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공자는 나라를 잘 다스려 백성들을 평안하게 하는 정치를 구현하기 위하여 제자들과 함께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며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이른바 철환천하(轍環天下)이다.
천하를 두루 돌아다니던 어느 날 하루는 공자가 수레를 타고 제자들과 함께 태산(泰山)의 어느 길을 걷고 있었다. 그러데 갑자기 한 여인의 슬피 우는 소리가 들렸다. 길가에 있는 공자는 수레에 몸을 기댄 채 울음소리에 귀를 기울였다. 그리고 제자인 자로(子路)에게 명하여 그 이유와 사연을 알아 오도록 하였다. 명을 받은 자로가 다가가니 흰 소복을 한 중년부인이 묻은지 얼마 되지 않는 묘(墓)앞에서 구슬프게 울고 있었다.
자로는 조심스럽게 다가가서 묻기를 "부인께서 마치 슬픈 일을 거듭 당하신 것 같은데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그러자 부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네, 말씀하신대로입니다. 몇 년 전에 저의 시아버님께서 호랑이에게 잡혀 돌아가셨는데 작년에는 남편이 호랑이에게 물려가 돌아가시고 이번에는 자식까지 호랑이에게 잡혀 죽었습니다."
공자가 이 말을 듣고 물었다. "그렇다면 이렇게 무서운 곳에서 왜 다른 곳으로 이사(移徙) 가지 않으십니까?" 그러자 부인이 이렇게 대답했다. "그 이유는 그래도 이곳에 살고 있으면 무서운 세금(稅金)을 내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지요."
공자는 이 말을 듣고 깊이 느끼는 바가 있어 제자(弟子)들에게 이렇게 일깨웠다. "너희들도 가슴에 잘 새겨두어라. 가혹(苛酷)한 정치(政治)는 사람을 잡아먹는 호랑이보다 더욱 무섭다는 것을 말이다"
이 당시 정치는 각 나라 제후들에 의해 가혹한 정치가 이루어지고 있었다. 제후들의 욕심에 의해 불필요한 전쟁을 일으키고, 자신들의 사치스런 생활을 위하여 백성들에게 무리한 부역과 세금을 거두어서 굶어죽은 백성들의 시체가 들판에 널려있고, 먹고살기 위해 가족과 헤어져 살아야하는 그런 난세(亂世)였다.
요즈음 서민들이 겪는 세금의 부담이 부쩍 늘어났다고들 이야기한다. 이어서 소득의 원천인 일자리조차 자꾸 줄어들어서 서민들의 고충이 더욱 심해졌다고 한다.
그래도 월급을 꼬박꼬박 받을 수 있는 공직에 근무하는 공직자들은 괜찮은 편이라 한다. 근근이 장사해서 겨우 입에 풀칠이라도 하던 소규모 영업자나 빚에 허덕이면서 소망(所望)하나만을 믿고 열심히 땀 흘리는 작은 기업주, 그 아래서 자신과 가족들의 생존을 위해 뼈가 부서지는 힘든 일을 감내하는 서민들은 살기가 어렵다고 아우성들이다.
이런 절박한 절규가 새삼 강하게 머리를 때리는 듯 지나간다.
'걸레와 기름과 세금은 짜면 짤수록 나온다.' 웃지 못할, 아니 울고 들어야하는 서민의 고충 섞인 절규이기에는 많은 애환을 느끼게 한다. '서민이 믿고 뽑은 위정자 가운데 이를 해결해 줄 이는 없는가!'
더 슬픈 것은 세금을 계획보다 초과해서 거두어들였다고 자랑하는 관리, 과거에 잘못 판단하여 지금 더 거둬들여야 한다는 교수, 정말 백성을 위한 고언(苦言)인지 묻고 싶다. 그러는 사이에 젊은 직장인들의 울분과 한숨이 깊이 섞여있음을 한번이라도 생각해 보았는가!!
가정맹어호 혹 2500여 년 전 공자가 지금을 예견하고 했던 이야기는 아닐까?
장상현/인문학 박사, 수필가
장상현 박사 강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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