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명호 FC아브닐(말레이시아) 감독이 28일 대전 중앙초등학교를 방문해 축구부 선수들에게 재능기부 축구 전술지도를 하고 있다. |
박항서 호(號) 일원으로 '베트남의 기적'을 일군 대전 출신 배명호(57) 말레이시아 FC아브닐 감독은 28일 '미래의 손흥민'을 꿈꾸는 한국의 축구 꿈나무들에게 이같이 조언했다.
배 감독은 "누구나 축구공을 처음 차게 되면 손흥민, 펠레, 마라도나가 되고 싶어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축구를 시작해서 월드클래스가 되는 확률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과 마찬가지일 정도로 힘들다"고 50년이 넘는 축구인생에서 얻은 생각을 털어놨다. 그러면서 배 감독은 "이제 막 축구를 시작한 유소년들에게 거창한 목표를 갖게 하는 것은 부담이 될 것"이라며 "하지만 분명한 것은 축구화를 신은 뒤 반드시 톱스타만이 아닌 지도자, 스카우터, 행정가 등 선택지가 많다"고 강조했다. 이는 10살에 축구화를 신어 환갑을 바라보는 지금까지 50여 년 동안 축구인생을 이어온 배 감독의 지론이다.
축구선수로 시작해 반드시 최고 무대인 월드컵에서 골을 넣는 월드스타가 되지 않더라도 자신의 인생을 살찌울 수 있는 길은 얼마든지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축구 선수로서의 배명호는 그리 크게 조명을 받지 못했다. 센터포워드와 날개 공격수로 활약한 그는 광운대를 졸업한 뒤 국내 프로팀이 아닌 독일 아마추어리그로 진로를 택했을 정도로 재능이 뛰어나지는 못했다. 하지만. '지도자' 배명호의 능력은 탁월했다. 국내 프로팀 전북 부산 포항 울산 강원 등에서 코치생활을 이어가며 지도자로서의 '내공'을 쌓아갔다. 그러던 중 2017년 12월부터 박항서 감독의 제안을 받은 뒤 '베트남 드림'을 성공시키며 축구인생의 화려한 2막을 열은 것이다.
자신이 맡고 있는 말레이시아 FC아브닐도 자신의 축구 지론에 부합하는 팀이다. 독립리그에 속한 FC 아브닐은 경제논리가 지배하는 한국 프로축구 시장 논리와는 사뭇 다르다. 스타플레이어 배출과 프로무대 진출이 최종 목표가 아니라 지도자, 행정가 등 선수들이 다양한 진로에 대해 꿈을 키울 수 있도록 적극 지원하고 있다.
팀 휴식기를 맞아 얼마 전 고향을 찾은 배 감독은 28일 대전 중앙초 축구부를 찾아 재능기부를 했다. 이 자리에서도 배 감독은 단순한 기술전수에 그치지 않고 미리 경험한 축구인생 노하우를 자라나는 꿈나무들에게 전수하기도 했다.
배 감독은 "축구특별시 이자 나의 고향인 대전에서 축구인생을 시작한 어린 선수들이 축구를 통해 주도적으로 자신의 다양한 미래를 설계했으면 하는 바람이다"고 강조했다.
강제일·사진=금상진 기자
배명호 FC아브닐(말레이시아) 감독이 28일 대전 중앙초등학교를 방문해 축구부 선수들에게 재능기부 축구 전술지도를 하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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