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미스터 선샤인'의 마지막 장면. 러일전쟁 취재차 한국을 방문했던 영국인 맥켄지 기자가 1907년에 찍은 의병 사진을 재연했다. 당시 의병의 모습을 찍은 사진 중 현재까지 알려진 것은 맥켄지 기자의 사진이 유일하다./사진 출처=미디어 오늘 |
작년 여름 드라마를 잘 보지 않는 나를 TV앞에 끌어당긴 드라마였다. 우연히 첫 회를 보게 되었을 때 나는 단순하게도 제일 먼저 구한말의 시대적 배경에서 볼 수 있는 멋스런 의상과 출연진, 그리고 요즘과는 다르게 표현되는 양반들의 말투에 이끌렸다. 또한 무언가 많은 이야기를 담고 있다는 복선도 나의 관심을 갖게 하였다. 회를 거듭할수록 안타깝고 궁금증을 더하는 주인공들의 사랑이야기 뿐 아니라 여태껏 알지 못하고 지내왔던 대한제국시대의 항일 의병들에 대한 이야기가 놀라울 정도로 가슴에 와 닿았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겠지만 나는 역사 시간에 잠깐 배웠던 의병활동에 대해선 크게 인식하지 못하고 자라왔다. 이 드라마는 이름 없는 '아무개'인 민초들의 조국에 대한 무조건적인 사랑과 외세의 억압에 목숨까지 내건 저항과 투쟁을 보여주었다. 무언가 되지는 못하더라도 끝까지 지켜내려 했던 것, 꽃으로 살되 불꽃으로 사는 것, 환하게 뜨거웠다 지는 것..
나는 크게 감동을 받았고 항일 운동에 대하여 찾아보게 되었으며 전부터 관심을 가졌던 통일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반드시 기억해야할, 그러나 조명 받지 못했던 항일의병들의 이야기와 독립운동에 대해서 알아보기 시작했다.
임진왜란과 병자호란을 겪으며 그때마다 의병들이 큰 역할을 하였고 그들의 후예들이 항일의병으로까지 이어졌던 것이다. 그래서 3.1운동은 한국역사상 최대의 민족운동이다.
올해는 3.1운동 100주년을 맞이하는 해이고 또한 임시정부수립 100주년의 해이기도 하다. 구한말 일제의 운요호사건으로 시작된 강화도 조약, 그리고 을사조약에 이어 무단정치, 경제적 침략으로 민족적 치욕의 역사가 시작되었다.
우리 민족은 거세게 항거하였으나 무력진압, 감금, 고문 등으로 수없는 독립투사들이 목숨을 잃었다.
우리는 31.운동하면 제일 먼저 유관순 열사를 떠올린다. 이화학당의 19세 어린 소녀는 서울에서, 그리고 천안에서 독립만세운동을 이끌었다. 나라에 바칠 목숨이 오직 하나밖에 없는 것이 유일한 슬픔이라고 말했던 유관순은 감옥에서도 독립만세 운동을 주도하다가 모진 고문 끝에 순국하고 만다. 이 어린 소녀의 죽음으로 인해 애국정신은 불길처럼 번져 특히 여성들까지도 구국운동에 동참하게 된다.
재일 유학생의 2.8선언은 3.1운동의 불씨 역할을 하였는데, 그것을 주도 했던 김마리아! 그녀는 기모노 허리띠에 독립선언문을 감추고 입국하였으며 3.1운동에 참가하였다. 김마리아 역시 투옥되어 모진 고문을 당하였는데 그녀를 심문한 일본검사는 '너는 영웅이다. 너 보다도 네 어머니가 더 영웅이다'라고 말하였다고 하니 일제의 눈에도 그녀의 조국에 대한 애국심과 정의로움이 얼마나 대단해 보였는지 알 수 있다.
남편과 아들이 독립운동에 투신했던 김락은 늦은 나이에 3.1운동에 참가하였다가 고문으로 실명하였다. 안타깝게도 이들 모두 그토록 소원하던 고국의 독립을 보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고 말았다.
전국적으로 2,000회 이상의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났으며 2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참가 하였고 7,500여 명이 고문에 의해 사망하였다고 하니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임을 감안하면 그 규모가 얼마나 컸는지 짐작이 간다.
