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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 곰 해럴드는 우연히 얻게 된 줄무늬 털모자를 정말 좋아한다. 어린 친구들이 마치 담요 또는 짝꿍 인형을 꼭 안고 다니듯, 해럴드는 늘 털모자와 함께한다. 털모자를 쓰면 여느 곰 친구들과는 달리 스스로가 특별해 보인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날 까마귀 한 마리가 쌩 내려오더니 해럴드의 털모자를 훔쳐가 버린다. 털모자를 잃은 해럴드는 자신이 더 이상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는다. 해럴드는 털모자를 되찾기 위해 지렁이, 블루베리를 모아 까마귀에게 주지만, 까마귀는 지렁이, 블루베리만 가져갈 뿐 털모자를 돌려주지 않는다. 자기만의 보물창고에서 까마귀가 좋아하는 반짝이는 것을 꺼내기도 해봤지만 역시 뺏기기만 한다. 결국 해럴드는 직접 털모자를 가져오기 위해 나무 위 까마귀 둥지로 몰래 올라간다.
아이들은 '자기 물건'에 집착한다. 그림책 『털모자가 좋아』 속 해럴드처럼 자신이 어떤 물건을 가짐으로써 또래 친구들보다 특별해 진다고 여기는지도 모르겠다. 좋아하는 물건을 다른 사람에게 쉽게 건네주는 법이 없다.
책은 해럴드가 나무 위에서 만난 어떤 순간을 통해, 물건을 갖는 것만이 자신을 특별하게 만드는 건 아니라는 걸 독자들에게 보여준다. 자신에게 소중한 걸 나눠주면서, 스스로가 상대에게 특별한 존재임을 깨닫는 일. 마지막 페이지에 까마귀와 해럴드가 어깨동무를 하며 바라보는 풍경은 가슴 한 구석을 온전히 덥힌다. 그렇게 아이들의 마음이 자란다.
박새롬 기자 onoi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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