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함께] 어설픈 초보중개사의 탈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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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함께] 어설픈 초보중개사의 탈출기

박운희(더함께 공동리더, 공인중개사)

  • 승인 2019-02-26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집
게티 이미지 뱅크
공인중개사 시험을 합격한지는 어언 1년이 넘어가고, 장롱면허처럼 나중에 언젠가는 하겠지 라는 생각을 하던 어느 날, 지인들이 중개업에서 활발히 활동하는 모습을 보면서 갑자기 급해진 마음에 아무런 준비도 없이 중개업에 뛰어들게 되었다.

필자는 시험에 합격했기에 무엇을 물어봐도 다 알거라고 생각했고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실무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객에게 문의가 오면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은 새하얘져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고객에게 방을 안내하는 날이 왔다.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마른 여학생 한 분이 방을 찬찬히 둘러본 후에 보증금은 현재 임대인이 돌려주지 않아 세 달에 걸쳐서 나누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초보인 필자는 즉시 임대인에게 문의했더니 계약을 거절하셨다.

그때는 왜 안 될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러한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다 내지도 않고, 짐만 놓아둔 채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보증금이 적어서 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명도소송을 쉽게 할 수 없다는 게 실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착실하게 나누어서 내는 세입자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기에 실상은 대부분 꺼려하셨다. 보증금이 적을수록 이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여러 임대인에게 문의했지만 하나같이 거절하셔서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보내드렸다.



중개업을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잠깐의 대화 속에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유추해 그에 맞는 물건을 보여드려야 한다. 아니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드려야 한다. 그렇기에 중개업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분들은 눈치 빠르게 대응하시는 것 같다.

필자는 아직 초보중개사이지만, 하루하루 고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더욱더 발전하고, 고객님들의 대화 속에서 니즈(needs·필요)를 찾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본다.

박운희(더함께 공동리더, 공인중개사)

박운희
*'더함께'는 대전·세종 공인중개사 및 기타 전문직 등의 협업공동체로 공인중개사 및 관련 전문직 밴드모임이다. '더함께'는 매주 화요일자에 고정 칼럼을 게재, 부동산 정책 등 우리사회의 각종 현안에 대해 전문직 종사자들의 다양하고 깊이 있는 의견을 나누는 공간이 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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