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
지난 연말이었습니다. 대전작가회의 회장을 역임한 김희정 시백(詩伯)께서 전화가 왔었지요. 오랜만에 커피나 한 잔 하자고 해서 흔쾌히 동의하며 '우리동네 작가숲'의 지역 서점인 계룡문고에 갔습니다. 대전문인협회와 대전작가회의는 그동안 대전문단을 대표하는 양대 산맥이라고 해도 지나침이 없지만 문학이라는 명제 앞에서는 서로 생뚱맞게 지내온 것은 사실입니다. 두 단체는 일부러 경계선이나 홀(Hole)을 만들지는 않았지만 자연스레 보수와 진보의 대명사처럼 외면해온 것도 부인할 수 없지요. 그러나 각기 두 문학단체의 회장을 역임하면서 고민하고 걱정했던 대전 문단의 화두로 우리는 금세 의기투합했습니다.
대전 문단의 발전을 위한 미래담론(Discourse)을 끄집어내며 대전 문단을 위해 공동대처를 하자는 유쾌한 합의를 하였지요. 그러기 위해 두 단체는 첫 번째 실천방안으로 지난 2월 19일 '시민, 작가, 서점, 주무기관'이 함께하는 '대전지역 문학의 발전방안'이라는 주제로 공동심포지엄을 개최했습니다. 토론은 3시간을 넘겼지만 많은 분들이 자리를 뜨지 않았지요. '대전시 문학단체 지원방안' '대전문학관의 위상과 역할' '대전문인들의 위상 제고와 문학상 제도 도입' '정훈 고택과 박용래 선생의 청시사 문학테마 공원 조성' '문인들의 창작지원금' 등의 제언들이 봇물 터지듯 쏟아져 나왔습니다. 이제부터는 이러한 일들을 하나하나 해결하기 위해서는 우선순위를 정하는 지혜로움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물론 대전 문단의 변화와 발전을 위해서는 시민, 작가, 대전시, 이 3가지 요소의 유닛(Unit)을 어떻게 구성하고 역할분담을 해야 하는지 중요합니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대전 문단의 혁신 가능한 토양을 어떻게 만들어 나가고 링크시킬 것인가는 재원과 사람의 문제라고 생각합니다. 지난 6·13지방선거에서 허태정 시장은 예술인들이 마음 놓고 창작할 수 있도록 현재 2.2%인 문화예술분야 예산을 5%까지 확대할 것을 약속하였지요. 지금까지 우리는 대전시가 알아서 지원해 주겠지 수수방관해왔지만 이제는 우리들 스스로 질문하고 디자인하여 문제 답안지를 만들고 대전시에 요구해야 할 것입니다.
문학의 스펙트럼은 다양합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우리 문인들은 아직까지 1차 창작단계에 머물고 있습니다. 4차산업 혁명시대에 문학의 가치 효용을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만들어 가야 하는 책무는 문인들의 몫입니다. 시집이나 창작집을 출간하기 위해 어떻게 하면 창작지원금을 받아낼까 전전긍긍할 것이 아니라 대다수 시민들과 독자들은 문학의 가치와 미래보다는 먹고사는 일에 바쁘다는 사실도 인식해야 할 것입니다.
봄이 오고 있습니다. 봄은 기다린다고 오는 것은 아니지만 대전 문단을 꽃 피우는 일에 60여 개 대전문학단체들은 함께해야 할 것입니다. 뿐만 아니라 우리 문인들은 늘 문학의 쟁기질을 게을리하지 말아야 합니다. 권득용 전 대전문인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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