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석 경북대 교수. |
동물들은 자기장을 감지하는 제6의 감각을 지니고 있다. 철새가 계절에 따라 이동하고 개미가 자신의 위치와 방향을 파악하는 등, 50여 종가량의 동물이 자기장을 느끼고 활용한다. 하지만 그간 인간에게는 자기감각이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여겨져 왔다. 더욱이 지금까지 인간의 자기감각에 대한 연구는 거의 없었다.
연구팀은 실험을 통해 남녀 피험자와 음식섭취 전후 감지능력 차이를 비교·대조했다. 연구진에 따르면 금식 후 음식을 섭취한 조건에서 남성 피험자는 회전의자에 앉아 돌면서도 특수 장비를 통해 동서남북 중 무작위 방향으로 변경된 자북(지구자기장의 북쪽)의 방향을 잘 찾아냈다. 실험 도중 시청각에 의존하지 못하도록 피험자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았다.
금식하지 않고 평소처럼 식사한 경우 남녀 모두 자북을 찾지 못했지만, 18시간 금식한 후 초콜릿을 섭취해 피험자의 혈당을 상승시킨 결과 남성 피험자들은 여성 피험자와 달리 자북 방향을 잘 가리켰다.
연구진은 남성 피험자의 경우도 푸른 불빛 아래서만 자기감각을 발휘한 것으로 보고했다. 금식한 남성 피험자가 눈을 감고 실험에 임할 때는 자북 방향을 찾았지만, 안대를 쓰고 안구에 들어가는 빛을 차단하거나 푸른 빛이 투과되지 않는 특수 안경을 착용했을 때는 자북 방향을 찾지 못했다.
이번 연구 성과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한국연구재단 기초연구사업의 지원으로 수행됐다.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플로스원'에 2월 14일 논문으로 게재됐다.
채권석 경북대 교수는 "이번 연구를 통해 인간의 자기감각이 존재하는 점과 눈이 자기감각 기관이라는 것을 규명했다"며 "향후 심층 연구를 진행해 자기감각과 인간 정신활동의 상호작용을 탐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윤창 기자 storm0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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