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흥청망청(興淸亡淸)의 교훈

  • 문화
  • 문예공론

[문예공론] 흥청망청(興淸亡淸)의 교훈

장상현/ 인문학 박사, 수필가

  • 승인 2019-03-05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간신
영화 '간신' 중 한 장면. 연산군에게 미녀를 바쳐 왕을 쥐락펴락한 간신들의 이야기를 그렸다.
우리가 사용하는 대부분의 고사성어는 중국에서 일어난 사건에 관한 이야기로 회자(膾炙)되곤 한다.

그런데 흥청망청이란 고사성어는 중국이 아닌 조선중기 연산군과 간신 임사홍의 아첨(阿諂)로 인해 비롯된 것이다. 이른바 '흥에 겨워 마음껏 즐기며 거드럭거린다'는 뜻으로 사용되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돈이나 물건 따위를 아끼지 않고 마구 쓰는 경우'를 비유해 쓰이고 있다. 당시 일어났던 고사를 살펴보자

1494년 조선의 제 10대 왕이 된 연산군은 그를 낳아 준 생모 폐비 윤씨가 사사(賜死)되면서 마지막으로 남긴 피 묻은 적삼을 보고 복수심에 불타올랐다. 그리고 그의 패악(悖惡)과 폭정은 날이 갈수록 심해 갔다.

몇 차례의 피 보라가 조정 안팎을 지나고 나자 쾌락중독에 젖어든 연산군에게 간신 임사홍과 그 아들 임승재는 갖은 아부로 연산군의 기분 맞추기에 여념이 없었다. 임사홍 부자는 고심 중에 무릎을 치면서 생각해 낸 묘안이 바로 조선팔도의 미녀들을 징발하여 왕을 기쁘게 하려는 것을 생각했다.



계획이 완성되자 즉시 "채청(採靑) 채홍사(採紅使)"라는 특별 전담반을 구성하였는데 채홍사란 전국 각 지방에 파견되어 미색이 뛰어난 기생이나 여인들을 찾아 한양으로 데려 와야 하는 특명을 받은 벼슬아치들이다. 이들 채홍사 가운데 성적이 우수한 자는 벼슬은 물론 토지와 노비를 포상으로 주었다. 연산군일기에 채홍사 가운데 성적이 가장 으뜸인자는 임사홍으로써 삼천여 명의 미녀를 찾아다 바치고 포상을 제일 많이 받은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그때 전국 각지에서 1차에 합격된 여인들을 "운평(運平)"이라 불렀으며 그렇게 선발되어 뽑혀온 여인이 무려 일만여 명에 달했는데 일만여 명의 여인들 중에서도 기예와 미색이 가장 출중한 절세미녀 300명을 다시 연산군이 직접 심사하여 뽑았는데 이 여인들을 "흥청(興淸)"이라 불렀다.

처음에는 전국에 채홍사를 파견하였지만 날이 갈수록 쾌락의 늪으로 빠져들어 얼마 후에는 "홍"은 여자를 "준" 은 말을 가리키는 뜻으로 '채홍제찰사', 또는 '채홍 준 종사관' 등의 새로운 벼슬자리를 만든 뒤 담당자를 고위직으로 교체하여 파견하였다.

당시 연산군은 백마가 정력에 좋다고 믿고 말고기를 즐겨 먹었으며 혼인하지 않은 처녀를 "靑女"라 칭하여 각 지방 양반가의 미혼처녀를 선발하여 데려오기 위해 "채청녀사. 채홍준 체찰사. 채홍준 종사관. 채홍준 순찰사"등을 8도에 파견시켰다.

이러한 과정을 거쳐 흥청으로 선발된 여인들에게 방중술을 통한 건강 증진법을 가르치는 내시부 교육담당 관리도 두었는데 이를 채홍사라고 불렀다.

연산군이 연일 잔치와 행사로 탕진하여 소비되는 엄청난 비용을 공신들의 재산을 몰수하여 충당하려 하자 공신들과 관료들의 반감이 커지고 끝내는 중종반정이 일어나 연산군은 폐위되고 말았다.

수천 명의 절세미녀들을 껴안고 재물을 물 쓰듯 하다 신세 망친 연산군의 몰락을 지켜본 이들은 "흥하는 청이 아니라 망하는 청"이라는 뜻에서 "흥청망청"이라는 말이 생겨난 것이다.