피하려면 피할 수 있었겠지만 피하지 않고 맞서 싸운 그들의 선택이 가슴 뭉클한 감동으로 다가온다. 오로지 빼앗긴 인권을 찾고, 빼앗긴 국권을 회복하려는 최대의 목적으로 나아갔던 독립운동의 역사.. 요즘의 시위와는 다르게 당시는 과잉무력진압을 하였기 때문에 목숨을 잃을 각오를 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래도 불의에 무릎 꿇지 않았던 그들의 삶, 엄혹한 식민지배 아래서도 민족정신을 일깨웠던 선조들을 생각하며 나에게 있어 그들은 과연 누구인가를 생각하게 되었다.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편안한 삶을 살아가는 것은 어쩌면 우리 선조들의 목숨 건 나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한 것이 아닐까? 우리 부모세대와는 달리 풍요롭고 안정된 삶을 살아가는 우리는 이미 떠나버린 조상들의 눈물과 외침과 저항, 그리고 목숨 위에 무임승차한 것은 아닐까?
이렇게 생각하니 한없이 죄송스러운 마음이 든다. 왜냐하면 우리가 편안하고 안일한 생활을 하고 있어서만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은 아직 분단 상태에 있기 때문이다.
3.1운동을 외치던 분들이 얼마나 독립을 원했던가. 하지만 그들이 오늘날 우리가 이렇게 남북으로 분단될 것을 짐작이나 했을까? 진정한 독립과 평화는 통일이 되어야 완성된다.
나는 몇 년 전 읽었던 법륜스님의 '새로운 100년'이란 책을 통해서 처음으로 남북통일에 대해 눈을 뜨기 시작하였다. 그전에는 아무생각도 없이 통일은 그만두고 그저 평화롭게만 살면 좋겠다고 생각했었다. 통일이 쉽게 되지도 않겠지만 남한 사람들이 통일 비용 등 많은 불편을 감수해야 할 것이고, 여태껏 단절되어 살아온 사람들이 얼마나 부딪치며 불편하게 살아야 할까를 미리 생각하니 그저 두려움만 앞섰던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하여 우리 민족이 얼마나 위대한 민족이며 그리고 지금, 아직 분단 이전의 사람들이 살아 있을 때인 지금이 바로 통일 시점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우리는 고구려와 발해의 역사를 기억해야 하고 그 후손들임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 왜냐하면 최초의 문명국가를 이루었던 우리민족의 우수성과 북방계 민족의 주도권을 휘두르며 중원을 달렸던 선조들의 기개와 민족정기는 이미 우리들 마음속에도 깊게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5000년에 달하는 우리나라의 장구한 역사 속에 지금의 분단현실은 찰나일 뿐이다.
나도 그러했었지만 요즘의 젊은 세대들은 통일에 대하여 관심이 없고 오히려 지금 이대로 살기를 바라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사람들은 자기개인의 행복과 이익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는데, 결국 자신이 살고 있는 공동체가 정의롭고 평등해야 그 속에 있는 모두가 혜택을 보게 되는 것이다. 공동체가 붕괴되면 결국 자신의 삶도 몰락한다. 그러나 통일이 되면 영토, 자원, 인구뿐 아니라 세계 속에 새로운 국가 위상을 만들어 갈 수 있고 우리나라는 큰 목소리를 낼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세계 어느 곳을 가더라도 자랑스럽고 당당하게 한국인임을 말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내가 살아가면서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일은 바로 통일 한국을 위하여 조금이나마 힘이 되는 일을 하는 것이다. 그것은 내가 존재하는 역사의 현시점에서 반드시 해야 할 의무이기 때문이다.
특히 청소년에게 제대로 된 역사와 우리 민족의 우수성을 알리고 통일의 필요성을 알리는 일을 하고 싶다. 통일한국이 세계의 중심을 동아시아로 옮겨오게 하고 일본, 동북3성, 연해주, 시베리아를 아우르는 동북아 지역의 공동체를 주도 한다면 그것이 곧 고구려의 영광을 되찾는 것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목숨 바쳐 지켜온 3.1운동에 부끄럽지 않은 역사를 만들어가야 하겠다.
박선희 /주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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