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읽기] 총선공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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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읽기] 총선공식

  • 승인 2019-02-27 11:47
  • 신문게재 2019-02-28 23면
  • 강제일 기자강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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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는 국민 대표기관이다 총선은 국회의 '일꾼'을 뽑는 정치 이벤트다. 삼권분립 구조에서 입법부 중요성은 백 번을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불거졌을 때 청와대의 공백 속에서도 조기 수습이 가능했던 점도 국회가 버텨주었기 때문이다. 당시 여야는 극심한 의견충돌과 진통이 있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안 발의와 의결을 민주적 절차에 따라 처리했다. 여야 어느 쪽에서 비민주적 돌출행동이 불거졌더라면 대한민국호(號)는 좌표를 잃고 적잖이 표류했을 것이 분명하다.

이같은 점에서 300명의 '심부름꾼'을 뽑는 내년 4월, 21대 총선의 중요성이 더욱 크게 다가온다. 2000년 이후 치러진 5번 총선에서는 여당이 3번 야당이 2번 각각 승리를 챙겼다. 정치진영별로는 보수가 3번 진보가 2번을 각각 이겼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보수정권 시절 20대총선에선 거대양당인 더불어민주당이 123석, 새누리당 122석, 국민의당 38석 등을 차지하면서 야권이 승리했다. MB정부 중후반 치러진 2012년 19대 때에는 여권이 이겼다. 새누리당이 152석을 확보했는데 민주통합당은 127석에 그쳤다. 2008년 18대총선은 MB정권 초에 치러졌다. 한나라당 153석, 통합민주당이 81석, 자유선진당 18석, 친박연대 14석 등으로 당시 여권과 보수진영이 대승을 거뒀다.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 역풍이 불었던 2004년 17대총선에서는 열린우리당이 152석, 한나라당이 121석, 민주노동당 10석, 새천년민주당 9석 등으로 여당과 진보진영이 압승했다. 2000년 16대총선은 DJ정부 말에 있었는데 한나라당 133석, 새천년민주당 115석, 자민련 17석 등으로 야당과 보수진영이 이겼다.

최근 5번의 총선에서의 가장 큰 공통점은 선거 때마다 야권연대 등 정계개편 논의가 꾸준히 진행돼 왔지만, 실제로는 거대 양당에 군소정당이 도전하는 다당제로 치러졌다는 점이다. 진보 또는 보수 진영 한쪽에서 단일대오를 구성해 치른 선거는 없다. 정치권에서 청와대와 여당 인기가 떨어지는 '정권 중후반=여당 필패'라는 속설도 일반화 될 수 없는 것 같다.



굳이 공통점을 따진다면 야당이 이긴 두 차례가 모두 정권 중후반이었고 집권당이 승리한 3번의 선거에선 모두 과반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다는 것 뿐인데 이를 통해 내년 총선의 섣부른 승패를 예단하기는 힘들다는 것이 정치권의 일반적인 시각이다.

현 정치권 상황도 안갯 속이다. 각종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한국당을 10~15%p 가량 앞서고는 있지만 400일 뒤 민심 풍향계를 점치기는 어렵다. 여당이 북미정상회담 등을 지렛대로 '평화 프레임'을 강조하고 있는 데 반해 보수야권은 경제 상황이 호전 기미가 없다며 맞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충청권은 벌써 총선정국에 돌입한 지 오래다. 여야는 충청 일부 휘발성이 큰 이슈를 둘러싸고 힘겨루기가 한창이다.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물거품 된 SK하이닉스 반도체 충청유치와 아시안게임, 4대강 보(洑) 철거 등을 둘러싸고 여야가 금강벨트 곳곳에서 핏대를 세우고 있다. 내년 총선이 가시권에 다가왔음을 실감케 하는 대목이다.

19세기 미국 정치학자 제임스 클라크는 '정치꾼은 다음 선거를 생각하지만, 진정한 정치인은 다음 세대를 생각한다'는 말을 남겼다. 내년 총선은 대전 4차산업특별시 조성 세종시 행정수도 완성 등 충청권 도약을 위한 명운이 걸려있다. '정치인'이 아닌 '정치꾼'이 나선다면 충청인은 표로 심판할 것이다.
<강제일 정치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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