요즈음 정부에서는 국민의 세금 사용을 복지(福祉)라는 명분아래 아끼지 않고 마구 쓴다고들 염려들 하고 있다. 걸핏하면 '지원(支援)'이라는 구실아래 안 주어도 될 곳에도 선심성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는 것이다다.

사서(四書)중의 하나인 대학(大學)에 있는 구절이 생각난다.

生財有大道 生之者衆 食之者寡 爲之子疾 用之者舒 則財恒足矣

재산을 생산하는데 큰 방법(대 원칙)이 있으니 재물을 생산하는 자는 많고, 먹는 자(생산직이 아닌 사무직이나 공직자)는 적고, 일(물건을 만드는 자)하는 자는 빨리하고, 쓰는 자(소비자)는 천천히 하면 (그 나라)재산은 항상 풍족하다

공짜로 받는 것 결코 즐거워할 것이 못된다. 자생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이쯤에서 흥청망청하는 소비를 생산의 증대로 바꾸어 보는 것도 경제발전에 기여하리라 생각한다.

장상현/ 인문학 박사, 수필가

5-장상현  박사 강의
장상현 박사의 강의 모습.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긴박했던 6시간] 윤 대통령 계엄 선포부터 해제까지
  2. 비상계엄 해제 요구 결의안 국회 본회의 가결
  3. 계엄사 "국회 정당 등 모든 정치활동 금지"
  4. 계엄사 "언론·출판 통제…파업 의료인 48시간 내 본업 복귀해야" [전문]
  5. 충남대, 공주대와 통합 관련 내부소통… 학생들은 반대 목소리
  1. "한밤중 계엄령" 대전시-자치구 화들짝… 관가 종일 술렁
  2.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3. 갑작스런 비상계엄령에 대전도 후폭풍… 8년 만에 촛불 들었다
  4.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5. 계엄 선포에 과학기술계도 분노 "헌정질서 훼손, 당장 하야하라"

헤드라인 뉴스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충청권 현안사업·예산 초비상

윤석열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해제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면서 정기국회 등 올 연말 여의도에서 추진 동력 확보가 시급한 충청 현안들에 빨간불이 켜졌다. 또 다시 연기된 2차 공공기관 이전부터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 충남 아산경찰병원 건립, 다목적 방사광 가속기 구축, 중부고속도로 확장까지 지역에 즐비한 현안들이 탄핵정국의 소용돌이에 휘말리기 전 지역 정치권의 초당적 협력과 선제적 대응이 절실하단 지적이다. 3일 오후 윤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4일 새벽 국회의 비상계엄 해제 요구안 가결 등 밤사이 정국은 긴박하게 돌아갔..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 연말에도 기업유치는 계속된다… 7개 사와 1195억원 업무협약

대전시는 4일 시청 중회의실에서 국내 유망기업 7개 사와 1195억 원 규모 투자와 360여 개 일자리 창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날 협약식에는 이장우 대전시장과 정태희 대전상공회의소 회장을 비롯해 ▲㈜아이스펙 한순갑 대표 ▲㈜이즈파크 정재운 부사장 ▲코츠테크놀로지㈜ 임시정 이사 ▲태경전자㈜ 안혜리 대표 ▲㈜테라시스 최치영 대표 ▲㈜한밭중공업 최성일 사장 ▲㈜한빛레이저 김정묵 대표가 참석했다. 협약서에는 기업의 이전 및 신설 투자와 함께, 기업의 원활한 투자 진행을 위한 대전시의 행정적·재정적 지원과 신규고용 창출 및 지역..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이 4일 오후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을 국회에 제출했다. 빠르면 6일부터 표결에 들어갈 수도 있으며 본회의 의결 시 윤석열 대통령은 즉시 직무가 정지된다. 더불어민주당과 조국혁신당, 개혁신당, 진보당, 기본소득당, 사회민주당 등은 이날 오후 2시 43분쯤 국회 의안과를 방문해 탄핵소추안을 제출했다. 탄핵소추안 발의에는 국민의힘 의원을 제외한 6당 의원 190명 전원과 무소속 김종민 의원(세종갑)이 참여했다. 탄핵안에는 윤 대통령이 12월 3일 22시 28분 선포한 비상계엄이 계엄에 필요한 어떤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헌..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철도노조 파업 예고에 따른 열차 운행조정 안내

  •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야 6당, 윤 대통령 탄핵소추안 국회 제출… 빠르면 6일 표결

  •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계엄령 선포부터 해제까지… 충격 속 긴박했던 6시간

  •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 '계엄 블랙홀'로 정국 소용돌이… 2차 공공기관 이전 등 충청현안 초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