는 것 말고는 할 일도 없고 해서 거미가 줄을 다 치자 아무 생각 없이 다시 흩어버렸다. 그런데도 거미는 포기(抛棄)하지 않고 또 줄을 치고 말았다.



'이젠 하찮은 미물(微物)까지 나를 무시하는구나!' 괘씸한 마음에 그렇게 다 만든 거미줄을 일곱 번이나 흩어 버렸는데도 거미는 묵묵히 여덟 번째 거미줄을 치더란다.

'이런 답답한 놈이 있나? 이쯤 되면 포기할 일이지!'하며 거미의 우둔(愚鈍)함을 탓하던 순간 갑자기 적병(敵兵)의 수색대가 굴 입구에 들이 닥쳤다.

이젠 꼼짝없이 죽었다 싶어 몸을 납작 엎드린 채 숨을 죽이고 있자니 노련한 적 병사 하나가 굴 입구로 다가와 거미줄로 입구가 막힌 것을 보고는 아무도 안에 들어가지 않았을 것이니 수색(搜索)할 필요가 없다며 동료들을 이끌고 돌아서 버렸다.

거미 덕분에 구사일생(九死一生)으로 목숨을 건진 장수는 하찮은 거미를 다시 보게 되었다. 포기(抛棄)하지 않는 거미의 불굴(不屈)의 정신에 목숨을 빚지고 큰 깨달음을 얻은 장수는 나중에 재기(再起)하여 큰 공(功)을 세웠다고 한다.

자연 상태의 거미줄은 일부러 걷어내지 않는 한 비바람에도 잘 끊어지지 않는다고 한다. 그래서 동서고금(東西古今)을 막론하고 군대에서 적병을 추격할 땐 거미줄이 끊어진 것을 보면 적이 지나간 흔적(痕迹)이라고 여겨 그 곳을 따라 추격을 하도록 훈련을 받는다. 그러니 그 병사 역시 사람이 굴에 들어갔다면 당연히 거미줄이 끊어져 있을 것이라 여겼던 것이다.

거미가 여러 번의 난관(難關)에도 불구하고 도전하여 이루고자 하는 목표(거미줄을 치는 일)를 달성하여 장수의 목숨을 구한 칠전팔기의 정신을 살펴보면, 1976년 대한민국 사나이의 깡다구를 군인정신으로 무장하여 제대로 보여준 권투 세계챔피언인 홍수환 선수가 있다. 그 당시 챔피언을 차지하는 것은 대부분의 사람들은 불가능하다고 봤지만, 2라운드에 상대인 카라스키야에게 네 번을 다운 당하고도 다시 일어나 3라운드에 기적인 역전 KO승을 거둔 일화다. 그가 해낼 수 있었던 것은 불리함에도 불구하고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할 수 있다는 생각에 네 번이나 넘어져도 일어날 수 있었고, 포기하지 않았기 때문에 절호의 찬스에 마지막 한방을 날려 승리를 얻을 수 있었었던 것으로 자기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기에 가능했다.

1970년대 모 가수가 부른 노래인 '오뚜기 인생'에서도 칠전팔기의 정신은 잘 나타나 있다.

오뚝 오뚝 오뚜기 놈이/ 넘어질듯/비틀거리다가/여봐란 듯이/일어나아네/세상살이 고달프다고/말만 많은 양반들아/오뚜기처럼 살아가소/빈 털털이 단벌옷에/사랑을 하다가/실패를 해도/백절불굴 정신이라/어화 둥둥 내 사랑아/내 사랑이 돌아 오네/오뚝 오뚝 오뚜기/오뚜기가 내 사랑일세.(1절)

전북 전주시에서는 금년도 6월경에 '실패박람회'를 개최할 예정이라고 한다.

'실패해도 괜찮아'라는 주제로 실패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 재도전을 응원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곳의 박람회에 참가하여 자세히 살펴보고 싶어진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성공만 하는 것이 아니다. 실패를 하거나, 난관에 봉착(逢着)하기도 한다. 실패를 거듭했다고 해서 좌절하지 말고 꿋꿋하게 다시 일어날 수 있는 '칠전팔기' 정신으로 이를 극복한다면 희망과 성공이라는 열매를 맺을 수 있을 것이다. 실패는 성공의 어머니라는 말이 있다. 실패를 통해 고통을 극복하는 방법을 배우며, 강인한 도전정신과 인내, 집중력을 발휘할 때 다시 일어날 수 있고, 분명한 목표(目標)를 정해 추진할 때 실패로부터 벗어나게 된다는 가르침을 주고 있다.

병역명문가 염재균 / 수필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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