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디]험로가 예상되는 文 정권의 중재자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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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오디세디]험로가 예상되는 文 정권의 중재자 역할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19-03-04 08:20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정치는 복잡한 비즈니스다. 경제적 이익을 챙기는 비즈니스보다 더 복잡한 일면을 지닌 것이 정치다. 협상은 상대와 이익을 배분하는 과정이자, 상대를 다루는 기술이다. 정상회담과 양국 간의 협상은 국가가 펼치는 고도의 정치 행위이자 복잡한 비즈니스다.

하노이 북미회담이 결렬됐다. 60여 시간 걸려 달려간 하노이에서 맥없이 돌아선 김정은 위원장은 베트남에서 남은 일정을 치르면서 비교적 밝은 모습이었지만, 속마음은 복잡할 것이다. 반면에 회담 마지막 지점에서 서명을 거부했던 트럼프 대통령의 결단은 미국 내에서도 호평을 받고 있다.

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의 전화통화에서도 중재자 역할론이 자연스럽게 거론된 모양이다. 북미회담의 중재자 역할을 자청해왔던 문재인 정권은 또다시 중재자 역할을 서두르고 있다.

무엇이 어떻게 잘못된 것일까. 양측의 진정한 속셈은 무엇이고, 회담 결렬의 근원적 원인은 무엇인가. 문 정권이 양측으로부터 풍부한 정보와 전략구사에 대한 심도있는 분석과 대응구상이 마련돼 있는지도 회의적이다. 참 안타깝다. 판문점 회담과 평양방문 등에서 표출된 뜨거운 열기가 새삼스럽다.



중재자는 양측의 이익을 중재-조정할 수 있는 위치에서 출발한다. 엄격히 따지면, 양측과 이해관계가 없어야 한다. 아울러 중재 능력과 경험을 보유해야 한다. 그래야 중재의 무게감과 양측으로부터 신뢰를 얻을 수 있다.

그런 의미에서 본다면, 문 정권의 중재자 역할론은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채워진 것이다. 남북한의 현실과 한미동맹 관계, 그리고 북중관계만 보더라도 매우 복잡한 역학구도다.

중재자가 아닌 회담 당사자로서 출발했더라면 어땠을까. 지금처럼 평화를 앞세워 남북화해 분위기에 올인하는 처지라면, 북한과 미국이 우리를 보는 시각까지 냉정하게 따져봐야 했다. 중재의 대가는 박한 편이다. 협상이 일그러지면 양측으로부터 미움받기 십상이다.

비핵화 건은 궁극적으로 북미의 결단이 필요한 사안이지만, 동북아의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복잡한 국제적 현안이다. 이전의 6자회담이 흐지부지된 이유도 그런 배경 탓이다. 남북 간의 화해무드만으론 비핵화를 일궈내지 못한다. 작금의 분위기 하에선 김 위원장이 판문점이든 평양이든 대화를 요청하면 문 정권이 달려갈 태세다. 이미 문 정권은 북한과 미국에 코가 꿰인 셈이고, 북미 역시 되돌아올 수 없는 길로 접어들었다.

‘평화론과 중재자론’으로 남북 화해 분위기를 이끌었던 문 정권으로선 북미회담 결렬은 난감한 일이다. 왜 그럴까. 북미는 명분상으론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를 내세우지만, 기실 자신들의 이익만을 위해 협상에 임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양측의 필요와 요청에 따라 행동해야만 어정쩡한 위치에 와 있다. 문 정권은 양측으로부터 회담 관련 정보교류와 소통 채널에서 밀려나 있는 것 같다. 하노이 회담결렬의 사전 조짐마저 전혀 예상치 못한 것 같다.

그럼에도 개성공단과 금강산 사업 재개 즉, 우리의 이해관계만 내세우고 있었다니 참 딱한 일이다. 우리의 요구와 희망사항은 큰 틀에서의 비핵화 해결방안이 타결되지 않으면 성사되기 어렵다. 중재자가 자신의 이해관계를 표명하거나, 한쪽의 손을 들어준다면 북미회담은 난망할 뿐이다.

영변 이외의 핵시설 운운한 건 미국이 내보인 고도의 협상카드였다. 김 위원장이 회담유지 의욕을 잃은 것 같다는 북한의 볼멘소리도 공허하다. 협상이 성공하기 전에는 몇 번의 고비가 있을 수 있다. 철저하게 준비하고 상대를 압도하는 정보체계와 협상기술을 가진 측이 유리할 수밖에 없다.

그간의 남북한 협상의 성공과 실패를 철저하게 인지하고 있는 미국이다. 이제 공은 북한으로 넘어갔지만, 문 정권은 지극히 현실적인 판단과 지혜를 모아주길 기대한다. 협상보다 어려운 것이 중재역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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