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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시험에 합격했기에 무엇을 물어봐도 다 알거라고 생각했고 두려움도 없었다. 그런데 막상 일을 해보니 실무는 전혀 다른 세상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고객에게 문의가 오면 대체 무슨 말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머릿속은 새하얘져서 바보가 된 기분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처음으로 고객에게 방을 안내하는 날이 왔다. 스무 살이나 되었을까, 마른 여학생 한 분이 방을 찬찬히 둘러본 후에 보증금은 현재 임대인이 돌려주지 않아 세 달에 걸쳐서 나누어 내고 싶다고 말했다. 초보인 필자는 즉시 임대인에게 문의했더니 계약을 거절하셨다.
그때는 왜 안 될까? 라고 생각을 했지만, 이러한 경우 세입자가 보증금을 다 내지도 않고, 짐만 놓아둔 채 사라지는 경우도 허다하고, 보증금이 적어서 또는 시간이 오래 걸린다는 이유로 명도소송을 쉽게 할 수 없다는 게 실상이었던 것이다. 물론 착실하게 나누어서 내는 세입자도 많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에 의해 피해가 발생했기에 실상은 대부분 꺼려하셨다. 보증금이 적을수록 이러한 문제가 자주 발생한다고 한다. 여러 임대인에게 문의했지만 하나같이 거절하셔서 어쩔 수 없이 고객에게 죄송하다는 말과 함께 보내드렸다.
중개업을 하다보면 수많은 사람들과 마주하게 되는데 잠깐의 대화 속에서 그 사람이 원하는 것을 빠르게 유추해 그에 맞는 물건을 보여드려야 한다. 아니면 다른 대안을 제시해 고객이 원하는 것을 충족시켜드려야 한다. 그렇기에 중개업에서 오랜 시간을 보낸 분들은 눈치 빠르게 대응하시는 것 같다.
필자는 아직 초보중개사이지만, 하루하루 고객들과의 만남을 통해 더욱더 발전하고, 고객님들의 대화 속에서 니즈(needs·필요)를 찾을 수 있는 날이 올 것이라고 믿어본다.
박운희(더함께 공동리더, 공인중개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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