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 여인이 집 밖에 앉아있는 긴 수염의 세 노인을 보았다. 다들 허기져 보였기에 측은지심(惻隱之心)이 발동하여 집안으로 들어오시라고 했다. 노인들은 "우리들의 이름은 부(富)와 성공(成功), 사랑(愛)입니다. 그러나 도저히 한꺼번에 들어갈 수는 없으니 한 명만 고르시죠"라고 했다.
남편과 상의하니 '부'를 초대하자고 했다. 아내는 의견이 달라서 '성공'을 불렀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구석에서 부모의 말을 들고 있던 딸이 자신의 생각을 말했다.
"사랑을 초대하는 것이 더 낫지 않을까요? 그러면 우리 집은 사랑으로 가득 찰 테니까요." 이 말을 노인들에게 전하니 노인들은 우르르 집안으로 들어왔다. 여인이 놀라서 물었다. "저희는 '사랑'이라는 노인 한 분만을 초대했는데 왜 함께 들어오시는 거죠?"
두 노인이 답했다. "만일 당신들이 부, 또는 성공을 초대했다면 우리 중 다른 두 사람은 그냥 밖에 있었을 겁니다. 하지만 당신들은 사랑을 초대했지요. 참으로 옳은 선택이었습니다. 사랑이 가는 곳에는 언제나 부와 성공이 함께 하니까요."
책에서 이 대목을 만나는 순간, 필자는 정말이지 무한 행복을 느꼈다. '맞아! 그리고 이 맛에 책을 보는 거야...' 반면 사랑은커녕 폭행과 반목, 심지어 고소와 폭로전으로까지 이어지는 부부관계라고 한다면 어떤 현상이 발생할까?
["아내가 상습 폭행" vs "남편 알코올중독 심각" 한진家 조현아 부부, 이혼소송 중 고소·폭로전] => 2월 21일자 조선일보에 실린 기사다.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는 남편 박모(45)씨가 조 전 부사장을 특수상해 등의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는 것이 이 뉴스의 골자다.
기사의 내용은 박 씨가 지난 19일 아내인 조 전 부사장에 대해 특수상해와 아동 학대, 배임 등의 혐의로 고소장을 제출했다는 것이었다. 박 씨는 고소장에서 조 전 부사장이 화가 난다는 이유로 자신의 목을 졸랐다고 주장했으며 태블릿PC를 던져 엄지발가락을 다쳤다는 내용도 담겨있다.
박 씨는 이어 자신의 아내가 2014년 12월 발생한 항공기 회항 사건(이른바 '땅콩회항') 이후 폭언과 폭행이 잦아졌다고도 했다. 뿐만 아니라 쌍둥이 자녀에게 "밥을 빨리 먹지 않는다"며 수저를 던지고 폭언까지 했다고 주장했다.
이 뉴스가 화제로 부상하자 많은 누리꾼들은 "그 어머니에 그 딸"이라며 조소를 퍼부었다. 또한 소위 최고학벌까지 지닌 의사가 왜 재벌가의 사위가 되어 그 수모를 견뎠냐며 동정하는 여론도 적지 않았다.
이에 대해 조 전 부사장은 변호인을 통해 "아이들을 학대한 사실이 없고, 폭행 주장 역시 알코올 중독 증세를 겪는 박 씨가 착각한 것"이라고 했다. 남편의 상태에 대해서도 "알코올 중독 문제가 심각해 혼인 후 3회에 걸쳐 입원 치료를 했고, 술을 못 먹게 하자 집 앞 복도 소화전에 소주 7~8병을 숨겨두고 마셨다"고 밝혔다.
이러한 설왕설래(說往說來)는 수사 결과로 밝혀질 것이다. 다만 여전히 의아스럽고, 또한 조 씨의 남편인 박 씨에게 동정적인 것은 명료하다. 이는 같은 남자로서가 아니라 객관적 입장으로만 봐도 충분히 설득력을 지닌 때문이다.
남의 병을 고치는 의사(비록 성형의사일 망정)가 알코올 중독 현상까지 왔다는 것은 그동안 겪었을 부부사이의 고통이 십분 이해되는 때문이다. 이쯤에서 또 다른 좋은 글을 한 편 소개한다.
[혼자가 되었지만 잘 살아보겠습니다] (저자 니시다 데루오& 출간 글담)에 나오는 글이다. 제목은 '노년의 남자가 혼자 살기 위해 알아야 할 일곱 가지 법칙'이다.
= 1. 잃어버린 것을 세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라 / 2. 내가 만난 사람들이 곧 나의 인생임을 기억하라 / 3. 죽을 때까지 계속 배우면서 재미있게 살아라 / 4. 은퇴 후 시작되는 인생의 황금기를 누려라 / 5. 멋지게 나이 들고 싶다면 설렘을 포기하지 마라 / 6. 언제 닥칠지 모를 긴급 상황에 대비하라 / 7. 남은 인생은 덤이라 여기고 마음껏 즐겨라 =
당연한 얘기겠지만 부부는 사랑으로 살아야 한다. 그렇게 잘 살았을지라도 결국엔 회자정리(會者定離)로 부부 중 한 명은 먼저 죽는다. 예부터 현명한 부부는 설령 부부싸움을 할 적에도 고성이 집밖으로 새나가지 않도록 조심했다.
그마저도 도외시한 채 법적다툼을 벌이고 있는 부끄러운 재벌가의 모습에서 새삼 '부성애(富成愛)' 中 최고는 역시나 불변한 사랑임을 깨닫게 된다. 되는 일이 틀어져 어제도 밖에서 홧술에 만취하여 귀가했다.
그럼에도 아내는 이 못난 남편을 위해 오늘 아침에도 해장국을 끓여 식탁에 올렸다. '잃어버린 것을 세지 말고 가진 것에 감사하라'를 떠올리며 죽을 때까지 아내를 계속 사랑하면서 재미있게 살리라는 다짐에 주춧돌을 추가했다.
홍경석 / 수필가 &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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