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재 대덕대 호텔외식서비스과 교수 |
이에 현대인들은 새로운 형태의 여가생활을 통해 느림의 철학을 가지고 자신을 돌아보고 건강을 생각하며 삶의 질을 높이고자 하는 욕구를 갖게 됐다. 이로 인해 걷기 열풍이 불고 '워크 홀릭(Walk Holic)'이라는 용어가 등장하고 '걷기', '도보여행' 등이 지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현대인들은 일상이 지겨워지거나, 못 견디게 괴로워질 때면 프랑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의 "어디로라도! 어디로라도! 이 세상 바깥이기만 하다면 혼자이고 싶어 떠난다!"라는 심정으로 현실에서의 일탈로 여행을 꿈꾼다. 여행은 우리가 살아온 현실, 앞으로도 살 수밖에 없는 현실의 논리가 아니라 다른 논리로 살아 보고자 하는 욕망이 내재돼 있는 것으로 생각한다. 인생을 살며 조금이라도 다른 방식의 삶을 체험해 보고자 하는 욕구를 충족하고 그 이후 다시 현실로 돌아왔을 때, 조금은 다른 마음으로, 조금은 다른 형태로 살아갈 수 있으리라는 희망을 가지고 '다른 삶'으로 떠나 보는 것이 바로 여행이기 때문이다.
문화관광부에 따르면 건강과 환경에 대한 관심이 급증함에 따라 새로운 관광 상품으로 도보여행이 부각되면서 전국 60여 개 도시에서 도보 여행 인프라 조성에 노력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도보여행을 길고 다소 힘든 여행을 뜻하는 트레킹의 개념과 차별화하여 느리게 걸으며 관광한다는 의미로 '도보 관광(walking-tour)'이라 칭하고 '길을 따라 종교·문화·역사자원이나 자연·생태자원 등 매력 물을 체험, 학습, 감상하고 즐기며 걷는 종합적인 여행'이라고 말한다.
해외의 경우 도보관광은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Walking Trail', 'Walking Track', 'Route Tourism' 등 다양한 이름으로 불리고 있다. 1964년 초 유럽의회(Council of Europe)는 관광 활동을 통해 유럽문화에 대한 인식을 확산시키자는 의미에서 문화 루트(Cultural Itineraries) 개발을 시작하게 됐고 '유럽의 개별적 정체성과 일반적 정체성을 유기적으로 결합하고, 다양성을 지닌 유럽 공동의 유산을 인식하며, 마지막으로 여가 활용의 질을 개선하는 것'을 목적으로 문화 루트를 추진했다. 문화 루트 프로젝트는 유럽의 문화·자연유산을 재발견하고자 '테마 루트'를 제안해 학술적 기반 확보와 문화관광을 촉진함으로써 사회·경제·문화에 걸치는 전반적인 발전을 도모하고자 했다. 이들이 '문화관광루트'가 아닌 '문화 루트'라고 이름 지은 것은 루트가 관광영역뿐만 아니라 사회, 문화 저변에 미치는 장기적 관점에서의 문화적 요소 체험에 목적과 의의를 두었기 때문이다.
빨리 걷기가 익숙한 시대에 소박한 여유와 운치가 있는 느린 걸음으로 즐길 수 있는 대전만의 '관광상품'이 대전 관광 붐업을 위해 필요하다. 지역의 관광자원을 스토리로 엮어 국내·외 관광객이 대전에서만 온전히 느끼고, 배우고, 체험할 수 있는 '문화형, 생태형 도보 관광 상품'기획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개발 조성사업을 넘어서는, 더 적극적인 스토리 개발, 테마 설정, '체험 프로그램' 강화 등 콘텐츠 중심의 관광사업 추진이 절실한 시점이다. 도보 관광의 명품도시로 대전이 세계에 널리 알려져 Walking Trailer들의 방한이 이어지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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