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흔 살의 선생이 써 내려간 글에는 지난날의 기록이 생생하게 빼곡히 새겨져 있다.
이 책은 임진왜란 당시 일본으로 끌려간 도공들 가운데 우리의 이름과 성을 지키며 한국의 도예를 지켜온 심수관 도가에 대한 안영진 선생의 기록과 찬사를 엿볼 수 있다.
책의 첫 장부터 안영진 선생은 “왜국으로 끌려간 조선도공, 심수관 일가의 이야기를 써보고 싶었다”고 고백한다. 선생이 평기자 시절이었던 1960년대의 이야기다. 그로부터 15년 후 안영진 선생은 오랜 바람대로 14대 심수관을 만나게 된다. 이는 지방지로는 처음으로 사츠마요(조선인들이 만든 가마)를 보도했던 최초의 역사다.
선생은 조선도공 취재를 위해 무려 70여 차례 일본을 방문할 만큼 광적으로 파고들었다.
안영진 선생은 책에서 “일각에서는 이런 나를 기자정신이 투철한 사람이라 했지만, 누군가는 미쳤다며 시키지도 않은 일에 매달려 일본을 파고들어 무엇을 어떻게 하겠느냐고 손가락질을 받았다”고 회상했다.
안영진 선생의 집착과 끈기는 결국 아무도 관심 갖지 않았던 임진왜란 당시 끌려간 조선도공은 물론 그 후손의 삶과 애환을 기록할 수 있었다.
1975년 당시 14대 심수관과의 인터뷰를 대화 형식으로 담아 읽는 재미까지 더했다. 또 14대 심수관이 직접 안 선생에게 전해준 ‘형과 나는 본래 같은 뿌리입니다’라는 글귀를 받았던 일, 심수관이 안 선생을 만나기 위해 한국을 방문했던 일 등 이제는 희미해진 지난날의 추억과 사진들을 책 한 권에 담았다.
책 2부는 심수관 도가와 대조적인 삶을 살아온 이삼평(충남도 금강, 현재 공주시 반포면) 가문을 재조명했다.
문학평론가 리헌석 충청예술문화협회 회장은 "도자기 장인들에게 가해졌을 차별과 집단 따돌림을 아픈 마음으로 묵상하며, 이를 저서에 담아 깨우쳐 주신 안영진 선생의 6번째 저서 발간을 축하한다"고 권두 감상문을 통해 전했다.
‘임진왜란과 조선도공들’은 안영진 선생의 6번째 저서다. 이해미 기자 ham7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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